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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울메이트 Oct 03. 2024

모로코를 떠나며

한 달이 한 주처럼 지나가고 작별의 시간은 빠르게 찾아왔다.


시어머니께서 빨아주신 배낭에서는 오랜만에 향기가 났다. 꼬릿한 발냄새가 나던 신발도 새것이 되었다. 빛바랜 헌옷은 두고 새옷으로 배낭을 묵직하게 채웠다. 가족의 사랑으로 재충전을 든든히 하고서 이제 여행의 2막을 시작하러 떠난다.


레일라 언니가 집에서 해준 헤나


옥상에서 구워먹는 양꼬치


왈리디아 비치에서 보낸 즐거운 하루


라바트 왕궁에서


바닷가 놀이공원에서


시디 부지드에서의 저녁 수영


?


물레 압둘라


긴 시간이라 생각했는데 가족들과 정신 없이 놀다보니 모로코의 여름도 끝이 났다. 



위의 사진들 중 마지막 사진은 조금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이는 '물레 압둘라' 라는 모로코의 전통 기마 경기이다. 말을 타고 총을 든 기수들이 팀을 이뤄 한줄로 나란히 말을 달리다가 총성을 울리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마치 한마리의 말이 달리듯이 가지런히 줄을 맞추어 달릴수록, 그리고 마치 한발의 총이 발사된 듯이 동시에 총성이 울릴수록 팀이 더 높은 점수를 얻게 된다. 또한 말을 달려 나갈 때의 퍼포먼스가 훌륭하다면 높은 예술점수도 얻을 수 있다.

물레 압둘라는 모로코 전역에서 이루어지는 축제이지만 그 중에서 엘 자디다의 것이 최대 규모로 열리기 때문에 물레 압둘라 시즌에는 전국에서 많은 관광객들이 엘 자디다로 몰려든다. 시어머니는 물레 압둘라 팬이셔서 거의 매년 보러 가신다고 한다.

이번에 마침 우리가 모로코에 간 여름 시즌이 물레 압둘라가 열리는 시기라서 시어머니랑 같이 보러 가면 딱이었는데. 그날 내가 가기 귀찮다고 대에서 뒹굴거리는 바람에 시어머니, 남편, 레일라 언니만 다녀왔다. 나중에 남편이 보여준 사진과 동영상이 너무나 역동적이고 멋있어서 후회가 아주 막심했더란다.. 다음엔 시어머니한테 볼을 꼬집어서라도 데리고 가달라고 해야겠다.



모로코는 방문하는 시기마다 그 개성이 뚜렷하여 언제 가도 색다른 모로코를 즐길 수 있다.

봄이나 초겨울에 가면 파릇한 자연과 쾌적한 날씨에 어딜가나 편하게 여행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여름은 국내외의 피서객들이 바닷가로 모여들어 낮밤으로 북적이는 모로코의 해변문화를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며 또한 물레 압둘라 경기도 볼 수 있다.

겨울철은 가이드를 동반한 산악 투어를 하기 좋은 계절이다. 모로코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 툽칼산은 겨울이면 눈이 쌓여 등산하기 굉장히 까다로워 가이드가 필수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산과 달리 나무도 적고 특히 눈이 오면 그 길이 그 길 같아 실종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로컬 가이드와 함께라면 겨울에만 볼 수 있는 설산의 장관을 볼 수 있고 눈 속에서 캠핑까지 할 수 있다고 한다. 겨울 툽칼산 등산은 언젠가 꼭 해보고 싶다.

라마단 기간에는 대부분의 관광지가 휴무라서 여행을 피해야 할 시기로 잘 알려져 있다. 근데 만약 현지인과 함께 홈스테이를 할 예정이라면 라마단 문화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오히려 아주 특별한 추억을 쌓을 수 있을 것이다.

이드 알 아드하 기간에는 집집마다 양을 잡아서 이드를 념하고 가족, 이웃들과 고기를 나누는 풍경을 볼 수 있다. 외지인들에게는 낯설면서도 이슬람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 중 하나를 볼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이드가 이미 지나버리긴 했지만 시어머니께서 냉동실에 보관해두셨던 양고기로 가족들과 작은 파티를 했다.




편에겐 오랜만에 이루어진 가족들과의 재회이자, 나에겐 네번째 모로코 여행이기도 했던 이번 여름. 시간이 어떻게 가는줄도 모르게 바쁘고 또 행복했던 한달이었다. 다음에는 한국에 계신 부모님과도 모로코에서 함께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바이바이 모로코. 곧 다시 만나기를.

그럼 다음 목적지 남부 아메리카 떠나보자!

렛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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