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내 아이에게 갈등이 필요한 이유
갈등을 통해 자기 조절 능력과 사회성을 배워가는 아이
가족 단위로 만나서 시간을 보낼 때 아이들이 싸우면 어른들의 피로도가 상승한다.
우리 아이와 자주 다투는 아이는 좀 덜 만나고 싶어 지고, 우리 아이가 문제가 있나 상대방 아이가 문제가 있나 생각하게 되기도 한다.
물론 누구나 덜 다듬어진 부분이 있다. 성장하는 아이들이 덜 다듬어진 부분이 많은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다.
어른인 나의 눈높이에서 아이들을 바라볼 때 문제가 아닌 일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아이들의 갈등을 관찰하다 보면
누군가 촉발 역할을 더 많이 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직 이성이 온전히 발달하지 않았기에 왕성한 자기 중심성이 갈등의 원인이 되는 것을 많이 보게 된다.
아이들은 갈등을 다루기에 서툴다 보니
손이 먼저 나가기도 하고, 소리를 지르기도 하는 등 본능에 가까운 행동들을 더 많이 하게 된다
갈등이 감지되면 어른들은 "싸우지 마, 사이좋게 놀아야지"라고 상황을 일단락시키거나
"너희들 자꾸 싸우면 못 만날 줄 알아" 이렇게 협박하기도 하면서 상황을 일단락시키느라 바쁘다.
중재가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아이들이 커갈수록 한발 뒤에서 아이들의 갈등을 지켜보는 태도가 요구된다.
아이가 커갈수록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기회들을 조금씩 더 주어야 한다.
내 아이가 맞거나, 소외를 당하거나, 상처받는 말을 들었을 때 부모인 내가 더 속상하고
다시는 일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는 마음 때문에 어떻게든 개입하고 싶은 충동을 느낄 때가 있다.
아이들은 갈등을 통해 조절을 배운다.
갈등과 부딪힘으로 충동을 조절하고, 감정을 조절하고, 분노를 조절하는 장이 열리는 것이다.
자기주장이 확실하고 자기 중심성이 다소 높은 아들 조이의 다양한 갈등을 지켜보는 일은 나에게 늘 쉽지 않다.
누군가 내 아이를 때리면 내가 맞는 것보다 더 분노했고
누군가 내 아이를 오해하면 속이 터질 것처럼 억울했고
누군가 내 아이에게 욕을 하면 욕한 입을 틀어막고 싶었다.
내 아이가 누군가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할 때는 분노했고
내 아이가 막무가내로 자기주장만 할 때에는 너무 부끄럽기도 했다.
그 많은 갈등들을 겪고 아들은 조금씩 더 원만한 관계를 만들어 가게 되는 걸 보면서 아이가 발달 과정을 잘 겪고 있구나 비로소 안도한다.
어쩌면 갈등의 시간들은 아들보다 나에게 더 큰 고통이었다.
내가 제일 자주 사용하는 방어 기제는 회피이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가득했던 난 아들 조이의 갈등 상황을 피하기 위해 갈등의 흐름을 차단하기 바빴다. 갈등을 일으킬까 봐 신경을 곤두세웠고 우리 아이의 부족함이 만천하에 드러나면 내가 잘못 키운 거 같아 수치심을 느끼곤 했다.
어느 토요일 심심했던 7살, 8살, 9살 세 아이가 하루 종일 놀면서 엄청나게 싸웠다.
셋다 발달사적으로 당연히 장착된 자기 중심성이 다분하겠지만, 셋다 외동이라 자기 중심성이 또래에 비해 높은 것도 사실이다.
실컷 놀다 싸우고, 싸우면서 놀다가 해가 지고 헤어질 시간이 다 되었다.
9살 아이 할 말이 있다면 주의를 집중시켰다.
"한 달 후에 제 생일인데 여기 있는 사람들 다 초대할게요. 내 생일에 우리 집에 와요!"
그 장소에 있는 어른들은 박장대소하며 빵~ 터졌다. 싸우면 그뿐 어른들처럼 아니 나처럼 앙금이 남아있지 않았던 것이다.
싸움도 우정의 한 부분임을 확인한다.
결국 아이의 발달 과업을 그때그때 잘 수행하려면 엄마가 먼저 준비가 되어야 하는구나.
엄마도 엄마의 발달 과업을 잘 수행해야 하는구나!
엄마인 나의 마음을 더 들여다보는 것이 아이를 위해 무엇을 더 해줄까에 시간을 쏟는 것보다 필요한 일임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