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금알 Dec 17. 2021

4. 마음의 햇살, 사랑

따뜻한 사랑이 필요한 이유

2년  서울에서 충주로 내려가 사과 농사를 짓는 친구 있다.

엄마도 친구인데 아들들도 동갑내기 친구가 되었다.

친구도 만나고, 자연도 누리고, 농사도 체험해보고자 가끔씩 친구네 과수원을 방문한다.

서로 어색했던 남편들의  관계도 좀 더 편안해 족 간의 우정은 시간이 지날수록 무르익어 간다.

 

토요일 아침, 보고 싶은 친구 가족도 만나고 부족한 일손을 보태기 위해 아침 일찍 서울에서  충주로 떠났다.

오늘은  나뭇잎을 따는 작업을 함께하게 되었다.

곧 사과를 수확해야 하는데 나뭇잎에 가려진 부분은 햇빛이 가려져 노란색이 되어 있었다.

새빨간 사과를 위한 마지막 노력이었다.

어른 넷이서 업하는 동안,

아이들은 달팽이를 관찰하고 땔감을 주워오고 종종 어른들 옆으로 다가와 나뭇잎을 함께 따며 심심할 새 없이 어울려 놀았다.

어른도 아이도 자연과 함께 어우러지는 그 시간이 참 편안했다.

아침부터 해지기 전까지 부지런히 움직였지만 육아보다는 더 수월했다.

단순 작업을 좋아하는 탓에 눈에 보이는 나뭇잎을 다 따지 못해 해가 지는 것이 아쉬웠다.

사과도 우리의 정도 무르익어가는 10월의 어느 멋진 날이었다.


오늘 과수원의 일손을 보태며 햇빛의 역할에 주목하게 되었다.

햇살을 충분받은 사과는 빨간색, 햇살을 받지 못한 사과는 노란빛을 뗬다.

노란 빚을 띠는 사과는 맛도, 상품으로써의 가치도 떨어지게 된다.


우리의 마음도 마찬가지다.

사랑을 많이 받은 우리 마음은  무르익는다.

사랑을 받지 못한 마음은 설익는다.

설익는 마음은 결핍으로 드러나며 나와 누군가를 고통스럽게 하기도 한다.


나이를 불문하고 따스한 햇살인 사랑은 늘 필요하다.


사과가 팔리기 전까지 햇살은

아이가 성인이 되기 전까지 사랑은

절대적이다.


 양육가에게 있는 사랑은  표현되고, 전해져야 한다.

그럴 때 아이의 마음이 무르익을 수 있다.

아이가 성장하면서, 또 성장해서 만나는 시련을 회복하는  힘은 그 사랑에서 나온다.


큰 사랑이 마음에 있었지만 충분히 표현하지 못한 우리 부모님이 떠오른다.


어린 시절 심한 저혈압이 있었던 엄마는 두 번 쓰러지셨고 쓰러지실 때마다 잠시 생사를 오가기도 하셨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정말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어요. 조심하셔야 돼요."라는 의사의 당부가 나에겐 엄마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되었다.


삼 남매 중 첫째인 나는 그 후로 엄마를 힘들게 하지 말자란 생각의 틀이 만들어졌다.

힘든 엄마를 위해 그토록 좋아했던 스킨십을 자제했으며 엄마가 힘들까 봐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포기하기도 했다.

엄마를 힘들게 하는 동생들이 너무 밉기도 했고,  이런 여러가지  이유로 집에 있는 동안 스트레스가 높았다.

  

어린 시절 나는 괜찮지 않았다.

애정 욕구가 높았던 나의 결핍은 계속 커져갔다. 커서도 외로움을 많이 느꼈으며 불안과 늘 함께했다.


그런 내가 엄마가 되어서 아들에게 충분한 애정을 주려고 노력한다.

내가 늘 보고 싶었던 엄마의 웃는 얼굴,

내가 원했던 스킨십

미주알고주알 나누는 충분한 대화

나는 이것에 늘 진심이고 노력한다.


 나의 커리어를 좀 천천히 쌓더라도, 돈을 적게 벌더라도 나는 양육이 늘 일순위인 이유가 바로 나의 결핍 때문임을 발견한다.

물론 이것에도 균형이 필요하겠지만 아들이 나의 양육으로 잘 무르익은 열매가 되길 바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