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보는 운동이든 하는 운동이든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내 생애 제대로 배워본 운동은 배드민턴이 다이고 쉬지 않고 하는 운동은 걷기 운동 하나뿐이다. 대부분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실내든 실외든 좀 더 다양한 운동을 즐긴다. 그리고 어떤 경기를 좋아하면 직접 경기장을 찾아가서 관람하기도 한다.
아들이 아빠 생일 맞춰 내려오면서 운 좋게 회사 Sky Box권이 당첨되었다며 야구 보러 갈 거라 했다. 자릿수가 무려 32석이라 아들 며느리 우리 부부 네 명이 아깝다며 같이 갈 사람 같이 가도 된다고 했다. 몇 군데 연락을 했지만 하루 전이라 다들 일정이 안 맞아 친구 부부랑 6명이 가게 되었다. 친구 부부는 원래 야구장을 다니는 팬들이라 친구 남편은 낚시도 포기하고 친구도 바쁜 일정 마치고 신나서 달려왔다.
아들이 엔씨를 다니고 창원 NC 다이노스 팀은 내가 사는 마산이 홈구장이니 안 그래도 가 볼 만했다. 그런데다 나로선 처음 가 보는 야구장 경기라 두루 특별한 체험이 되었다.
경기장에 입장하는 순간부터 생동감 넘치는 분위기를 느낀다. 팀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은 열성팬들과 들뜬 관중들에게서 나오는 텐션과 즐거운 기운들이다. 푸드 트럭 같은 것도 보이니 나에겐 어릴 적 소풍날과 운동회날의 분위기가 겹치는 것 같기도 하다.
경기가 시작되고 나서 선수들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관중들의 열띤 반응이 어우러져 와와~하는 함성과 함께 정말 운동회 같은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그날 상대팀 응원단이 거의 없어서 빈자리였음에도 8천 5백명 이상 관중이 왔다니 그 열기가 상당했다. 집에서 TV로 보는 쇼와 라이브 쇼의 차이만큼이나 함성과 열기의 에너지는 정말 달랐다. 마치 여행도 '세테기'나 '걸세로'로 보는 것과 내가 직접 하는 것이 다르듯이.
(세계테마기행, 걸어서 세상속으로)
아들이 웃으며 ‘엄마는 야구장 처음 오면서 바로 스카이 박스 관람하는 고점을 찍었네’라고 했다. 그래서 나도 ‘생전 등산 안 하던 엄마가 처음 오른 곳이 지리산 천왕봉인 거랑 같네’ 했다.
스카이 박스의 쾌적한 공간에는 소파, 테이블이 있어 음료와 간식을 즐기며 편안하게 경기를 볼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냉장고와 전자렌지, 현장중계를 하는 TV 스크린이 있고 실내에서도 창 밖으로 경기를 관람할 수 있었다. 그러다 와아~함성을 듣고 밖으로 나가면 바로 실외 경기장 관중석이 되어 실내와 실외를 자유롭게 오가며 경기를 즐길 수 있었다. 높은 위치 덕분으로 경기장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있고 경기 흐름을 한 눈에 더 잘 파악할 수 있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그날 NC는 경기 초반부터 홈런이 터졌고 어리둥절한 나는 친구의 해설과 함께 좀 더 경기에 몰입할 수 있었다. 야구장에서도 늘 있는 일이 아니라는데 그날은 홈런풍년으로 홈런이 4번이나 터졌다. 그러니 관중석의 노래와 응원은 더욱 열기를 더해갔고 덕분에 치어리더의 춤도 보며 나도 구장의 열띤 분위기를 흠씬 느낄 수 있었다.
화장실 다녀오면서 보니 어린아이들을 데려온 부모들이 텐트를 쳐서 애들을 쉬게 하면서 가족나들이로 경기를 즐기고 있었다. 친구나 며느리말이 요즘 젊은이들은 이런 실외 스포츠구장이 좋은 데이트 장소가 되기도 한다고 한다. 함께 소리 지르고 노래와 율동으로 생활의 무거웠던 스트레스를 발산하기 좋은 장소라서 그런가 보다. 치맥도 먹고 마시며 자기가 좋아하는 선수나 팀을 한 마음으로 응원하고 경기의 스릴을 즐긴다는 것이 생활의 활력소가 될 수 있으리라 본다.
나는 경기에 승부욕보다도 재미있는 경기가 좋다고 본다. 아무리 상대팀이라도 너무 점수를 못 내면 안타까워 재미보다 연민이 앞서는 편이다. 다행히 상대팀 키움은 8회에 가서 2점을 내고 영패를 면했다.
우리나라 축구선수들이 해외팀에서 많이 뛰듯이 야구에도 외국인 선수가 제법 있었다. 그날은 미국출신 선수 하트가 수훈선수로 뽑혀 인터뷰를 하는 장면도 봤다.
암튼 인생 살면서도 여러 간접체험도 있지만 아무래도 본인이 직접 체험해 보는 것보다는 못하듯 기왕 경기를 보려면 현장의 열기가 생생히 살아있는 구장으로 가 보는 것도 좋다는 걸 알았다.
계획했든 원치 않았든 이렇게 내게 오는 기회에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체험을 해보는 것은 언제나 좋은 것 같다.
야구장 간 것도 사실 하루 전날 아들이 말해줘서 알았듯이 내 인생에 다가오는 모든 기회에 나는 항상 열려있으려 한다. 그것이 내 의식을 확장하고 성장시켜 주는 최적의 기회라 보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에는 여행 인연의 지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서로 반가워서 만나자고 했다. 우리가 주고받는 수다 가운데 우리는 또 어떤 의식의 지평을 열어갈지 모른다.
어떤 모양 어떤 식으로든 나는 날마다 나를 양자도약하듯이 변화시켜 가며 그렇게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