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울 속의 나

by 화이불류

거울을 마주하니 나와 생김새와 차림새가 똑같은 녀석이 날 보고 있다.

녀석은 나와 마찬가지로 시선이 마주치는 것을 꺼려하는 것 같다. 자꾸만 피하려 한다.

그런데 누가 먼저인지는 모르겠으나 한 녀석이 시선을 피하지 않고 마주하고 있는 녀석의 눈을 응시한다. 이에 질세라 그 녀석도 똑 같이 자신의 눈을 응시하는 시선을 마주한다.

어느 날 거울을 마주하니 늘 보던 녀석이 아니라 웬 낯선 녀석이 내 앞에 서 있다. 늘 어른들이 정해놓은 모범생 같은 모습으로만 나타나던 녀석이 로커처럼 치렁치렁한 머리를 오색으로 염색한 채 날 마주하고 서있다.


아주 어렸을 적에는 거울을 마주하고 있는 녀석에게 거리감이 없었는데 자의식이라는 것이 생겨나면서 점점 나는 녀석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던 것 같다.

어른들의 기대치와 학력, 재력, 소유와 같은 세상의 가치 기준은 성장하는 동안 내가 목표로 하는 과제가 되었고, 그 과제는 지금까지도 이루지 못한 채로 남아있다.

그렇게 은연중 나의 자의식은 과제가 요구하는 기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자신에 대한 아쉬움과 숱한 결여로 채워진 자존감 낮은 나의 반영으로서 거울 속에 서있는 녀석을 마주하기가 꺼려졌다.

그러던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서로를 포용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서로에 대한 아량에 기댈 수 있었기 때문도 아니고 내가 그 기준을 충족했기 때문은 더더욱 아니었다.

우리가 기꺼이 서로의 눈을 마주하고 심지어 서로에게 미소를 지어 보일 수 있었던 것은 내가 '나'라는 인격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부터였다. 인격을 축약해서 말하자면 인간의 내부에서 인간을 지배하는 '고유한' 정신이다.

나는 이 세상에 그 어느 누구도 아닌 '고유한 나'로 존재한다. 나는 이 '고유한 나'를 구현하고 이를 경험할 때, 나의 낮은 자존감을 넘어선 하나의 인격으로서의 나의 존엄을 느낀다.


이러한 '고유한 나'의 구현에 대한 요청은 자연스럽게 '개성적인 나', '개별적 주체로서의 나'로 이어진다.

푸코(Paul-Michel Foucault)가 지적했듯이 자유로운 정신이 기성사회를 구성하는 감옥, 군대, 병원, 학교, 공장, 교회와 같은 모든 제도권 시스템을 통과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계량화되고 규격화된다.

언제나 그렇듯 늘 익숙했던 나의 모습에서 '개성적이고 개별적인 나'로의 일탈은 기성세계에 갇힌 나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된다.


그렇게 나는 나와 껄끄럽던 관계였던 거울 속의 그 녀석을 더 이상 서먹해하지 않고 웃는 낯으로 마주할 수 있음으로 해서 나는 잠재되어 있는 나의 보이지 않는 상처를 치유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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