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
적당한 간격
- 김 중 근
사랑하면 달콤하고 황홀할 것이라는 통념은 그렇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살면서 서로 적당한 간격을 유지해야 살 수 있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다가가면 갈수록 상처만 생기는 것들이 있어서 그렇다. 그 과정이 어쩌면 혹독해서 희비쌍곡선이 시도 때도 없이 반복되기도 한다. 보듬어 싶어도 품지 못하고, 만지고 싶어도 만지지 못한다. 고슴도치 사랑이 그렇다. 서로 적당한 거리에서 거리를 두고 사랑할 때, 상처받지 않고 살 수 있슴을 서로 잘 알고 있다.
고슴도치는 가시로 둘러싸인 몸을 가진 귀여운 동물이다. 다가가고 싶어도 찔리지않을 적당한 거리에 서있어야만 서로 편안하다. 서로를 보호하기 위해 가시를 내뿜기도 하지만, 다가가면 다가 갈수록 아픈 상처만 생긴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눈빛으로 사랑을 나눌 수 밖에 없다. 비록 서로의 체온과 온기를 나눌 수 없지만 아침 부터 저녁까지 서로 좋아할 일만을 생각하고 행동한다. 오로지 가시없는 마음과 마음으로 사랑의 꽃을 심고 향기를 뿌린다. 그러기에 늘 서로는 촉촉한 눈빛과 가시없는 마음으로 행복한 교감을 하게된다. 가시는 서로의 마음과 마음을 잇고 사랑을 기르는 달콤한 간격이 된다.
그러나 사람은 사랑하는 사이라면 서로 떨어지지 않으려고 한다. 필사의 몸짓으로 포옹하면서 헤어질 땐 아쉬움이 크다. 심지어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한 시라도 떨어질 수 없는 마음이 슬픔을 유발한 탓이기도 하지만 아담과 이브의 원태적(原態的)인 속성을 지닌 인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어쩌다 만날 수 없을 땐 보고픈 마음에 때로는 한없는 그리움에 젖기도 한다. 그렇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때로는 가시를 내뿜어야 할 때도 있다, 만약 사랑하는 이가 재활 의지없이 병석에 누워만 있다면 혹독한 독려(督勵)와 가시를 뿜어내야 일어설 수 있듯이, 그 뒤에는 서로를 지키고 보호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히 숨어 있다. 엄마와 자식과의 거리는 숭고한 사랑의 거리다. 간격이 없는 무조건 사랑이다. 때론 엄마는 세상 풍파의 혹독한 가시에 찔려서 성혈(聖血)로 제 자식들을 돌보기도 한다. 필애(必愛)의 가시인 셈이다. 이와 같이 사람의 가시는 고슴도치와 다르다.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어려운 순간에 용기와 격려를 주고 서로를 지지해주는 것이 진정한 사랑의 모습이기 때문에 적당한 서로의 거리는 사랑의 필요 충분 조건이 된다.
그렇다면 우리 간격은 얼마 만큼의 사이로 머물러 있어야 하나...나 또한 누군가에게 적당한 거리(距離)로 살면서 편안한 존재인지....누군가에게 척을 지고 살면서 불편한 존재인지....자문 자답해본다. 내가 어려운 일을 겪을 때 자기 일 같이 궂은 일 마다하지 않고 도움을 주는 사람, 늘 함께 있을 땐 잘 몰라도 그 사람이 떠나고나면 그 빈 자리가 너무 커서 마음이 허전하고 생각나는 사람, 슬픔을 나누어 갖고 기쁨을 함께 하면서 생사고락(生死苦樂) 할 수 있는 사람, 가끔 입에 쓴 약처럼 듣기는 거북해도 충고를 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이 내곁에 몇이나 될까?...내가 힘들고 지쳐있을 때 힘내! 하고 용기를 줄 수 있는 사람들이 내 곁에 몇이나 있을까?...내 주위를 돌아본다...그래도 천만다행인 것은 고슴도치 같이 일정한 거리에 있으면서 은은한 마음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없는듯 있으니, 큰 은총이 아닐 수 없다.
적당한 간격이 유지 될 때 사랑은 오래 간다. 사랑은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에서 시작된다. 고슴도치 같이 가시로 가려진 마음을 열고, 상처를 치유하며 서로에게 품 안을 제공하는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적당한 거리에서 서로를 지키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함께 걸어가면, 우리는 고슴도치처럼 따뜻한 품안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사랑의 표현 방식 또한 말로 요란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눈과 마음으로 서로의 가슴 안에 서로가 믿음과 감사함으로 채워져야 된다. 사랑이 있으면 설사 그것이 하늘과 땅 사이일지라도 사랑의 힘으로 채울 수 있다. 사랑은 기적을 낳는다고 한다. 사랑은 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이다. 자기 희생일 수 밖에 없고 사랑은 홍역과 같기 때문에 우리는 누구나 그것을 거쳐야 한다. 때문에 사랑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적당한 간격으로 진정한 마음을 담아 온몸을 바쳐 헌신적으로 해야한다.
입센은 “한 사람도 사랑해 본 일이 없는 사람이 온 인류를 사랑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했다. 하물며 사람에 있어서야말로 적당한 거리에서 고슴도치 사랑을 느껴보지 못한 사람은 세상에가장 불행한 사람이다.
- 2024년 3월 31일(일) 웅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