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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국현 Jun 05. 2023

사랑한다면 발레처럼

 “너에게 난 해 질 녘 노을처럼 한 편의 아름다운 추억이 되고 소중했던 우리 푸르던 날을 기억하며 후회 없이 그림처럼 남아주기를~” 첫사랑은 노래 가사처럼 항상 아리고 아련하다. 괴테는 첫사랑에 대해 “첫사랑은 유일한 연애다.”라고 말했고 단테는 첫사랑 베아트리체를 모티브 삼아 신곡을 썼다고 한다. 이 책은 네가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를 가정해서 썼어. 네가 이 글을 읽은 시점에 너의 첫사랑이 지나갔는지, 아직 예정인지는 모르겠지만 첫사랑은 인생에 있어서 큰 사건이라 할 수 있지. 첫사랑이 내 인생의 사랑의 원형이 되어 그 이후의 모든 사랑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사춘기 시절 성 호르몬의 왕성한 분비로 인해 신체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이성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게 되지. 우리가 사랑이라고 느끼는 감정은 사실 호르몬의 지배를 받는 생물학적 현상이다. 식물을 제외한 나머지 생명들은 목표를 향해 움직이는 존재들이야. 움직이려면 움직이고 싶어야 하지. 이 역할을 도파민이 한다. 마음에 드는 이성을 만나면 도파민이 분비되고, 교감 신경이 활성화되면서 접근하고자 하는 동기가 생긴다. 그리고 그 사람만 보이고 주변 배경은 흐려지는 아웃 포커스 현상이 일어나지. 두려움과 위기 탐지 기능을 담당하는 편도체와 상대의 의도를 파악하거나 예측하는 능력을 지닌 전전두피질이 비활성화되면서 눈에 콩깍지가 씐다. 사랑을 하면 눈이 먼다는 말은 뇌과학적으로 근거 있는 사실이야. 콩깍지 상태의 뇌는 마약에 심취한 뇌의 상태와 비슷하다고 해. 이때 분비되는 세로토닌은 세상을 더 아름답게 보이게 하지. 세상이 달라 보이는 신비한 체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사랑의 몰입 현상은 길게는 1년 6개월, 짧게는 1년을 넘기기 어렵다. 사랑에도 유효기간이 있는 셈이야. 유효기간이 있는 이유는 사랑의 몰입은 뇌의 에너지 소모가 매우 커서 이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다른 일을 전혀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랑을 해보면 안다) 이 유효기간이 끝나면서 대부분의 첫사랑은 끝나게 된다.  유효기간이 먼저 지난 사람이 아직 유효기간이 남은 상대에게 상처를 입힌다. 영원할 것 같았던 사랑이 무너지면서 자괴감과 함께 세상에 대한 신뢰도 같이 무너진다. 강렬했던 경험도, 세상이 무너지는 경험도 모두 처음이기 때문에 무척 혼란스럽다. 


 남자는 첫사랑을 가슴에 묻는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엄마는 오랫동안 아빠 가슴속에 묻혀 지냈다)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이유는 초두 효과 primacy effect 때문이라고 말한다. 초두 효과란 먼저 제시된 정보가 추후 알게 된 정보보다 더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말해. 사람을 볼 때 첫인상이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것도 초두 효과 때문이라 할 수 있지. 경제학적 관점으로 보면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 적용된다. 이득이 하나씩 추가될 때마다 그에 따른 효용이 줄어든다는 이론이야. 처음 먹는 초콜릿은 맛있지만 계속 먹게 되면 질리는 현상과 같아. 초두 효과와 한계효용의 체감의 법칙은 첫사랑의 행복감과 만족감이 그다음의 경험에 비해서 너무나 강렬하기 때문에 기억에 항상 남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끝나면 모든 것이 잊히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것에 대해 기억에 남는 현상을 자이가르닉 효과, 일명 미완성 효과라고 한다. 학창 시절에 시험을 볼 때 시험이 끝난 과목들은 공부했던 것을 깡그리 잊어버리지만 아직 시험을 보지 않은 과목은 계속 기억에 남는다. 사람들은 보통 완결된 일 보다 완결 짓지 않은 일을 더 잘 기억해. 완결되지 않은 문제는 해결될 때까지 기억 회로가 긴장하고 있기 때문에 기억에 더 오래 남는다. 한 회의 드라마가 끝날 때 완결을 짓지 않고 끝나는 이유도 이 자이가르닉 효과를 노린 것이야. 첫사랑은 대부분 서툴러서 어설프게 끝나고 후회를 남기는 경우가 많아. 모든 것이 처음이기 때문에 서투른 첫사랑은 제대로 마무리 짓지 못해 항상 기억에 생생하게 남는다. 


  므두셀라 증후군도 첫사랑을 오래 기억하게 한다. 므두셀라는 구약에 등장하는 인물로 노아의 할아버지이며 969살까지 살았다고 해. 그는 나이가 들수록 과거의 좋은 기억만 떠올려서 그의 이름을 빗대었다고 한다. 추억을 아름답게 포장하거나 나쁜 기억은 지우고 좋은 기억만 남기려는 심리 현상을 말하지. 기억 왜곡을 동반한 일종의 도피 심리라고 할 수 있어. 이별한 사람을 미화하는 것이 대표적인 특징이야. 사람은 힘들거나 외로우면 좋았던 과거로 회귀하려는 심리가 있어. 과거로 회귀하면 현실에 집중하기 어렵다. 추억은 소중히 간직하되 현실과 공존해야 한다. 프랑스 소설가 오노레 드 발자크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추억은 삶을 아름답게 만들지만, 삶을 견딜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은 망각뿐이다.” 


 첫사랑 잊는 법은 짝사랑을 잊는 법과 동일하다. 좋은 기억은 추억으로 남기고 나쁜 기억은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짝사랑이든 첫사랑이든 상처를 극복하면서 주체성을 확립하게 된다. 첫사랑을 할 때에는 내 삶의 경계가 허물어져 내가 상대방인지 상대방이 나인지 헷갈리는 경험을 한다. 첫사랑이 끝날 때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하면 자기 목소리를 잃어버린 에코의 신세가 된다. 사람과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 속에 사람에 대해 많은 공부를 할 수 있어. 사랑은 여행과도 같아. 나로부터 멀어졌다가 다시 나에게로 오는 여행이지. 그 여행이 반복되면서 정체성과 주체성을 재정립하게 되고 진정한 소울메이트를 만나게 된다. 


  상실이 인생의 일부 이듯 이별도 사랑의 일부이다. 이별 후에도 애도 기간이 필요해. 사랑이 잘 떠나갈 수 있도록 충분히 슬퍼해야 한다. (그 대신 기간이 너무 길면 안 된다) 그래야 상처가 잘 아물고 새로운 사랑을 다시 할 수 있다. 이별할 때도 에티켓은 필요하다. 아름다운 사랑은 이별할 때 증명된다. 이별은 사랑의 끝이 아니야. 이별은 삶의 성장통이다. 대나무는 일반 나무보다 성장 속도가 빨라. 쑥쑥 자라다가 중간에 성장이 더딘 때가 있어. 마디를 만드는 때이다. 마디가 없는 대나무는 자라다가 그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부러지게 된다. 대나무의 키가 클 수 있는 이유는 ‘마디’가 있기 때문이야. 이별을 승화하면 내 인생의 마디가 된다.


 아리스토파네스의 연설처럼 인간은 자신의 반쪽을 찾아 나서는 존재들이야. 하지만 자신의 반쪽이라 믿은 사람과 합쳐보면 생각과 달리 막상 틈이 많다는 걸 알게 된다. 사랑을 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상대를 사랑한다 말하면서 실제로는 자기 자신을 사랑한다. 호수에 비친 자기의 모습을 사랑한 나르키소스처럼 타인의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사랑하는 것이지. 인간은 자신의 모습을 직접 볼 수 없기 때문에 타인이라는 거울이 필요해. 그 거울에 비친 나의 이상적인 이미지를 사랑하는 것이지. 그 거울이 내가 상상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거울이 변했다고 생각해. 하지만 유리로 만들어진 거울은 변신 능력이 없어.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그 사람에 대한 해석이 변한 것이야. 원효대사가 당나라 유학 길에 마신 해골바가지와 같다. 갈증이 심했을 때에는 세상 그 어느 물보다 달콤하고 시원한 물이었지만 실상을 알고 나서는 구토를 하는 것과 같다. 해골바가지의 물은 변한 적이 없다. 


 서로의 틈이 벌어지는 주된 이유는 이기심에서 비롯된다. 돈이 없어서 돈 있는 이성을 구하고, 외로워서 위로해 줄 사람을 구한다. 상대도 마찬가지 이야. 그렇게 서로 이기적인 마음으로 관계가 시작되니 유효기간이 지나 사랑의 콩깍지가 벗겨지면 상대가 변했다고 생각한다. 이득을 보고자 상대를 골랐으면 철저한 비즈니스 관계로 유지하면 된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기는 비즈니스 마인드로 지내면서 상대는 자기를 순수하게 사랑해 줄 것을 요구한다. 사랑의 이율배반이다.

   

  혼자 지내면 외롭고, 연애하면 귀찮고, 그래서 헤어지면 또 외롭고. 그러면서 뫼비우스 띠처럼 무의미한 관계가 반복된다. 외롭다고 사랑을 갈구하지 않으려면 우선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아야 해. 고독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만이 상대를 외롭게 만들지 않는다. 고독과 외로움은 구별해야 한다. 외로움은 혼자 있어 쓸쓸한 부정적 감정 상태를 말하고 고독은 혼자 있어도 즐거운 긍정의 상태를 말하지. 외로움을 감소시키려면 고독력을 키워야 해. 우리 시대의 문제는 만성적인 외로움이 아니라 고독의 부재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고독을 가르치지 않아. (혼자 있으면 소비가 늘어나지 않으니까) 혼자 있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스스로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이야. 고독을 즐기게 되면 타인을 구속하지 않아. 외로움을 고독으로 승화해야 한다. 홀로 있어도 빛이 나야 한다. 스스로 빛나는 존재를 별이라 부르지. 고독의 융합만이 나를 별로 만들어준다.


 연애가 어려운 이유는 그동안 실패했던 관계의 두려움이 앞서기 때문이야. 서로 기질이 다르고 살아온 역사가 다르다. 어릴 적 형성된 애착 관계가 성인이 되어서 연애 관계에도 영향을 준다. 연애를 하면 다시 어린아이가 되면서 과거의 불시착했던 애착이 다시 살아난다.

 

 회피형 애착을 가진 사람은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이성적인 매력이 있을 수 있으나 갈등이 생기면 말 그대로 도망 다니고 잠수를 탄다. 불안형 애착의 소유자는 소위 말하는 금사빠이다. 상대방이 나를 얼마나 좋아하는가에 집중한다. 혼돈형 애착자는 카오스 그 자체이다. 다가왔다가 멀어지는 것을 반복한다. 이렇듯 연애가 어려운 이유 어린 시절 결핍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야. 연애를 하기 앞서 스스로 자기를 돌볼 수 있는 자기 양육자가 되어야 한다. 연애를 반복해서 실패하고 있다면 나의 연애를 방해(?)하고 있는 내 안의 어린아이를 들여다봐야 한다.

 

 이런 정서적 결핍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을 우리는 ‘소울메이트’ 혹은 ‘천생연분’이라 부른다. 경제적 결핍의 해결도 중요하겠지만 경제적 결핍은 채워지고 나면 다시 기본값으로 회귀된다. 돈이 사랑을 보장해주지 않아. 법륜 스님 말씀으로는 돈이 많아서 아무런 걱정이 없다는 사람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한다. 돈 때문에 행복하다면 돈이 주인공이 되고 두 사람은 그저 조연이 될 뿐이지. 


  양자역학 관점으로 보면 존재하는 모든 것은 떨고 있다. 소리와 빛도 모두 떨림의 현상이야. 존재하는 모든 것은 각자 고유한 진동수를 가지고 있어. 어떤 고유의 진동수에 다른 진동이 가해지면 증폭이 일어난다. 이를 공명이라 해. 대표적인 현상이 라디오가 있다. 특정 고유진동수와 라디오 기기의 고유진동수가 일치하면 그 채널의 신호를 수신하여 라디오를 들을 수 있어. 하늘에 수많은 방송국 전파가 날아다니지만 특정 라디오에 특정 채널만 나오는 이유이다.


 사랑도 마찬가지이다. 나와 공명이 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사랑이다. 어떻게 해야 나의 공명을 찾을 수 있을까? 나의 울림을 찾는 방법 중에 가장 좋은 방법은 나의 상처를 솔직히 보여 주는 것이다. 상대방이 내 상처를 보는 것을 거부한다면 그 사람은 나의 울림이 아니다. 나의 상처를 들여다 보고 같이 아파하면서 치유할 수 있는 연고가 되려고 노력하고, 덮어주는 반창고가 되어 준다면 내 떨림에 반응하는 울림을 찾은 것이다. 너도 마찬가지야. 상대의 상처를 거부하지 않고 내 상처처럼 생각한다면 사랑의 메시지가 도착한다. “띵동~ 당신의 반쪽을 찾으셨습니다~.” 이제 두 사람의 공명은 세상을 향해 연주하는 듀엣이 되었다. 


  새로운 사랑은 새로 태어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아빠도 엄마를 만나 다시 태어났고 너를 만나 또다시 태어났다) 연애 초기의 과도한 도파민의 분비가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해 준다. 동화에서는 야수가 사랑을 함으로써 왕자로 다시 태어난다. 현실에서도 사랑을 통해 개과천선, 환골탈태하는 사람들도 많다. 고구려 국민 바보 온달은 평강공주의 사랑으로 인해 나라를 구하는 영웅으로 새로 태어난다. (바보 온달 이야기는 삼국사기 열전 제45권 온달전에 기록되어 있는 엄연한 역사적 기록이다)

 

  사랑은 아쉽게도 유효기간이 있다. 하지만 유효기간이 넘어도 유지되는 사랑이 있어. 그것은 발효되는 사랑이야. 두 사람의 사랑이 발효가 될지, 썩을지는 일정 기간이 지나 봐야 알 수 있어. 적어도 같은 계절이 두 번씩은 바뀌어야 알 수 있지. 사랑의 기간이 오래되면 될수록 둘 사이에 불순물이 자꾸 끼게 마련이야. 이 불순물을 서로 잘 처리해야 발효가 될 수 있다. 대표적인 불순물이 집착과 비교이다. 상대에게 무언가 자꾸 요구한다는 것은 상대를 나의 판타지에 맞게 바꾸려는 집착일 뿐이야. 집착하면 사랑은 미저리 같은 영화가 된다. 그리고 비교하지 말아라. 비교는 불행해지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야. 미디어에서 표현하는 사랑과 절대 비교해서는 안된다. 미디어는 판타지를 만들어 파는 장사꾼일 뿐이야. 집착과 비교를 버리면 사랑은 즐거운 여행이 될 수 있다. 


 갈등이 생긴다면 서로 솔직하게 대화하면서 극복하는 회복력을 가져야 해. 사랑의 정의를 모르기 때문에 갈등이 생긴다. 사랑의 정의에 대한 재정립이 필요한 시점이야. 갈등은 서로의 사랑을 재정의할 수 있는 인생이 주는 과제이다. 같이 잘 풀어야 하지. 갈등은 서로를 더 잘 알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기도 해. 상대를 더 이해하고 이해한 만큼 사랑하게 된다. 사랑은 영원한 삼각 달리기야. 계속 서로의 리듬에 맞춰야 하지. 사랑은 수행이다. (아빠를 보면 알 수 있다) 이 수행만이 사랑을 발효하게 하고 그 힘으로 삼각 달리기를 완주할 수 있다.

   

 사랑을 책에 비유해 볼게. 연애는 ‘너’라는 책을 사는 것이야. 표지와 목차가 마음에 들어 그 내용을 읽어보기 위해 책을 구매한다. ‘ㅇㅇ란 무엇인가?’라는 책은 대체로 어려워. 대표적인 책이 ‘정의란 무엇인가’와 ‘역사란 무엇인가’가 있다. 책을 산 사람은 많아도 끝까지 완독 한 사람은 별로 없다. ‘너란 무엇인가’라는 책도 마찬가지야. 어렵기 때문에 중도 포기한다. 그런데 ‘정의란 무엇인가’와 ‘역사란 무엇인가’를 구매한 사람들은 대부분 완독 하지 못했지만 희한하게도 다 아는 척을 한다. 사랑도 마찬가지이다. ‘너란 무엇인가’를 완독 하지도 않았으면서 너를 세상 누구보다 더 잘 안다고 착각한다. 착각은 자유이지만 사랑에서의 착각은 서로에게 상처만 안길 뿐이야. ‘너란 무엇인가’를 알기 먼저 ‘나란 무엇인가’에 대한 공부가 먼저 필요하다.

 

 누군가 만나기 전에 상대가 책을 읽는지 꼭 확인해라. 독서를 하지 않는 사람은 성장할 수가 없다. 영원한 어린이이다. 독서는 내 안의 있는 별을 연결해 주지. 독서를 하지 않는 자는 꺼져가는 별과 같다. 좋은 사람은 만나고 싶다면 네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해. 끼리끼리 만나는 법이니까. 만약 사랑을 기다리고 있다면 너의 열매를 가꾸어야 한다. 네가 읽고 머리에 새기는 것들이 너의 말과 행동이 되고 그 결과물이 너의 열매가 된다. 그 열매를 보고 그 열매에 어울리는 새가 날아오는 법이다.

   

  사랑은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에너지이다. 약 4백만 년 전 인류를 나무에서 초원으로 내려오게 한 힘도, 약 6만 5천 년 전 바다를 건너 호주 대륙으로 간 힘도,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게 하는 힘도 모두 사랑이라는 에너지 덕분이다. 사랑은 최고의 교양이야. 사랑을 모르면 사회도 역사도 제대로 알 수 없다. BC13세기 그리스 왕 메넬라오스는 트로이에 빼앗긴 아내 헬레네를 되찾기 위해 트로이와 전쟁을 벌였다. 이처럼 역사의 숨은 원동력의 대부분은 사랑에서 비롯되었다. 사랑이 없었다면 예술도 없다. 진화심리학자 제프리 밀러는 본인의 저서 ‘연애’에서 예술이 발달한 이유는 예술적 재능이 뛰어난 사람이 구애에 성공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콘스탄체, 클라라, 조르주 상드가 없었다면 우리가 듣고 감동하는 모차라트, 슈만, 쇼팽의 음악은 없었을 것이다.


 발레의 ‘파드되’는 아름답다. 파드되 pas de deux는 발레에서 두 사람이 추는 춤을 뜻하는 프랑스어이다. 파드되는 수석 무용수만이 할 수 있다고 해. 수석무용수가 되기 전에 솔리스트라는 단계를 거쳐야 한다. 솔리스트는 독무를 출 수 있는 무용수야. 듀엣을 하는 수석무용수가 되기 위해서는 독무를 완벽히 출 수 있는 좋은 솔리스트가 먼저 되어야 하지. 내가 먼저 내 몸을 완벽하게 컨트롤할 수 있어야 상대 무용수를 배려하고 리듬을 맞춰 가면서 공연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구의 중력을 벗어나려는 듯한 지크프리트의 점프와 목을 길게 빼고 발 끝으로 꼿꼿이 천상으로 날고자 하는 오데트의 몸짓은 남녀의 사랑을 최고의 예술로 승화시킨다. 발레는 축구선수만큼의 운동신경과 지구력, 음악가만큼의 음악성, 연기자의 연기력, 시인의 시적 감수성을 필요로 한다. 축구선수는 힘든 상태를 표정으로 드러낼 수 있지만 발레 무용수는 그 힘듦을 숨겨야 하는 인내심까지 요구한다. 사랑도 발레처럼 할 수 있다면 세상이라는 무대는 멋진 예술이 될 수 있다. 


 사랑은 신비한 현상이다.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더 기쁘다. 서로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어야 한다. (나무를 파먹는 벌레가 되지 말고) 배고픔은 잠시 참을 수 있지만 평생 참을 수 없듯이, 사랑은 잠시 대체할 수 있어도 사랑 없이 인생을 살 수는 없다. 사랑은 무엇인가? 잘 모르겠으면 사랑은 그냥 모든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사랑하라. 그러면 영원회귀의 법칙에 의해 영원히 하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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