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들꽃에 담긴 마음

꽃반지

by 반짝이는 엘리

화창한 햇살이 반짝이는 화요일. 도서관 동아리실 문이 열리고 한 회원분이 꽃을 한아름 들고 들어 오셨다.


"와~왠꽃이예요?"

"도서관 앞에 공원에 크로바가 많이 피었더라구요~옛날 생각나서 꽃반지 해주려고 가져왔어요"

동아리실은 순식간에 어린시절로 돌아간 듯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되었다.


"손녀한테 해줬더니 너무 좋아해서 오는 길에 많이 피었길래 생각나서 가져와봤어요"

손녀와 함께 산책하다가 토끼풀 꽃으로 꽃반지와 꽃팔찌, 화관까지 만들어 놀았다는 이야기에 귀여운 아이가 생각이 나서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능숙한 솜씨로 꽃대 두가지를 엮어 손끝마다 꽃이 피어났다.

특별한 향도 없고 길거리에 흔하게 피어있는 토끼풀 꽃. 그 작은 꽃에 이토록 다정한 마음이 담겼을까

동아리실에는 꽃향기도 은은하게 나는 듯하고 하얀 작은 꽃이 분위기를 더 화사하게 빛내주었다.

눈만 마주쳐도 까르르거리며 웃던 학창시절이 된 것 처럼 들뜬 마음이 되었다.


이날은 모두 손에 손에 꽃반지를 끼고 모임을 진행했다.

글을 읽으며 합평하는 시간에도 평상시보다도 조금은 더 다정한 말들이 오갔다. 꽃반지 때문이었을까?

우리의 마음 속에도 작은 꽃들이 하나씩 피어나는 듯했다.


여름비가 촉촉이 내리고 풀들은 무성해지고 들풀 사이 작은 꽃들도 피어난다.

오늘 치의 행복, 오늘 치의 감사

특별하지 않아도 되는 소소한 기쁨. 이만하면 괜찮지 싶은 마음들을 담아본다.

욕망과 열정으로 노력을 요구하는 세상에서 빠르게 변화하는 틈바구니 속에서 어쩌면 아무것도 아닌 작은 것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노오력하지 않는 삶일까?

오늘은 그저 지나가는 길에 피어있는 들꽃을 향한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 없다.

keyword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