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는 세 대의 차에 옹기종기 나누어 타고서 무함마디아로 향하는 길이다. 무함마디아는 카사블랑카에서 20km 내외의 거리에 있는 해변의 휴양도시이다.
아이들은 벌써부터 수영할 생각에 신이 났다.
"나는 사브레 비치가 좋아요! 다른 해수욕장도 있지만 사브레가 최고예요."
레일라 언니의 세 아이 중 둘째인 이나스는 사브레 비치가 눈앞에 있는 듯 설레는 표정을 지으면서 나에게 재잘거린다.
사브레. 프랑스어로 모래라는 뜻이라고 한다. 사브레라는 이름의 과자가 떠오른다. 왜 이름이 사브레인가 했더니 모래처럼 까끌까끌한 식감때문에 그런 것이었구나.
그날 오후 도착한 사브레 비치는 왜 이나스가 그토록 노래를 불렀는지 단번에 나를 이해시켰다. 사브레(모래)라고 부르기엔 더욱 부드러운 고운 입자의 흙이 발가락을 감싸고, 너무 차갑지 않으면서 깨끗한 바닷물은 저 멀리서부터 커다란 파도가 되어 힘차게 밀려온다. 우리는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바다에 풍덩 뛰어들었다. 이나스는 파도타기용 작은 보드를 들고 파도에 몸을 맡긴다.
"꺅 저기 봐요! 엄청 큰 파도예요!"
사브레 비치의 파도는 엘자디다의 해수욕장에 비해 훨씬 커서 보드나 튜브를 타기에 좋다. 이나스의 남동생 야신(우리집 막내)은 아홉살인데다 또래에 비해 몸집이 작은 편이라 파도가 한번 치면 몇미터를 피융 실려 모래밭까지 떠밀려 간다. 그 모습이 작은 아기오리 같아서 나와 남편은 깔깔 웃었다.
우리가 노는 동안 엄마와 레일라는 가져온 홉스, 참치캔, 치즈 등을 가지고 샌드위치를 만들고 기다리고 계셨다. 평소라면 그저 그랬을 참치 샌드위치인데 물놀이 후에 먹으니 별미 중 별미였다.
"비니~ 비니~"
"까호아~ 까호아~"
"라 글라-스. 라 글라-스."
*비니: 도넛과 비슷하게 쫀득하게 튀겨서 겉에 설탕을 뿌린 빵
*까호아: 모로코 말로 커피라는 뜻.
*라글라스: 아이스크림. 프랑스어.
모래사장을 돌아다니며 간식거리를 파시는 상인들의 소리이다. 대표적 간식은 비니, 커피, 아이스크림 이렇게 세가지이다.
비니는 우리나라의 꽈배기와 비슷한 맛이다.
커피는 말 그대로 커피이지만 바닷가에서 파는 커피는 조금 다르다. 커피에 몇가지 허브를 섞어서 끓여낸 것이라 커피보다는 커피향이 나는 차에 가깝다. 향긋하고 쌉쌀한 것이 내 입맛에는 딱이었다.
모로코의 바닷가에서 파는 아이스크림은 여러 종류가 있지만 그중에 가장 인기 있는 것은 '라바니'라고 불리는 네모진 아이스크림이다. 바삭하고 얇은 과자 사이에 셔벗같은 아이스크림을 가득 채워서 주는데 일반 콘 아이스크림보다 좀더 맛있고 그대신 좀더 비싸다.
아이스크림, 라바니.
우리는 비니를 몇개 사서 가족 모두가 나눠 먹었다. 단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지만 비니에 묻어있는 설탕은 어찌나 맛있던지. 근데 나중에 그냥 길거리에서 파는 비니를 먹었을 때는 바다에서 먹던 그맛이 나질 않았다. 그러니 비니 맛의 80%는 물놀이로 완성되는 셈이다.
배를 채우자마자 조카들은 다시 바다로 뛰어든다. 엘자디다에서도 매일같이 수영을 했는데 질리지도 않는가 보다. 하긴, 나도 매번 가던 대천 해수욕장에서 물놀이를 할 때랑 제주도까지 가서 물놀이를 할 때랑 설렘의 크기가 달랐던 기억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