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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언니 Feb 05. 2024

SF 소설이 좋아

자이언트북스 출판사 팬

 김서해, 김초엽, 천선란 작가님들의 책을 좋아한다. 좋아한 지 얼마나 됐냐고 묻는다면 5개월 정도?

그전까지만 해도 SF소설은 내 취향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먼 미래의 이야기에 감정이입이 더디게 되는 이유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지금껏 읽었던 소설류가 밝은 밤, 눈부신 안부 같은 서정적인 소설 또는 달러구트 꿈 백화점, 불편한 편의점,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 같은 판타치 소설을 즐겨 봤기 때문이기도 하다. 전혀 다른 장르의 소설을 좋아하게 된 계기는 병원 환자로 온 16살 중학생 여자 아이의 추천이 있었다.


평소 책을 좋아하는 원장님과 나와 이 아이는 그날 책에 대해 얘기를 하게 되었다. 셋의 관심사가 달랐기에 원장님과 나는 그 아이가 읽은 책에 대해 묻기로 했다.

"최근에 무슨 책 봤어?"

"지구 끝의 온실이라는 책 보셨어요? 저 그 책 보고 너무 슬퍼서 엉엉 울었어요. 몇 번을 반복해서 봤는지 모르겠어요. 너무 감동적이고 슬퍼요. 지금도 말하면서 그때 감동이 올라와요."

 

 책을 좋아하는 그 나이 때 아이가 드물었거니와 그 책을 생각하면서 감정이입 되는 아이를 근래에 본 적이 없어서였을까? 그 책의 제목은 흐뭇한 잔상을 남기며 내 뇌리에 박혔다. 언젠가는 봐야지 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몇 개월을 잊고 지냈었는데, 집 근처 스마트 도서관에 그 책이 화면에 떴고, 대출할 수 있게 되었다. (스마트 도서관은 시립도서관보다 책이 비교적 깨끗해서 더 읽기가 좋다.) 책을 받아 들고 표지를 훑고 나서야 그 책이 SF소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 내가 완독 할 수 있을까?'


 역시나 초반에는 책에 쉽게 동화되지 못했다. 그래도 하루 50페이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읽어나갔다. 그러면서도 그 아이의 눈물포인트를 찾을 때까지 그때까지는 진득하니 읽어보기로 하자. 싶었다.

 '음, 이 부분은 무슨 장면인거지?, 이 부분은 좀 경이롭긴 하네, 아니 지구가 왜 이렇게 된 거야? 세상에나 뭐야 이거, 이럴 수 있는 거야?, 안돼. 그러지 마!!!'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그 아이처럼 펑펑 울만한 부분은 찾았지만, 눈물이 나진 않았다. 나는 사춘기 소녀는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도 그 소설을 읽고 난 후 여운은 생각보다 꽤 오랫동안 마음속에 남아있었다. 인간과 안드로이드 로봇 그리고 폐허 된 지구. 그리고 어디서나 등장하는 기득권층 인간들의 이기심과  평범한 사람들의 생존을 위한 고군분투 등등은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궁금해졌고, 이내 책 속에 푹 빠져버렸다.


 그게 시작이었다. 도서관에서 작가들의 이름을 검색창에 넣고, 책을 빌리고, 소장하고 싶으면 책을 구매했다. 예전에 누가 그랬다. SF소설은 미래의 모습을 적어 놓은 것이라고, 그러니 그 소설들을 주의 깊게 봐야 한다고 했다. 재난 영화도 마찬가지였다. 어쩌면 우리는 미래를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미 예상가능한 것들을 시각화했으니 말이다. 이야기 전개 속에서 고민하는 주인공들의 심리들을 풀어쓴 부분을 읽을 때마다 결코 가볍지 않았다. 브런치에 소설을 연재하면서 그런 부분은 너무도 닮고 싶다. 머릿속으로 우리가 하는 생각들을 글로 표현한다는 것 자체가 쉬운 듯 어려운데 그것들을 이 작가들은 너무도 잘 표현하고 있었다. 최근에 읽은 너는 내 목소리를 닮았어 가 특히나 그랬다. 소설책 치고 얇지만 감정이입되고, 얇지만 이야기 구성은 꽉 차있었다.


 최근엔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의 단편소설을 엮은 앤솔로지 책을 읽었다.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 라는 책인데, SF소설 맛보기 용으로 아주 제격이다. 누구라도 좋으니 SF소설을 꼭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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