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너무도 특별한 그녀

by 한지원

"세상은 평범(平凡)함을 거부(拒否)한다"

무슨 광고 카피가 아니다.

우리 주변의 모든 사람들은 자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아니, 본인이 특별해지기를 바란다.

음식점의 메뉴도 주방장 스페셜만 좋아하고, 설렁탕집에 가서도 꼭 '특 설렁탕'만 시키는 놈이 있다. 사실 그냥 설렁탕이나 특 설렁탕이나 그 국물이 그 국물이다. 단지 고기 건더기가 몇 첨 더 들어 있을 뿐인데 가격이 일반 설렁탕보다 많이 비싸다.

도시에서 직장 생활을 할 때,

거래처 사람들에게 식사접대라도 할라치면, 항상 메뉴판 맨 위의 '특'자 붙은 요리를 주문했다.

그것도 동행한 거래처 사람 들리게...

"나도 안 먹어 본 건데... 자! 오늘은 특별한 분을 모셨으니... 주방장 스페셜로 해주세요! "

사실 이제 와서 고백이지만, 거래처 사람들과 식사할 때에 일반으로 먹어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항상 그렇게 주문해서 먹었으니...

접대받는 사람이 '자신만이 특별히 대접을 받는다'라고 여기게끔 하는 것도 영업을 좋은 결과로 이끄는 비결 중 하나였다.


'특' 자 붙은 것이 모두 좋은 것은 아니다.

검사도 일반 검사는 별 볼 일 없지만, '특수부' 출신 검사이거나 '특수통'이라는 이름이 붙은 검사들이 항상 매스컴의 중심에 있고, 온갖 부귀영화를 독차지한다. 그러나 '특'자 붙은 검사들이 추잡한 짓거리는 독점해서 저지르고 욕도 대표로 얻어먹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국민들은 '특검'을 못해서 안달이 나기도 한다.

군대도 '특'자가 붙은 특전사, 특공대등 '특'자 붙은 군대 출신들은 두려움과 동경의 대상이 된다. '특'자 붙은 군대생활 해봤자 고생만 뼈 빠지게 하는데 그게 뭐 좋다고...


사람들은 모두 특별대접을 받고 싶어 한다.

신에게서 특별히 선택받은 민족이라고 주장하는 이스라엘 민족이 쓰잘데 없는 선민사상(選民思想)을 무기로 주변국과 분쟁을 일으키거나, 자신들만이 절대자의 특별한 종(從)이라고 여기는 몇몇 종교 지도자들은 자신이 신과 친하다고 여겨, 막무가내(莫無可奈)로 인생을 살아 그런지 신에 대한 경외심은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가 없다.

'특별하다'는 것은 '선택받았다'는 것과 의미가 동일하다고 여겨지는 것 같다. 신에게서, 왕에게서, 국민에게서, 혹은 시골 버스기사에게서...


장날...

시골 버스기사의 모든 이야기는 장날에서 시작된다. 평소 한 두 명 타고 다니던 시골버스는 장날이 되면 승객수가 열 배 이상으로 급증한다. 이야깃거리도 열 배나 많아지니 항상 '장날'이 등장할 수밖에...


아주 작은 목소리로

"안녕하셨슈!"


"네! 안녕하세요!"


그리하시고는 버스기사 바로 뒷자리에 착석.

가만히 생각해보니 할머니가 인사를 과거형으로 하신 걸로 보아 나를 안다는 건데...

머리를 들어 룸미러로 할머니 얼굴을 보니 전혀 기억이 없는 얼굴이다.

내가 원래 사람 얼굴 기억을 잘 못해서 그러려니 하면서 별생각 없이 운행을 시작하였다.

터미널을 출발한 지 얼마가 지났을까?...

시골 마을들의 승강장을 돌고 있는데, 들릴 듯 말 듯 작은 목소리가 내 뒤에서 들린다.

"나려 주세요"

그러나 그 시점에는 주변에 내려드릴 승강장이 없었다.

"어디 내려 드릴까요"

"전번에 나렸던..."

아니 이게 무슨 소린지...

내가 알지도 못하는 할머니가 언제 어디서 내렸는지 내가 도대체 어떻게 안단 말인가?

이어 들려온 후속 멘트.

"다른 기사는 잘도 나려 주구만!"

그제야 기억이 되살아 났다.

'아하 그 할머니 구만!'

나를 관상 쟁이로 만들었던 그 할매...

그 할매는 그때의 경험으로 버스기사가 당신을 특별히 기억한다고 생각하신 모양이다. 다행히 그곳은 버스 승하차에 지장이 없는 곳이라

안전하게 내려드렸다.

"버스가 완전히 멈출 때까지 일어나지 마세요!"란 멘트와 함께...

사실 시골버스기사에게 특별한 대상은 없다.

행동이 자유롭지 않은 노인분들에게는 내리고 싶은 곳이 있으면, 안전을 해치지 않은 장소라면 모두 내려 드리려 노력한다. 그러나 당신들은 본인만 특별대접을 받는 것으로 착각을 하시기도 한다. 그러게 여기시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생각이 도를 지나쳐 본인을 선택받은 자로 착각하는 행동을 하게 되면 문제가 발생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그런 경우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생각한다.


젊어서 나는 그녀에게 특별한 남자가 되고 싶었다. 아마, 그녀도 나에게 특별한 여자가 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수십 년을 같이 살다 보니 그놈이 그 놈이요, 그 년이 그 년이 되었다. 별로 특별한 것이 없다. 특별하기는커녕, 나는 그녀에게 평균 이하의 상대자다.

자신이 나를 돌아보아도 육체적, 정신적, 물질적으로 옆집의 그놈 보다 나은 것이 하나도 없어 보인다. 오랫동안 같이 살다 보니 나의 그녀에게 내가 특별한 것이 거의 없다고 느껴질까 두렵다.

그러나 나는 아내에게 특별한 사람이라고 자부한다. 그래야 항상 긴장하게 하고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긍정적인 마음이 생기기 때문이다.


오늘도 나는 우리 집사람에게 특별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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