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보니 저녁을 먹기 전까지, 하루종일 입에 들어간 거라곤 시커먼 아메리카노 한잔이었다.
퇴근 후, 쉴 틈 없이 땀을 흘리며 집안일을 하고
설거지를 끝내고 털썩 침대 위로 떨어졌을 때 깨달았다.
고픈 줄도 모르고 저녁 밥상을 차리고 허겁지겁 먹고서야 이게 오늘 첫끼니였구나 싶어
갑자기 내가 안쓰러워졌다.
침대 위에 멍하니 기대어 앉아 있다가 벌떡 일어나 가방 안을 열어보았다.
가방 바닥에 눌려있는 빵조각..
출근할 때 차가 막히면 그 틈에 먹을까,
원고를 쓰다가 시간이 되면 주섬주섬 먹을까,
그럴 찰나의 순간도 허락되지 않는다면 퇴근길에 먹어볼까,
경우의 수를 생각하며 챙겨 넣은 거였다.
그러나 그럴 틈은 없었고
고스란히 다시 집으로 함께 돌아온 빵조각..
이미 저녁밥을 먹었지만 하루 또 묵혀봐야 뭣할까..
그냥 빵을 뜯어 입에 넣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맛이지?
빵에서 왜 아로마향이 나지?
생각해 보니 가방 안에 함께 있던 파우치,
그 속에 들어있던 아로마오일 향이 빵에 스며든 것이었다.
코로 맡던 아로마향은 나를 행복하게 했다면
혀끝으로 느끼는 아로마향은 왠지 나를 서글프게 한다.
그만큼 끼니를 챙길 틈도 없이 바쁘게 산
나의 하루를 증명하는 것 같아서...
끼니가 뭐길래,
무수히 많이도 건너뛰고,
아무렇지 않게 거르기도 하는 건데,
어느 날 문득 참 서글프게 다가온다.
빵에서 아로마향 맛이 나는, 바로 오늘 같은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