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일흔에 풀어놓은 소소한 이야기(제90편)
요즘 유튜브를 자주 보는데 가장 관심 두는 분야가 ‘집짓기’다. 힘은 턱없이 모자라나 죽기 전에 내 손 덧댄 집을 한 채 지어보고 싶은 욕심에. 얼마나 많이 봤는지 머릿속으론 열 채 이상 지었리라. 그리고 목수가 지어놓은 집을 보면 웬만한 전문가 못지않게 설명할 자신도 있다.
집짓기를 자주 보면서도 특히 적은 비용으로 짓는 요즘 말로 ‘가성비 알찬 주택' 건축 과정과, 힘 적게 들이고 집 짓는 ‘힘 절약 건축공법’에 눈을 더 준다. 두어 달 전 ‘삼천만 원으로 별 힘 안 들이고 지은 25평 전원주택’이란 말에 눈이 번쩍 뜨여 들어갔다가 낚인 까닭도 다 그러해서다.
재료는 고물상 하는 형의 집에서 얻은 중고 자재에다 그런 자재들을 이용해 집 짓는 동호회 회원 대여섯 명이 힘을 합쳐 함께 지었으니... 자재비와 인건비가 대폭 줄어드니 제목 그대로 '삼천만 원'이면 집 지을 수 있을지 모르나 일반인에겐 전혀 맞지 않는 내용 아닌가.
(글 쓰려고 뒤져보니 그런 제목의 영상이 보이지 않아 지웠는지 제목이 확실하게 기억 안 나 잘못 입력했는지 찾지 못함)
'유튜브의 목적이 무엇일까?' 궁금해 찾아보니 ‘지식, 정보, 경험 등을 공유하여 전 세계 사용자와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함'으로 돼 있다. 이런 목적이 틀린 표현은 아니나 누가 뭐래도 가장 큰 목적은 돈 벌기 위함 아닌가. 그래서 ‘유튜버’라는 직업군도 생겨났고.
순수하게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출발해서 그런 마음을 견지하며 올리는 착한 유튜버도 계시겠지만 돈이 되는 순간 흔들리는 이가 더 많으리라. 돈에 맛 들이는 순간부터 ‘구독’ ‘좋아요’ ‘알림 설정’ 이 셋에 목을 맨다. 많이 보면 볼수록 돈이 되니까.
그래서 일단 거기 들어오도록 유도한다. 들어와야 보든 말든 하니까. 그러기 위해 가장 우선은 제목에 신경 쓴다. (요즘은 ‘섬네일’이 더 중요하다 함) 영상 만드는 사람들은 어떡하든 구독자 수와 클릭 수 늘리기에 혈안이 돼 실제와는 달리 '제목을 과장'하는 경우가 많음이 바로 그것이다.
태산명동서일필(太山鳴動鼠一匹)이란 말이 있다.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태산이 무너질 듯한 소리가 나더니 새앙쥐 한 마리 지나가더라’란 뜻이다. 시작만 요란하고 결과가 형편없거나 소문이나 큰 기대에 비해 나온 결과물이 보잘것없을 때 쓰는 말이다.
이 말은 한자로 적혔지만 특이하게 한자어에서 온 말이 아니다. 원래 고대 로마의 시인 호라티우스가, “산들이 오랜 산고(産苦) 끝에 우스꽝스러운 생쥐 한 마리를 낳았다.”라고 한 말을 중국에서 한문으로 의역(意譯)했다고 한다.
아는 이들이나 벗들끼리 모임에서 한 사람이 “이봐! 이봐! 내 오늘 아주 끝내주는 얘기해 줄게. 진짜 진짜 중요한 얘기야.” 이렇게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한 뒤 정작 얘기를 들으니 별것 아닌 내용일 때 ‘태산명동서일필이 자네를 두고 하는 말이네.’ 할 때 쓸 예로 딱 좋다.
한때 잠시 유튜브에 관심을 두었다. 실제로 올 초에 계획까지 세우기도 하고. 아마도 산골살이를 찍으려 했나 하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아니다.
‘토끼 키우기’
반려견 반려묘에 관한 영상은 아주 많은데 토끼 키우기 영상은 거의 없거나 있어도 그냥 어쩌다가 키울 뿐 제대로 된 건 없었다.
한 번 생각하면 거기에 푹 빠지는 이상한 습성으로 그날부터 자갈밭에 수레 지나가듯 머릿속이 날이면 날마다 요란했다. 이미 가상의 토끼집 지을 장소가 정해지면서 토끼집도 여러 채 얼른 뚝딱 만들었고, 토끼집 지을 재료 검색도 다 끝냈다.
뿐이랴 유튜브 제목도 정했다. 토끼의 한자로 둘 있는데 토(兎)와 묘(卯)다. 묘는 고양이도 묘(猫)를 써 반려묘라 하니 포기. 아니 토끼를 ‘반려토’로 키우지 않고 집토끼로 키울 참이라 ‘집토끼와 함께 사는 달내마을 일흔둥이’ 이리 정하고 나니 제목이 조금 뭣해 실제 올릴 때까지 잠시 보류.
허나 실천에 올리기 전에 포기했다. 아니 포기해야 했다. 올 초부터 앓던 기존 병이 더친 데다 또 다른 새로운 놈마저 반갑지 않게 찾아왔으니. 병 가운데 하나가 먹거리에 꽤나 유의해야 하는데 (아내가 차려줘야 하는데) 아파트에 재미 붙인 여인을 데려올 수 없고. 그렇다고 다른 여인 초청할 순 더더욱 없고.
토끼든 다른 짐승이든 키우려면 무조건 시골에 살아야 한다. '반려'가 붙으면 몰라도. 가둬놓기만 하고 먹이 주지 않으면 살지 못함은 불문가지. 더욱 토끼는 가장 약한 개체다. 너구리와 길고양이가 노릴 터. 혹 떠돌이개가 지나가다 냄새 맡으면 토끼집 박살내기도 어렵잖은 일.
여기 산골은 토끼 키울 요건으로 최상이다. 바로 옆에 토끼 먹이인 칡넝쿨이 주저리주저리 늘어져 뜯어다 주기만 하면 몇 십 마리라도 충분히 키울 수 있고. 당연히 똥 치우기 등 할 일이야 늘어나겠지만 그래도 다른 짐승에 비하면 동글동글하여 치우기도 쉽고.
아, 토끼 키우는 재미에다 영상 만들어 올리면 무수한 사람들이 ‘구독’할 테고, ‘좋아요’도 수백수천이 달릴 텐데... 주식 투자보다 부동산 투기보다 훨씬 안전하고 장래가 보장되는 일인데. 하기만 하면 일확천금은 아니라도 용돈이 짭짤하게 들어올 텐데.
혹시 오늘 글 읽고 “아 선생님 참 멋진 아이디어입니다. 제가 가서 공양주 보살 해드리지요.” 이런 말 해주실 참한 아지매 아니면 우렁각시가 어디 없나.
*. 오늘 ‘태산명동서일필’이란 괴이한 제목에 이끌려 끝까지 읽으신 분들은 제게 낚였으니, 그냥 한 번 픽 하고 웃고 지나가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