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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J Mar 23. 2023

초록색 눈


나는 진주에 살았다.

진주에는 남강이 있는데, 남강변으로 길게 고수부지가 있다. 어렸을 때부터 그 산책로를 고수부지라고 불렀다. 그 고수부지를 걷다가 중간 쯤에 가면 사진처럼 큰 버드나무를 만날 수 있다.

주변에 다른 나무가 없어서 어린 마음에 그 나무가 특별해 보였다. 나는 별다른 이유없이 나무가 되고 싶었다.


우뚝서서 한 없이 한결같은 모습이 좋았다. 이리저리 변덕스러운 사람들과 달리 그 자리에서 모든 변화를 감내하는 모습을 닮고 싶었다. 그래서 지나갈 때마다 소원을 빌었다. 초록색 눈을 가지고 싶다고, 나도 나무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왠지 저 나무라면 내 부탁을 들어줄 것 같았다.


초록색 눈이 되면 좋을 것 같았다. 세상에 없는 눈이 되고 싶었다. 히어로물에 나오는 히어로 같은 능력이 깜짝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래서 항상 상상했다 매일매일 생각하면 조금씩 내가 바뀌는 기적이 일어날수도 있지 않을까? 나는 나무를 만나기 위해 틈나는 대로 고수부지를 달렸다. 비가 오면 더 좋았다. 나와 나무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으니까,


언젠가 한 번은 나무에 손을 대본적이 있다. 껍질의 감촉은 보기보다 꺼끄럽고, 차갑다. 따듯할줄 알았는데,

그런데 왠지 그런 내 모습이 부끄럽기도 했다. 남들의 시선을 신경쓰는 내가 싫었지만, 나는 내 몸의 주인이 아니다. 껍데기 뿐인 나, 슬쩍 한 번 보고는 나무를 외면하고 갈 때도 많았다. 그래도 아마 나무는 변함없이 그대로일 것 이다.


나는 나무에 나를 투영하고는 나와 얘기 해보고 싶은걸까?


사람들은 다 그렇겠지만 나도 나름의 힘든일들이 많았다 그동안, 사람과 일과 꿈과 수 많은 질문들 등등..

대학교 입학한 후에는 더이상 고수부지를 돌아보지 않고, 시간이 지나다 보니 어느새 버드나무도 초록색 눈도 잊혀져간다. 가끔 고향에 가면 그 나무가 있을텐데라는 생각을 한다, 그 곳에 가보고 싶다고는 차마 말하지 못했다. 나무를 보러 간다고 하면 왠지 이상하게 날 여길것 같아서 그렇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검은 눈동자 사람이다.


저번 명절때 잠깐 지나가면서 차 안에서 그 나무를 스쳐 보았다. 추운 날이라 잎이 다 떨어져 있어서 조금 야윈 느낌이 들었다. 나는 마음속으로 나무를 불렀다. 그동안 잘 지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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