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시 짓다, 8] 다시 웃으며

by 검은개

그녀가 찹쌀 수제비를 먹고 싶다 했다. 둥근 알이 알알이 떠 있는. 식당을 찾아도 나오지 않고 칼국수도 괜찮다며 찾아갔다. 도착하니 식당은 없고, 망했나 봐. 근처 아무 식당에서 먹자. 추어탕 집이 보이고 맛집인 듯 식당 앞에 차가 빼곡하고 안은 만원이다. 남도 추어탕 하나 경상도 추어탕 하나. 녹색 나물, 갈색 나물, 오색 잡채, 깍두기, 가지튀김, 붉은 연근, 파전 몇 조각. 밑반찬 가짓수에 놀라고, 우연히 찾은 집인데 좋다. 이런 걸 한자 성어로 뭐라고 하지? 고진감래? 새옹지마? 웃으며. 경상도는 국이 맑았다. 흰밥을 국에 말고 뜨거워 조심히 후후후. 맛있다 반찬도 국도. 웃으며. 나물은 양이 너무 많네. 반의반만 주어도 될 것 같아. 다른 사람들은 많이 먹겠지. 고소하고 짜지 않잖아. 나물만으로도 동동주 몇 잔은 먹겠다. 웃으며. 왜 한잔하지. 그러고 싶다. 웃으며. 그녀는 한 공기를 다 먹지 않는 날이 많았다. 좀 더 먹어. 배부르니 잠 온다. 식당에서 나와 걷는다. 봄이 오니 꽃이 피었는데, 꽃샘추위라 바람이 차갑다. 그래도 그녀는 생각보다 춥지 않다며, 웃으며 말한다. 그녀가 다시 웃는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시 짓다, 7] 죽은 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