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에서 나를 지켜준 미국 경찰

by 문 내열

영어도 서툴고, 체구도 왜소하고, 피부 색깔도 노란 사십 대 중반의 한 중년 남자가 다니던 회사를 때려치우고 나서 온 가족을 이끌고 미국으로 이주를 하였습니다. 남들처럼 아메리칸드림이라는 큰 뜻이 있는 것도 아니요 그저 한국에서의 생활이 팍팍하고 앞으로의 삶이 크게 좋아질 것 같지 않다는 생각에 말 그대로 생계형 탈출이라고 해야겠지요? 뭐 먹고살게 없나 일 년여 고민 고민하다 서비스 업종을 택하였습니다. 서비스 업종이란 일반 대중을 상대로 한 비즈니스 이기 때문에 많게는 하루에 20-30명의 고객들과 매일 부딪쳐야만 했습니다. 그것도 백인들이 밀집해 있는 아담한 소 도시에서. 언어 인종 문화의 차이에서 발생한 수많은 갈등 속에서도 버팀목이 되어준 미국 경찰에 관한 에피소드입니다.



에피소드 #1. (중 무장한 경찰 특수부대 출동)


백인동네로 들어왔기에 백인 종업원이 도움이 될수도 있다는 막연한 기대감에 백인을 고용했다. 두 사람의 적응기간이 끝나고 나서 이런저런 사소한 문제들로 충돌이 시작된 것이다. 그중에서도 나를 가장 괴롭힌 것은 솔직하지 못하고 거짓말을 서슴치 않는 것이다. 물론 모든 백인들이 거짓말을 잘한다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대체로 본인들이 불리하다던가 자기 방어가 필요할 시는 서슴치 않는다.


하루는 자동차용 타이어를 교체하고 간 고객이 다시 돌아와서 공기를 주입하는 밸브가 교체되지 않고 옛것 그대로라면서 교체해 달란다. 내가 봐도 옛것 그대로다. 종업원에게 왜 교체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더니 교체했다는 것이다. 긴가 민가 애매했다면 다툼의 여지가 있지만 누가 봐도 옛것이다. 부품을 교체해서 손님을 내 보내고 나서 둘이서 언쟁이 시작된 것이다. 오늘 있었던 일에 국한하지 않고 그동안 나를 속였던 옛것들도 들춰가며 싸우다 보니 이 친구가 열을 받아 소리를 지르고 입에 담지 못할 상스러운 말들도 봇물처럼 쏟아낸다. 얼굴은 벌겋게 달아오르고 파란 두 눈은 애니멀 다큐멘터리에서 숫사자가 먹잇감을 쫏을때처럼 이글 거렸다. 나는 공포감을 느끼고 당황한 나머지 이내 말도 더듬거리고 있는데

그가

"You have a gun? shoot me. 당신이 총을 갖고 있으면 나를 쏴봐요"

깜짝 놀란 나는

" 당신 지금 나를 위협하고 있어요. 방금 했던 말을 철회 하시요. 다섯 셀 때까지 철회하지 않으면 경찰을 부르겠소”

그는 거절한다.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다섯, 넷, 셋, 둘, 하나.

나는 전화기를 들고 경찰을 불러 “종업원과 언쟁을 하고 있는데 종업원이 나더러 총이 있으면 쏴봐라” 합니다

경찰은 내 기대와는 달리 대수롭지 않다는 듯

"그게 뭐가 잘못됐다는 거요?"

순간 나는


@. 위협적이지 않는 말에 내가 너무 민감했나?

@ 아니면 상황을 잘못 전달했나?


반문해본다. 아니다 언쟁 중에 총을 거론한 것 자체가 심각할 수 있다고 판단

" I don't feel comfortable 저 안전하지 않은 것 같아요"

라고 하니 저쪽에 반응이 백팔십도 바뀌면서

그래? 경찰을 보내겠다.

그러면서

종업원이 백인이냐? 흑인이냐? 히스패닉이냐?

상의는 무슨 옷을 입고 있느냐?

옷 색깔이 뭐냐?

키는?

머리카락은 길었느냐?

콧수염이 있느냐?

매 질문에 응대하면서도 속으로는 경찰이나 빨리 보내주지 무슨 놈의 질문이 이렇게도 많아? 그렇게 2-3분 동안 나를 붙잡고 여러 가지를 묻더니 우리 경찰이 당신 회사에 도착했으니 나가 보세요 한다. 밖에는 벌써 방탄조끼에 중무장한 경찰 4명이 (이들을 SWAT team이라 부른다. 한국에서는 중무장한 특수 기동부대) 당도해 걸어 들어오고 있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상황을 파악키 위해, 출동 중인 경찰이 당도했을 시 문제의 인물을 쉽게 구분하기 위해 이토록 많은 것들을 문의했던 것이다. 경찰은 종업원과 나를 각각 다른 방으로 데리고 가서 진상을 파악하기 시작한다. 나 에게는 첫 질문이

*. 당신은 종업원을 해고할 생각이요?

- 그럴 생각은 없소

*. 그러면 우리가 무엇을 도와 드릴 수 있겠소?

- 다시는 총기를 언급하는 일이 없도록 단단히 일러 주시요.

그날 하루 일과를 마치고 퇴근하여 둘째 아들에게 오늘 있었던 일을 얘기했더니 그 녀석의 질문 또한 똑같은 내용이다..

*. 아빠, 경찰들이 아빠 종업원을 해고할 거냐고 묻지? 그래 뭐라고 했어?

- 해고할 생각이 없다고 했지. 그랬더니 한참이나 머물다 돌아가던데?

*. 당연하지... 해고하지 않겠다면 아빠 종업원이니 그를 어떻게 처벌할 수가 없고, 만약 그를 해고하겠다면 아빠 비즈니스 영역 밖으로 끌어내고 접근금지 명령을 내렸을 거야.


돌이켜 생각해보니 “종업원에게 다시는 총기를 언급하는 일이 없도록 단단히 일러 주시요”라고 부탁했던 게 머쓱하기만 하다.


우리는 그렇게 싸우고 나서 우리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다음날이 마지막이 돼버렸다. 다음날 출근하여 청소를 하다 말고 구석에 쪼그려 앉아 가슴을 쥐어짜고 매우 고통스러워하여 119에 실어 내 보냈는데 "지병인 심장병이 재발"하여 병원에서 몇일간 치료를 받고나서 disabled retirement (장애인 은퇴) 했기 때문이다.




에피소드 #2 (돈 떼어먹고 도망간 놈)


스므살쯤 돼 보이는 젊은 고객이 비즈니스를 방문, 차에서 내리면서 내뱉는 첫마디부터가 별로 맘에 들지 않았다.


“hey, friend. I need smog check for my vehicle 여보게 친구, 내 자동차 매연 점검 좀 해줘야겠어"


미국에 와서 30년 동안 살고 있지만 이 젊은이의 "Hey, friend"는 아직도 적응이 잘 안 된다. 마음속으로

“야 인마, 내가 어떻게 너의 친구니? 아마 너의 엄마 아빠도 나 보다는 한참이나 어릴 거야.”

그러나 이 사회는 나이로 인한 차별이나 거리감이 없는 것만은 분명하다.


여느 고객처럼 정중하게 모셔 자동차 매연 점검을 했다. 불행하게도 합격하지 못했다. 손님이 갑자기 돌변하더니만 내 자동차가 불합격돼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돈을 지불하지 않겠단다.


*. 여보세요, 합격하지 못해도 서비스받는 것에 대해 돈을 지불하겠다고 서류에 사인하셨잖아요?

- 웃기지 마, 내가 왜 돈을 지불해야 해?

*. 만약 돈을 지불하지 않으신다면 경찰을 부르겠소.

- 경찰을 부르거나 말거나 니 맘대로 해.


하고 경주용 자동차와도 같은 괭음을 내면서 가 버린다. 나는 경찰의 도움이 필요해 돈 떼어먹고 도망간 놈을 신고했다. 한 시간 정도 지났을까? 이 젊은 고객의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왔다. 미안하다면서 지금은 직장에서 일을 하고 있어 내일 아침 일찍 찾아가 돈을 지불할 터이니 경찰서에 오늘 신고한 내용을 철회하여 달란다. 나는 단호히 거절했다. 그 새끼에 그 어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내일 아침까지 지켜보겠다고 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찾아온 그이의 어머니를 보고 나는 많이 놀랐다. 젊잫고 품위가 있어 보이는 중후한 중년의 백인 여성이다. 다시 한번 정중히 사과를 한다.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저도 당신과 같은 사내를 둘이나 키웠는대요"




에피소드 #3 (황당한 고객)


이태리 계통으로 보이는 손님이 자동차용 타이어를 교체하기 위해 우리 비즈니스를 방문했는데 굉장히 꼼꼼하신 분이다. 이 제품 저 제품을 비교해 보고, 많은 질문도 하면서 삼십 분 이상을 머무른다. 조금은 짜증도 나고, 구매할 의향이 있는지 의구심도 간다. 그래도 참고 기다려주니 마음의 결정을 한다. 그러나 손님이 찾는 제품의 재고가 없어 내일 다시 오기로 하고 오늘은 제품 가격 전액을 선 지불해달라고 했다. 백 불 짜리 다섯 장, 총 오백 불을 지불하고 갔다. 다음날 우리는 제품을 준비해 놓고 약속된 시간에 그 고객을 기다렸는데 삼십 분 늦게 나타나더니만 마음이 변했다면서 돈을 내 달라는 것이다. 그것도 어제 줬던 백 불짜리 다섯 장으로. 그때가 토요일 오후 2시. 당신으로부터 받은 현금은 집에 있고, 근처 은행도 이 시간에 문을 닫았으니 체크를 써 주겠다고 했더니만 자기가 줬던 그 현금을 돌려받아야겠다는 것이다. 직장에서 집 까지는 90Km, 왕복 180Km, 자동차로 최소한 두 시간 거리다. 이 또한 기다려 줄 수 없다는 것이다. 차선책으로 근처 Liquor Sore (구멍가게)에서 이십 불짜리 25장으로 현금을 조달해 줬더니 이 또한 거절한다.


"당신 이토록 나를 괴롭히면 경찰을 부르겠소" 경고했더니 그렇게 하란다. 전화기를 들고서 생각해본다, 이럴 때는 무슨 용건으로 신고를 해야지? 생각이 떠 올랐다. "영업방해". 신고를 해놓고 십여분 지나니까 이제는 고객이 이십 불짜리도 괜챃다고 하면서 받겠단다. "It's too late 이제는 너무 늦었소. 경찰이 올 터이니 기다리시오." 삼십 분 정도 기다리니 경찰이 나타났다. 이 고객은 경찰 앞에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돈을 순수히 받는다.


경찰이 고객에게 "당신은 차량을 이 영업구역 밖으로 빼내시고 당신 가족이나 친지에게 연락하여 픽업해 달라고 하시요"차량을 압류당한 것이다. 추측 건데 운행이 정지된 차량 이거나 운전해서는 안될 불법 차량이었을 것으로 사료된다. 상식과 일상에서 벗어난 일탈 행위는 언제라도, 어디서든 꼬리가 잡히게 되어있는 조직 사회에서 경찰은 오늘도 좀비 한 마리를 잡는다. 그들이 압류한 차량에 대해 후속 작업(서류작성)을 하고 있는 사이에 영업을 서두러 마감하고 나오면서 “경찰 아저씨 고마워요, 즐거운 주말이 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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