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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별 Nov 09. 2023

첫눈과 첫 김장

귀촌후 도전 첫 김장을 해 보다


귀촌을 해서 첫 눈을 맞이하고 또 생애 처음으로 첫 김장을 해 보았다. 둘 다 설레기는 마찬가지인데 암튼 길지 않은 인생에서 이렇게 새롭게 체험해가는 것을 가장 귀하게 여기는 나는 매번 새로운 경험앞에 무한 설레고 도전의식을 느낀다. 


첫 김장 후에 적은 글이다.      


고추값도 모르고 일전에 앞 집 부녀회장님댁 고추가루 열근을 사 두었었는데 올해는 고추값이 금값이란다. 잘 씻어 말린 빻은 가루를 받아서 아직 온기가 있는 채로 냄새를 맡았는데 아~ 이게 진짜 고추가루 냄새인가? 하면서 놀랐다. 마치 커피콩 새 봉지 뜯을 때처럼 다른 냄새지만 같은 신선함이었다.


대부분 내가 고추가루 사용하는 일은 김치 담을 때 보다 그냥 요리할 때였으니 평소 그렇게 냄새 맡을 일이 없었다. 암튼 없던 고추가루가 대량으로 생기니 이걸로 뭐하지? 하다 결국 올해는 늘 얻어먹던 김장을 손수 해 보기로 결심하게 되었다.


마침 고랭지 배추, 유기농 절임배추, 유기농 생강등 지인들의 각종 농사 수확물 소식도 여기저기 들려오기 시작하고... 누이좋고 매부좋은 일에 신명이 잘 나는 나는 일을 벌리기로하고 일단 재료구입에 들어갔다. 품질 좋은 새우젓을 미리 구입하고 시장가서 싱싱한 무우, 홍갓, 잔파, 미나리, 마늘 간 것등을 샀다.


그리고 김치 속 들어갈 야채를 손질하고 인터넷 레시피 3-4개를 프린트해서 휘리릭 훑으며 참조해가며 나만의 레시피로 절충, 합체하기 등등... 무우 채 부터 썰어 고추가루로 버무려 놓고 찹쌀풀 쑤어 식히고 창고에 가서 다시마 찾아 대파,멸치와 육수 다려놓고등... 남은 야채 잘게 썰어 거의 김치 속 속전속결로 준비완료~!      

고민한다고 없던 실력이 생기는 것도 아니니 하면서 어려운 일은 의욕상실 하기 전 눈 질끈 감고 속도전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나의 일 스타일이다 ㅎㅎ     





그렇게 김치속을 마련해놓고 배추 오기를 오매불망 목을 빼고 기다리는데 갑자기 오후 부터 때 아닌 첫 눈이 펑펑 나리기 시작한다. 첫 눈에 다들 처음 보는 눈처럼 설레지 않을 사람이 없을 거다. 나도 따라 기분은 업 되고 분위기 넘 좋은데 이러면 절임배추가 못 오지 않는가 말이다. 택배 온다는 톡 소식은 왔는데 아무리 밖을 내다봐도 택배차는 아니 오고 문자를 보내고 전화벨을 울려도 아니 받으신다.     


큰 도로에서 우리동네로 내려올 때 내리막길은 미끄러워서 눈이 와서 얼거나 하면 차가 못 다니기도 한다.


양념 버무려 놓은 거 시간 지나면 맛 없을텐데, 낼은 바빠서 못 하는데 하며 마음조리다 어둑 해 질 무렵에서야 다행히 배추가 도착했다. 그제사 늦었지만 신나게 버무려서 어제 부터 씻어둔 두 단지에 빼곡 채워넣었다.     

함께 온 유기농 제주도 유자도 굵은 소금으로 벅벅 문질러 씻어 얇게 채썰기로 유자차까지 완성~!!      

어설픈 김장한다고 난리 부르스를 치니 앞집 반장님께서 오셔 유자썰기를 도와주셨다. 아니었으면 나 혼자 밤늦도록 씨름하다 주말 일정까지 밀리며 몸살 날 뻔한 일인데...이렇게 고마울 수가~!


암튼 한번 해 보니 내 손으로 내 힘 닿는 데 까지는 이제 김장도 손수 해 먹어야 겠다는 근거없는 자신감까지 뿜뿜 생긴다. 나도 해 냈다는 생각으로 뿌듯해지면서 이제 아들들뿐 아니라 두루 나눠 먹을 생각에 벌써 부터 마음자리가 넉넉해지고 푸근해졌다.


이 겨울 눈 속에 갇히더라도 김치만 있으면 하얀 쌀 밥 한 그릇에 그냥 배부르고 행복해지지 않으랴 싶었다. 생전 처음 내가 담은 김치로 김치부자가 되고 나니  미리부터 등 따시고 배 부를 그런 저런 생각으로 자족자립의 미소가 빙그레 얼굴에 피어오른다.      


Ps 후기 평

~거의 All 유기농 재료로 비싸게 담근 김치가 기대수준에 못 미친다는
남편 말씀왈, 2%부족으로 뭔가가 빠진 맛이란다.
그렇게 말은 하고 머쓱했는 지 그냥 내 수고에 비해 작품이 못 미치니
아니 작품에 비해 내 가성비 수고가 너무 과다하니...등

결국  돈, 정성, 노력 들여서 맛이 없다는 말,
같은 말 다른 표현일뿐인데 그 말이 그 말이다.      
그래서 첫눈 오는 날 첫 김장하고 마음만 설레었다가
향후 이 삼년은 그냥 시누형님들 주시는 김치로 얻어먹고
봉투로 감사 답례를 했다.     


김장육수를 만들고 속 재료 준비하기
늦게 도착해서 마음을 졸였던 절인 배추 ㅎㅎ
한 꺼번에 몰아쳐 일을 하는 나는 같은 날 유자청 담기도 실행하느라 더 바빴다 ㅠㅜ
몸은 분주하면서도 마음은 창 밖 눈발을 내다보며... 설레며 평온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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