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앞에서 무릎 꿇는 법

그리고 기왕 꿇은 김에 꽃도 들어봐.

by 삥이


원래는 1967년 The Four Seasons의 곡인데, 2007년 Madcon이 힙합풍으로 리메이크하면서 1차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고, 이후 2021년 Måneskin이 그 특유의 마초적이고 거침없는 록 스타일로 다시 부활시켰다던 그 곡 <beggin'>.


현대 록과 섹슈얼한 감성으로 재해석된 이 이탈리아 밴드의 <beggin'>은 단순히 "과거 대선배들을 기억한다."의 감성을 넘어서 새로운 세대의 감정으로 다시 리메이크되었고,


"구걸하다",

"간청하다",

그리고 "애원하다"라는 감정을 현대적으로 써 내려갔다는 점에서 시사 포인트가 매우 큰 음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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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되찾기 위해 애원하는 인간'의 나약함,

그러나 그 나약함을 당당히 외칠 수 있을 만큼 자유로운 인간상.


우리는 살면서 beggin'을 외쳐대고 있다.


돈 앞에서,

인정 앞에서,

사랑 앞에서,

혹은 나 자신에게조차도.






우리는 꿈 앞에서 종종 무릎 꿇는다.



누군가는 그것을 '간절함'이라 부르고,

또 누군가는 그것을 '비굴함'이라며 나를 짓밟아댈 테지.


하지만 나는 그 모든 이름을 당당히 거부하고 싶다. I don't like it, I hate it.



꿈은 삶이다.

꿈이 의미하는 바는 생명이고,

꿈이 좇는 것은 곧 내일의 영생이며,

꿈이 향하고자 하는 곳에 사랑이 도사리고 있다.


꿈 앞에서 울고,

꿈 앞에서 매달리고,

꿈 앞에서 쓰러지는 일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살아 있음의 증거다.


어떤 꿈은, 마치 사랑처럼 나를 유혹한다.

촉촉한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고,

애원해 보라고, 무릎 꿇어보라고,

그럴 수 있다면 내가 너를 허락해 주겠노라고.


우리는 자연스레 옷깃을 푼다.

심장은 들끓고, 이성은 마비되며,

나는 내가 누구인지조차 잊은 채,

그 꿈을 품에 끌어안으려 욕망한다.


범(犯) 아니고 탐(貪)의 감정.


꿈이라는 이름의 쾌락,

삶이라는 이름의 굴욕,

그리고 그 모든 걸 덮어주는 사랑이라는 이름의 관능.


꿈 앞에서 우리는

누구보다 욕망을 품은 루저가 된다.



당신네들 눈에는 하찮게 보이는 프라모델을 3억 원어치 모으는 저기 최 씨부터 당신들 눈에는 찬사를 부르는 지식 콜렉터 김 씨까지 위계란 존재치 않는 원대한 꿈을 품어 생명을 누려, 영생을 좇으며, 사랑을 향해 나아가는 '삶'을 살고 있으시다.


누군가는 "저 정도 꿈에 저 정도 애원은 과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누군가의 꿈은,

단순한 성공의 목록이 아니라,

존재의 선언이기도 하다.


"나는 이 춤을 GD보다 잘 출거야"라며 바치는 3년,

"이 게임을 페이커보다 잘할 거야"라며 바치는 5년,

"이 학문을 앉은뱅이들보다 잘할 거야"라며 바치는 7년,

"이 기업을 내 전 악덕 대표보다 키울 거야"라며 바치는 9년의 시간에 대한 선언.


그리고 그런 '존재의 선언' 앞에서는

꽤나 그럴싸한 결과물이 나오기 마련인데,


우리는 그런 미친 자들이

그렇게 만든 디테일한 결과물을 보며

찬사와 박수, 눈물과 '영원의 승낙'을 건네고는 한다.


이걸 보고 소위 "감동"이라고 표현할 수 있더라지.






"Put your loving hand out, baby."


삶은 간절함에서 출발한다.

이 간절함은 굳이 공부, 운동, 예술 기타 등등 현세에서 '돈벌이 직업'이 되는 것 따위로 국한되지 않는다. 사소한 우정부터 깊은 사랑, 심지어는 3일을 굶은 군인의 PX를 향한 허기진 눈빛까지.


삶은 무릎을 꿇고 빌어대고 싶을 만큼 아름답다.


사내들이 아름다운 여인의 앞에서 무릎을 꿇어 꽃과 반지를 건네듯이 삶이라는 것은 그런 아름다움으로 점철된 이상이며, 내가 이 아름다움의 가시 앞에서 굴복하지 않을 수만 있다면 이곳은 곧 유토피아. 즉, 이상향으로 보이는 환상의 각막(角膜)이 콩깍지처럼 씌게 된다.




Put your loving hand out, baby.

'Cause I'm beggin'


그러니 당신도,

지금 무릎 꿇고 있다면 기왕 꿇은 김에 꽃까지 들어보아라.


당신이 간절히 애원하고 있는 그 무엇은,

당신을 '당신답게' 만드는 가장 찬란한 이름이 될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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