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시
오랜만에 버스를 탔다.
내 차보다 요란하게 덜컹거리는데, 이상하게 마음은 편했다.
운전대를 잡지 않으니 손이 자유롭고, 등은 의자에 기대 있었다.
햇빛이 스며드는데, 굳이 커튼을 닫지 않았다.
눈을 감으니 그 햇빛이 내 얼굴을 쓰다듬는 것 같았다.
가방 속의 책이 생각나 이어폰을 꽂고,
밤의 풍경 같은 음악을 틀며 책을 펼쳤다.
덜컹거리는 진동에 글자들이 춤을 추었고,
오래 읽지는 못했지만 그 잠깐이 참 여유로웠다.
낮인데도 밤처럼 평온했고,
나는 그 속에 잠시 앉아 있었다.
행복하다, 그런 생각을 했다.
커피를 사러 밖에 나왔는데,
날씨가 참 맑았다.
재촉하던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하늘에 흰 구름을 올려다보았다.
어떤 여성이 다가와
핸드폰으로 하늘을 찍었다.
그 순간,
바쁘게 흐르던 하루가 잠시 멈췄다.
내 작은 여유가
다른 이에게도 전해진 듯해
괜스레 마음이 좋았다.
살아 있는 일상,
그렇게 이어지는 여유가 참 고마웠다.
바다를 바라보다 보면,
가끔은 물에 잠기듯 오랫동안 생각에 잠긴다.
그건 그리움 때문일까.
아니면 흘러간 시간 때문일까.
잔잔히 밀려오는 물결을 보고 있으면
지나온 세월이 밀려와
쓰린 마음을 달래고,
저 멀리 반짝이는 불빛들은
빠르게 흐른 시간의 흔적을 비춘다.
그곳에서 여전히 일하고 있을
누군가의 노고가 떠오를 때면,
가슴이 다시 미어온다.
세상은 너무도 빠르게 흐른다.
손을 내밀어 잡으려 해도
물결처럼 스쳐 지나가며
단 한순간도 기다려주지 않는다.
머무는 건 결국 나 혼자,
시간은 묵묵히 흐를 뿐이다.
겉보기엔 같은 물결이지만
각자의 속도와 무게로 흘러
결국은 저 넓은 바다로 향하듯,
우리의 삶도 그렇게 번져가고 있겠지.
잠시 사유하는 일조차
어쩌면 사치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오늘도,
이 생각을 바다에 두고 돌아선다.
이것이 아닌데, 모든 게 어긋나 버렸다.
마치 나사가 하나 빠진 시계처럼,
내 시간은 너의 시간보다 조금씩 느리게 흘러가고 있었다.
처음엔 단 5분,
그다음엔 10분,
그렇게 조금씩 틈이 벌어졌다.
어느 날, 그 차이가 한 시간이 되어버린 날.
우리는 같은 여섯 시를 약속했다.
너는 로데오거리에서 30분을 기다리다 떠났고,
나는 15분 일찍 도착했지만
너는 이미 없었다.
그날, 나는 한 시간도 두 시간도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시간이 멈춘 건 아니었다.
단지, 나의 시계가
너의 시계와는 다른 곳을 향해 가고 있었을 뿐이다.
우리는 같은 여섯 시에,
같은 장소에 있었지만
결국 서로 다른 시간 속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