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금알 May 18. 2022

6. 부모는 아이의 시야에서 헤엄쳐야 한다.

7살 아들의 철학

친한 동료 치료사의 집에 식사 초대를 받았다. 동료는 혼자 놀고 있던 아들이 심해할 즈음 욕구 카드를 가지고 왔다.


"이모랑 카드놀이할까?"

아이는 반가움으로 수락한다.


욕구 카드(Needs Card)는 우리가 살면서 경험하는 다양한 욕구들을 한 개씩 적어놓은 카드인데 상담할 때 사용하는 상담도구이다.


첫 번째 게임은 아들이 욕구 카드들을 하나씩 보면서 설명하면 치료사인 지인이 맞추는 게임이다. 카드에 적힌 욕구들을 설명하던 중 아들은 희망이란 단어와 만났다.


아들: "이게 없으면 우리는 죽어요."


순간 나의 마음에 울림이 있었다.

'희망이 우리 삶에 꼭 필요하다는 것을 7살 아이가 알고 있구나.'  

아들이 성장하면서 특히 시련 안에서  희망의 가치를 꼭 기억하고 적용하길 바라 마음이 들었다.


두 번째는 서로의 역할을 바꿔 치료사가 설명하고 아들이 맞추는 것이었다. 치료사는 연결이라는 단어를 설명하고 있었다.


치료사: 찢어진 것을 다시 붙이는 게 뭐지?

아들:(골똘히 생각하며) 우정이요!


아들의 대답은 확신에 차 있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나와 동료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이야~~"


 기대했던  답 말하지 않았다고 틀렸다고 할 수 없는 순간이었다.

끝이 한눈에 보이는 작은 호수가 나의 시야라면 끝이 한눈에 보이지 않는  제한 없는 바다가 7살 아들의 시야였던 것이다. 


아들의 대답을 나의 언어로 다시 가져와본다.

찢어졌다는 것은 서로 나누어졌다는 뜻이고, 연결이 끊어졌다는 것이다.

잠시 생각이 달라서 부딪히고, 원래부터 생각이 달라서 연결될 수 없는 관계가 이어지는 것이 우정이다.


자식과 부모 사이

부부 사

친구사이

직장 상사와 직원 사이

시부모며느리 사이

나와 관계를 는 모든 관계가 우정이란 이름으로 묶일 수 있음을 깨닫는다.


좁은 엄마의 시선이 넓은 아이의 시선과 만날 때, 엄마도 넓고 깊은 바다에서 헤엄치게 된다.

그 바다를 더 자주 경험하고 싶어 나는 내 안의 쓴 뿌리는  조금 더 벗어버리고 싶어 진다. 

아들의 바다에서 헤엄친 오늘, 난 참 행복했다.

얼마나 많은 순간 이 행복을 놓쳤을까?

오늘의 행복을 흘려보내지 않기 위해 오늘도 나는 나의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아들 조이를 온전히 바라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