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죽은 아비의 절단한 검은 발가락을 주워
구멍 난 핑크빛 스웨터를 바늘로 꿰매듯
겨울을 맞이할 수 있다
바늘에 찔린 봉긋한 피가
군화가 밟고 지나간 붉은 아지랑이가
시가 적힌 재생지에 스미는 걸 본 듯도 하다
피비린내를 지울 수 없다 시는
파란 아기집에서 잠든 새끼를
하얀 강보로 감싸고 모로 누워
양수의 바다에서
자장가를 흥얼거릴 수 있다
단 한 사람만 아는 언어를
영롱한 돌에 담고 굴리며
기도하고
그믐달을 올려다볼 수 있다
미래의 어미에게 안부를 묻고
저만치 뒤떨어져 따라오는 발자국을 시로
쓸 수 있다
쓸어도 싸릿대 자국이 남는다 시는
해로워 생활이 되지 않는다는 당신이
해로워서 앓고 있는 당신의
머리맡에 두고 간 것이
시는 기침을 낫게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