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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홀라당 1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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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근 Dec 08. 2024

내 쉴곳

시름과 불면의 밤

내 쉴곳   

       

- 김 중 근   

       

촉촉하게 내렸던 비를 느끼지 못한채한 주를 보내고 모처럼 깨끗한 하늘을 볼 수 있는 날이다.

새파란 하늘등 굽은 소나무가 구불구불거리는 사이로 정숙이 깃든 파란 창공이 눈에 들어온다.     

여기저기 흩어진 새하얀 억새 풀은 늦가을 빛에 가벼이 몸을 떨고가는 사람 오는 사람없이 빛 무리에 새 하얗게 스며들어 걷혀가는 안개 속에서 하늘거린다들녁은 고요하다어디론가 별이 숨어버린 연못가의 바람은 맥없이 쓰러져갈 억새 풀을 쓸어내리며 한숨을 쉬듯 지난다.


문득 잃어버린 산과 나무와 별들의 그림자를 찾고자 물결치는 연못은 심연(深淵)의 회오(悔悟) 내 쉴곳을 불러 일으킨다.     


초록빛 푸르름이 남아 있던 세월도 어느덧 흐르고 흘러 내 쉴 곳을 훔쳐 저 멀리 달아난다내 삶의 터전을 빼앗아 점점 사라지니 마음은 허전하고 외롭다피곤해 지쳐있어 쉴 곳을 찾아 밤을 향해 돌진 하지만지금 내가 쉴 곳은 어디에도 보이질 않는다캄캄한 밤을 이불삼아 피곤한 내 심신(心身)이 쉴곳그 곳은 아무리 둘러보아도 보이질 않는다...금강 물 줄기를 쫓아 나포 비단 구불길을 걸어보고 웅포의 곰개 나룻길을 둘러본다이 물길 저 물길 헤쳐 놓고강 기슭의 별 숲이 우거진 그늘 아래도휘돌아 가는 숲 속도 찾아보건만 그 산 속이 너무나 깊고도 무서워서 쉴 곳을 찾지 못하고 결국 헤멘다청산(靑山)도 나를 멀리 하고 푸른 물도 나를 외면하니 버려진 들판과 물길을 헤메다 이름모를 곳이라도 묻힐 신세가 아닌가싶어 소스라치게 뒤척이다 잠을 이루지 못한다  

   

어디라할지라도 다를 것은 없어 보인다어느 곳에나 같은 하늘달과 별이 있어 나를 환히 꿰뚫고 있는 빛이 밤이 되면 잠을 쫒아 버릴 것이기 때문이다그래도 길을 잃고 헤매는 방랑객들에게 샛별이 밤 길의 등댓불이듯저 하늘의 달과 별이 내 쉴 곳을 찾아 가는 길에 환한 등불이 되어 주길 바랄 뿐이다우리는 마음에 너무도 많은 상처를 입고 몸은 늘 피곤한 채로 살아가지만그래도 고요한 하늘의 아름다운 달과 별이 밤의 공포(恐怖)를 쫒아 편안히  곳을 마련해 주리라는 믿음을 갖고 산다저 편 강 건너에서 밀려온 칠흙같은 밤은 어둠을 밀어내고 환한 아침이 올 것이라는 믿음을 나는 갖고있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 잠못 이루는 새벽이지만이른 새벽에 떠오른 해를 타박하지않고시름과 불면의 밤이 깃든 내 쉴 곳에 따듯하고 밝은 햇살이 흐뭇하게 쏟아지길 바란다어둔 밤!.. 머리 위에 내린 달빛이 어둠의 너울을 밝힐 때오늘의 근심은 사라질 것이다....          

             

- 2024년 11월 어느 날 잠못이루는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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