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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원

by 한지원

시골 버스비 현금 1,500원, 카드 1,400원...

어떤 날은 하루종일 돌아다녀서 현금승객 두명에 카드승객 한 명, 이렇게 모두 합쳐서 하루 매출 4,400원 올리는 날이 있었다.

참, 많이도 벌었다.

사실 내가 신경쓸 일은 아니지만...


시골 노인분들에게 1,500원 이란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꿉꿉하기도 혹은 끕끕한 집을 벗어나 장날 버스타고 읍내에 갈 수있는 기회 비용? 자기가 세상에서 제일 잘난 줄 아는 시골 버스기사를 관찰 할 수있는 관람비? 아랫 마을 제일 이쁜 할매와의 우연(偶然)을 가장한, 가슴속에 간직했던 버스안의 은밀한 조우(遭遇)...


"땡그렁!"

돈통에 돈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보통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이 승차를 하실때 기사가 바라보고 있으면, 은연중에 빨리 행동하시라는 압력을 가하는 것으로 오해를 하실 것 같아 일부러 외면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사 얼굴을 확인 하시고 싶은 노인들이 있어 꼭 기사에게 말씀을 건넨다.


"기사 양반 돈 넣어요!"

"네! 넣으세요!"

"여기 넣어요?"

('돈통이 아니면, 대체 어디에 넣으시겠다는 뜻인지...')

"네! 그냥! 넣으시라니까요!"

"기사가 확인도 안해요!"

마지못해 기사는 돈통을 확인한다.

천원짜리 한장과 백원짜리 네개...

"어르신! 손바닥에 붙은거 마져 터세요!"

'땡그렁!'

백원짜리 하나가 돈 통에 더 떨어진다.

"아이고 여기 하나 더 있었네! 손에 땀이차서...하하하"

어색한 웃음으로 대충 넘어가고자 하신다.

이 할머니 거의 타짜수준이다. 소위 밑장빼기...

'괞히 그럴거면, 버스기사에게 보라고 말씀을 하지 마시던가...'

버스비 백원 덜 내셔서 얼마나 모으실런지 모르지만, 살아오신 삶이 녹녹치 않으셨던 걸로 추측해 볼 뿐이다. 오히려 차림이 추레하고 없어 보이는 분들이 버스비 만큼은 십원도 덜 내는 일이 없다.


가끔씩 상평통보(常平通寶) 수준의 동전으로 버스요금을 지불하시는분도 계신다. 얼마나 장농바닥에 있었던건지 시퍼렇게 녹이 슬어있다. 장에는 가셔야겠고, 버스비는 당장없고 "에이! 장농 바닥이나 훑어보자"는 심산으로 방을 뒤지다가 나온 동전이 아닌가 상상해본다.

궁(窮)할 때는 주머니 안의 동전 한두닢이 소중하지만, 여유로울때는 동전이 하찮게 보인다.

주머니 안에서 쩔렁거리기나 할 뿐 하나도 쓸모가 없어 보인다. 나는 시골 버스 기사라도 하고 있으니 오래된 동전 이라도 볼 기회가 있지만, 카드가 동전을 대신하는 도시 사람들에게, 동전은 거추장스러운 애물 단지일지도 모른다.


뉴스에 오십억 클럽이니, 백억을 주었니, 퇴직금이 오십억이니 하면서 말들이 많다.

학교 방학 동안에는 급여가 안 나온다고 알바자리 찾아가는 아내와 치질수술 2주만에 면사무소 알바가느라 무통 방석을 들고 출근하는 큰 딸래미...

추석연휴에 농협매장 알바하는 고3짜리 아들.

그런 가족을 바라보는 가장은 애가 끓어지는 마음이다.

과연, 별세계에 살고 있는 저 인간들은 평범한 서민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을까?

삶이 뭔지를 알기는 할까?


"너희들은 평생 월급 타서 생활 해 본적도 없지?

내가 이런 말 한다고 저 사람들이 대답할 리도 만무지만, 들었더라도 뇌가 파충류급이니 이해하기나 할까?

버스비 백원 떼먹는 할매는 귀엽기나 하지!


세상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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