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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금알 Dec 07. 2021

3. 핸디캡(handicap)과의 동행

삶의 안전장치가 생긴 그 날,

아들이 4살이 되던 해인 2017년, 찬바람이 부는 10월의 끝자락,

아들의 오른쪽 4번째 손가락이 자동문에 끼여 거의 절단되는  사고가 있었다.


바로 봉합수술을 받았지만 수술 후 의사 선생님은 성장판이 거의 깨져서 손가락이 완전히 자라지 않을 것이고, 손가락 기능이 완전히 회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4살 아들은 전신마취 후 수술대에 올랐다. 아들이 수술이 끝나고 나오기를 기다리는  1시간 30분이 그토록 길게 느껴질 수 없었다. 수술 후 아들은 2주 동안 병원에 입원했고, 1년 동안 거의 매일 활 치료를 이어갔다.


눈이 오는 날도, 비가 오는 날도 4살 아들과 버스를 타고  왕복 1시간을 오갔다.(난 안타깝게도 면허가 없다.)

하지만 아이의 손가락이 회복만 된다면 더 오랜 시간 더 힘든 치료도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1년간의 재활치료를 열심히 받았다.

     

긴 회복 시간을 인내하며, 생각은 점점 바뀌어 갔다.

'손가락 하나 불편한 것이 뭐 대수야?'

'그리고 손가락 한 개만 다친 게 얼마나 다행이야!'

게다가 제일 적게 사용하는 네 번째 손가락을 다쳤고, 다치자마자 구급차가 바로 왔고, 손가락이 끼어 움직이지 못하는 아들은 꺼내느라 많은 분들이 자기 일처럼 도와주셨고, 수술 잘하는 의사 선생님께 수술받았고 생각할수록 감사할 것이 많았다. 생각할수록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는 하루였다.


아들은 다행히 경과가 좋았다. 자라는 것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을 받았고 손가락 기능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꿰맨 자국은 여전히 남아있고, 다른 손가락보다 좀 더 구부정하다. 자세히 보면 다른 손가락과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지금은 그 손가락을 보는 것이 좋다.

그 손가락을 볼 때 감사한 것들이 더 많다.

그 연약함을 몸에 지니고 있는 것이 참 감사하다.

흠은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통로가 된다.

타인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는 시작이 되며

자신이 교만하지 않는 안전장치가 된다.

이 사건은 나와 아들의 안전장치가 되었음이 감사하다.


하지만  아주 가끔,  손가락이 문에 끼었을 때 아들이 질렀던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아직도 내 귀에 들린다.

가끔 구급차를 보면 심장이 빠르게 뛰기도 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순차적으로 그날의 일들을 기억하는 것이 고통스럽고 힘들다.


사고 후 4년이 지났지만 나는 아직도 그날의 트라우마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나 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날의 트라우마가 점점 희미해져 갈 것을 믿는다.


나의 내면 아이도 회복되어서 굿바이 하는 날이 오겠지만, 굿바이 하기 전까지 나의 내면 아이를 좀 더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좀 더 측은하게

좀 더 여유롭게

허락된 시간 안에서 나의 내면 아이와 나의 관계를  편안하게 만들고 싶어 진다.


아들의 사고로 핸디캡과 동행하는 법을 배웠고,

결국 그 핸디캡이 내 삶의 선물이 되었듯이,

나의 내면 아이도 나의 삶의  선물이 될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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