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day one me, 왜 이렇게 슬픈 표정을 짓고 있어
9월 9일 화요일 D-113 오늘 기억에 남는 말
거울을 보지 않으면
평소에 내 모습이 어떤지 알 길이 없다.
연예인들처럼 관찰예능 프로그램을 찍을 일도 없으니
나의 일거수일투족이 카메라에 기록될 일도 없고
스스로 나 자신을 촬영하는 일 또한 없다.
특히 내가 멍 때리는 순간 그리고 내가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궁금해한 적도 없다.
보통 셀프촬영을 해도
꾸며진 모습을 남기지
준비되지 않은 무방비 상태는 담지 않으니까.
그런데 가끔, 아무도 보고 있지 않다고 느끼는 순간의 내 모습을
남편이 은근히 찍어두곤 한다.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며 우리는 보통 시원하게 한바탕 웃는다.
그 속에는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편안하고 자유로워 보이는 내 모습이 담겨 있지만,
가끔은 불안한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난 표정이 함께 찍히기도 한다.
이날이 그랬다.
햄버거 가게에서 주문을 마치고
테이블 의자에 앉아 음식을 기다리고 있는 내 모습을
남편이 몰래 촬영했다.
그리고 사진을 보여주며 물었다.
"왜 이렇게 슬픈 표정을 짓고 있어?"
사진 속 내 모습은 하나도 예쁘지 않았다.
허리가 뒤로 빠진 상태로 의자에 앉은 모습.
멍한 시선, 뾰로통한 표정.
딱히 슬픈 생각을 했던 건 아니다.
나를 괴롭혔던 못된 직장인들이 생각이 나
과거의 일이 떠올랐던 참이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놀랍게도 변한 건 없었고
여전히 나는 그 당시를 복기하며
만약에 내가.. 어쩌면 내가..
하는 망상에 사로잡혀있었다.
그러다 보면 미래가 너무 두렵고 불안해진다.
그 찰나의 순간을 남편이 포착한 거다.
근데 그 모습이 엄청 슬퍼 보여서
남편이 내게 다가와 물은 거다.
사진 속 내 모습을 보고 슬펐다.
이렇게 나는 계속 망가져 가야 하는 걸까.
퇴근 후, 남편에게 이런 내 모습을 계속 보여줘야 할까?
무엇보다 내 얼굴이 슬퍼 보여서
그래서 더 슬펐다.
나의 슬픔을 알아차려준 남편에게
미안해서라도
이 슬픔과 화남의 고리를 어서 빨리 끊고 싶다.
그래서 오늘 기억에 남는 말.
" 왜 이렇게 슬픈 표정을 짓고 있어?"
그 말을 다시 듣고 싶지 않다.
대신 이 말을 듣고 싶다.
" 왜 이렇게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어? 같이 웃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