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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울메이트 Aug 13. 2022

아들 둘도 괜찮은 것 같아

시댁 식구를 소개합니다 - 7편

요즘 주변에 딸을 낳고 싶어하는 부부가 많이 보인다.

첫째가 딸이면 하나만 낳기도 하지만, 첫째가 아들이면 딸을 갖기 위해 둘 이상 낳는 경우가 꽤 있다는 얘기도 들어보았다. 아무래도 딸이 좀더 다정한 경향이 있어서 그런가보다.

근데 알리와 야히야를 보면 아들만 둘인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알리와 야히야는 붑커의 셋째 누나인 일함의 두 아들이다.

모로코 여행기에서도 한번 소개한 적이 있다.

https://brunch.co.kr/@c3cfb8c9fc7c4b8/14




Ali(알리). 붑커 못지 않은 장난꾸러기. 닮게 그리려고 애썼는데 특유의 개구스러움까지 그림에 담아내기가 쉽지 않았다.

둘은 서로 다른 매력을 가졌다.

요즘 유행하는 MBTI로 알리는 누가 봐도 E, 야히야는 누가 봐도 I다.



알리는 장난감 마이크를 잡고 거실을 무대삼아 노래하는 것을 좋아한다. 호응이 클수록 노랫소리도 커진다.   

영화 감독처럼 영상을 만드는 취미도 있다. 시나리오를 짜고 대사를 만든 다음 식구들에게 배역을 나눠주어 연기를 시키는데, 붑커에게는 보통 악역을 주고 나에게는 착한 조연을 맡긴다. 캐스팅을 찰떡같이 하는 알리 감독. 지금은 소소한 놀잇거리 삼아 하는 거지만, 나중엔 어엿한 작품을 만들지도 모른다. 소품도 준비하고 동선과 모션 기획까지 총괄하는데 그 실력이 제법이다. 미리 싸인을 받아둘까 싶다.




알리는 이따금 나에게 먼저 다가와 장난을 걸거나 모로코 언어를 가르쳐주기도 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는, 붑커와 영상통화를 할 때 붑커 옆에서 어슬렁거리다가 한마디씩 거들기도 한다. 반면 야히야는 저 멀찍이 있다가 붑커가 부르면 웃으면서 슬그머니 다가와 나에게 인사한다.  


       


Yahya(야히야). 실물과 너무 똑같아서 그려놓고 살짝 소름이 돋았다. 둘 다 열심히 그렸는데 야히야를 그릴 때 좀더 컨디션이 좋았던 걸까..알리 미안!

식구들 사이에서 야하야는 공식 '아티스트'로 통한다.

소파 한쪽에 앉아 홀로 기타를 치 걸 자주 볼 수 있는데 옆에 가서 알려달라고 하면 손가락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진지하게 알려준다. 누가 가르쳐준 게 아니 혼자 유튜브를 보고 연습했다고  놀랍고 대견했다.

특히 미술에 뛰어난 재능이 있어 그림 그린 걸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야히야는 내게 먼저 말을 거는 일이 별로 없지만, 가끔은 누구보다 내 맘을 잘 알아준다. 가족들과 얘기하다가 내가 잘 못알아듣는 것 같으면 옆에서 쉬운 영어로 통역도 해주었고, 모로코에서의 한달이 훌쩍 지나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타러가던 날에는, 떠나는 날이라 그런지 내 얼굴이 슬퍼보인다며 위로의 눈빛을 보내주기도 했다.      





두 형제는 이렇게 다른 면이 많으면서도 우애가 깊다. 무엇보다 두 사람 모두 착하고 사랑스럽다는 점이 닮았다.

꼬꼬마일 때부터 봐서 그런지 알리와 야히야는 내 눈에 항상 아기같고 귀엽기만 하다. 이런 아들들이라면 딸이 없어도 괜찮을 것 같다. 아 물론 일함 누나의 생각은 다를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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