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아침에 공복으로 병원에 가야 하는 날이었다. 검사를 위해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 차에 앉아 있는데, 우연히 창밖을 보다가 샌드위치를 먹으며 운전하는 누군가를 보게 되었다. 나도 모르게 침이 꼴깍 넘어갔다.
샌드위치 백작이 먹었던 그 빵이 지금처럼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간식, 또는 아침 대용으로 자리 잡게 될 거라 상상이나 했을까?
‘Sandwich’라는 단어는 영국의 귀족, 존 몬태규(John Montagu), 제4대 샌드위치 백작(Earl of Sandwich)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18세기 중반, 그는 도박에 열중하느라 식사할 시간을 아까워했고, 하인에게 고기 조각을 빵 사이에 끼워 가져오라고 했다. 그 편리한 식사 방식이 주목받으며 입소문을 탔고, 사람들은 이 음식을 가리켜 “샌드위치 백작처럼 주세요”라고 주문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sandwich’라는 단어가 생겨났다고 한다.
수업 시간에 아이들이 종종 묻는다.
“선생님, 샌드위치는 모래(sand)랑 관계없는데 왜 sand가 들어가요?”
그럴 때면 나는 백작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덧붙여 말한다. 편리함을 위한 발명에서 시작됐지만, 이 단어에는 ‘무엇과 무엇 사이에 끼워 넣다’는 의미가 스며들어 있다고.
샌드위치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다.
그건 우리가 매일 ‘사이’에서 살아가는 삶을 말해주는 하나의 언어다.
선과 악 사이,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 건강과 욕망 사이…
우리는 늘 어떤 것들과 타협하며 살아간다.
그 타협 속에서 때론 상처를 받고, 또 상처를 주기도 한다.
오늘 나는 무엇과 타협하고 있을까.
아니, 무엇과 타협해야 할까.
늘 더하기와 빼기 사이 어딘가에서,
어느 한쪽도 덜 아프게, 덜 놓치게 하려
애쓰는 그런 타협을 위해 내 시간들은 조용히, 그러나 끊임없이 움직인다.
오늘 하루는 나를 위한 타협이라 믿으며,
검사가 끝나면 채소가 가득 든 샌드위치를 하나 사 먹어야겠다.
속이 비어 있는 나를 부드럽게 달래줄 커피 대신 우유와 함께, 아주 소박한 설득이 될 것이다.
- sandwich (n)
a type of food consisting of two (or more) slices of bread with a filling such as meat, cheese, or vegetables placed between them;
also used metaphorically to describe something placed or squeezed between two other things
- sandwich (v.)
to put something or someone in between two other things
(출처: Oxford English Dictionary)
-sandwich”는 단순히 빵과 속 재료를 뜻하는 명사가 아니라, 때로는 무언가를 사이에 끼워 넣는 상태를 의미하는 동사로도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