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22
도착지 전 마을의 벤치에 앉아 미리 사놨던 납작복숭아를 먹던 중이었다. 눈앞에 있던 집의 문에서 어떤 할아버지가 나오셨다. 순례길을 걸으면서 여러 번 겪었던 일중에는 스페인의 할아버지들이 말을 자주 건다는 것이다. 당연히 알아들을 리 만무했고 대부분은 gracias (감사합니다) 하며 피하곤 했다. 그런데 오늘은 유독 궁금한 것이다. 번역기를 켜서 할아버지에게 드렸다.
아무래도 마르실라는 오늘의 도착지인 만실라를 말씀하신 것 같다. 납작복숭아를 먹고 있는 나에게 다음 마을에 가서 뭐라도 사먹으라는 뜻이었을까. 번역을 보고는 감사하고 웃겼다. Muchas gracias (정말 감사합니다)
만실라에 도착해 1시 체크인을 기다리며 혹시나 시장이 있나 찾아봤지만 구글에는 나오지 않았다. 네이버 블로그에도 시장에 관련된 정보는 찾아볼 수 없었다. 문득 시장이라고 번역이 됐어도 마트나 슈퍼를 말씀하신 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장은 포기하고 오늘도 디아를 찾아 나섰다.
근데 글쎄 디아 앞에 떡하니 시장이 있는 게 아닌가. 정규 장터는 아닌 것 같았다. 일부는 철수를 하고 계셨다. 대부분은 물건을 팔았다. 마침 오늘 납작복숭아를 먹으며 양말에 났던 빵꾸가 생각났다.
양말 가게가 있어 2유로에 양말을 구입했다.
그리고 뭐가 더 있나 둘러보던 중, 오!? 전기구이 통닭 발견.
나헤라에서 8유로 주고 사먹었던 적이 있었다. 그때보다 좀 더 크고 좀 더 비싼 11유로에 팔고 있었다. 오늘의 숙소는 조리할 수 있는 주방이 아니라 전자레인지와 식탁만 놓여있는 주방이었다. 때문에 통닭이 저녁으로 딸이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손에 종이쪼가리 하나씩 들고 있었다.
아마 예약을 먼저 받은 모양이다. 호명하는 이름에 따라 한 명씩 와서 본인의 종이를 주었고 칠판의 종이가 떼지며 통닭을 가져갔다. 예약을 해야만 먹을 수 있나? 싶어 번역기를 돌려 물어보았다. 아니란다. 얼마나 기다려야 되나 싶어 물어보니 20분 기다리란다. 그렇게 통닭을 기다리기 시작했고 정확히 20분의 2배인 40분이 되어서야 한 마리를 살 수 있었다. 40분이나 기다렸음에도 40분을 기다린 것보다, 그렇게 기다려서라도 통닭을 살 수 있음에 감사했다.
숙소로 돌아와 씻고 빨래를 하고 통닭을 먹었다. 한국의 푸드트럭 통닭 맛과 똑같다. 맛있다는 거다. 퍽퍽 살까지 다 먹었다. 점점 음식 남기는 일이 없어지고 있다.
<오늘의 기록>
이동 도시 Bercianos del real camino 5:40 -> Mansilla de las Mulas 12:20
거리 26.8km (공식 26.1km)
걸음 40.462
내일도 부엔까미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