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하얀 아기집에 붉은 동백꽃을 들고 들어갔다. 붉은 동백꽃 가운데에 노란 구슬이 있었는데, 위태로운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아기집은 작았고 그녀는 아기집에 비해 컸으며 동백꽃은 심장 크기만 했다. 동백꽃을 가슴에 품고 이마에 무릎이 닿아야지만 팔과 다리가 온전히 들어갔다. 그 자세로 그녀는 아기집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고.
그녀가 나오지 않고 있다. 양수가 출렁거려 마음 또한 출렁일까? 아니면 굳은 마음 뻣뻣하게 양수 위를 떠다닐까? 어두울 텐데, 빛이 들어갈 금이 보이지 않는데, 무섭지 않을까? 아기 아닌 몸으로 아기집에 들어가서 아기처럼 잠을 자고 싶은 걸까? 그럼 대성통곡하던 날이 잠잠해지고 피어나는 소금 방울 터트리며 신기한 듯, 내가 이렇게 생겼었구나! 몸을 구석구석 만지고. 그러다가 동백꽃 하나하나 손끝으로 쓸다 노란 구슬에 눈멀어 눈 감고. 나오지 않는 그녀가 걱정되어 아기집 주위를 빙글빙글 돌았다. 따라오는 애꿎은 검은 비닐봉지 발로 차다가 넘어졌는데, 바닥에 작고 하얀 꽃잎이 어지럽게 떨어져 있었다. 일어나지 않고 그녀처럼 이마에 무릎을 대고, 난 하얀 아기집이야! 난 하얀 아기집이야! 중얼거렸다. 그러자 저 높은 나뭇가지에 핀 붉은 동백꽃이 보였는데, 손 길게 뻗어 잡으려 했지만 닿지 않았고. 중얼거리며 잠이 들었다.
그녀가 나에게 들어왔다. 그렇게 그녀는 가볍게 몸을 누이고는 몸을 구슬처럼 둥글게 말고 얼굴을 붉은 동백꽃에 묻었다. 그녀가 답답하지 않을까 염려되어 밖으로 밖으로 몸을 밀고 쭉 늘어나는 고무는 아니더라도 물에서 첨벙거리며 떠다닐 수 있게. 그럼 익숙한 출렁임에 손과 다리 펴지고 붉은 동백꽃 살짝 띄어 놓고 두둥실 헤엄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녀는 잠들고, 애쓰는 마음이 칼날 되어 목을 찌를까 봐 잠 못 드는 날이 계속되었고. 그녀가 깨어나길 기도했다. 붉은 동백꽃 잎을 하나하나 떼고 노란 구슬 손에 올려 가만히 들여다보다, 굳게 움켜쥐었던 두 손 가볍게 벌리고 멈춘 듯 가라앉는 희미한 노란 빛을 무심하게 지켜보길 소망했다. 마지막 한 줄기 빛이 사라지는 깊이를 가늠하며 송곳으로 눈금을 하나둘 새기고. 아물어도 사라지지 않을 눈금이 수없이 새겨졌다. 깊이에 대한 확신이 찼을 때, 그녀를 흔들어 깨울 것이라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