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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울메이트 May 13. 2023

마이산 탑사에 가다

결혼 전 친구로 지내던 시절, 2019년에서 2020년으로 넘어가는 겨울붑커가 우리집에 놀러온 적이 있었. 붑커는 일주일 정도 머물렀는데 당시 는 타지에서 일하고 있었고 휴가를 내기 어려웠어서 주일 내내 같이 있진 못했. 그렇게 붑커와 우리 부모님만 같이 있게 되는 시간이 생겼.

결혼 후에 남편이 말하길 그 때 사실 좀 섭섭했다고 한다.

붑커>> 생각해봐. 모로코에 너 혼자 왔는데 내가 가족들하고 너만 남겨두고 일하러 가버렸어. 그럼 얼마나 어색할거야, 그치! 나는 너 모로코 왔을 때 3일 휴가냈었는데 힝.

나>> 미안미안. 그땐 정말 어쩔 수 없었어.

그래 나라도 엄청 섭섭했겠다. 당황스럽기도 했을테고. 그때 조금 무리해서라도 휴가를 써볼걸 하고 후회가 되기도 한다.

그치만 이런 남편의 귀여운 토라짐이 무색하게도 남편은 그 때 엄마아빠랑 잘만 놀러다녔다고 한다. 물론 가 있었더라면 더 좋았을거라고 하지만.


엄마아빠와 갔던 곳 중 마이산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는 남편. 남편이 마이산을 방문한 날에는 비가 내리고 있어서 산의 절벽을 타고 내려오는 폭포가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덕분에 맑고 건조한 날에는 보기 어려운 귀한 장관을 볼 수 있었.

그림같은 마이산 탑사의 절경.


는 어려서 마이산에 가본 뒤로 안가본지 꽤 됐. 맑은 날에만 가봐서 남편처럼 비오는 날의 풍경도 보러가고 싶어졌. 마침 지난주에 비가 내려서 이때다 하고 마이산 탑사가게 되었.

둘이서 처음으로 같이 온 마이산.
작은 돌탑 위에 돌 하나를 얹고 부자되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었다.

비가 오는 날이었음에도 그동안의 오랜 가뭄 탓인지 폭포는 없. 그래도 절벽을 타고 실오라기처럼 떨어지는 물줄기 볼 수 있었는데 그도 나름대로 멋이 있었다. 졸졸 내려오다가 땅에 채 닿기도 전에 허공에 흩뿌려지는 물방울이 뿌연 안개를 만들면서 절과 돌탑을 비롭게 감싸고 있었.

탑사에서 내려가기 전, 방문객들이 여기저기 쌓아둔 돌탑 위에 우리도 돌 하나를 보태다.

붑커>> 신기하다. 돌이 자석처럼 찰싹 달라붙는 느낌이야. 설마 여기는 다른 땅보다 중력이 강한가? 

나>> 에이 설마. 근데 진짜로 잘 쌓아지네.

흉흉한 세상이 바로잡아지길 바라는 염원으로 지어진 탑라 그런지 묘한 영력이 느껴지는 듯한 착각도 들었. 우리 둘 다 돌을 하나씩 쌓고 기도를 올린다.

나>> 뭐라고 빌었어?

붑커>> 당연히 부자되게 해달라고 했지 하하!

농담이고. 백년이 넘도록 궂은 날씨에도 무너지지 않는 견고한 돌탑처럼 우리 모두 건강하게 해달라고 빌었다. 도 남편도 우리 가족들도, 그리고 여러분도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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