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19 토요일 비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집에서 출발할 때는 비가 오지 않았는데 등산을 시작하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나의 아지트에 올라가 믹스커피를 한 잔 탔다. 이슬비를 맞으며 마시는 커피가 나쁘지 않다.
고등학교 때 폭우가 쏟아지는 학교 운동장에서 축구를 했던 기억이 났다. 그때는 그것 하나만으로 즐겁고 행복했다. 집도, 차도, 주식도 없었던 시절이다. 돈까스 사 먹을 돈이 없어서 쫄면을 먹었던 시절. 그래도 행복했다. 역할도, 책임도, 의무도 없이 내 행복에만 집중했던 시절.
비를 마음껏 맞아본 기억이 언제던가? 아이들이 어릴 때 야외 수영장에 갔는데 소나기가 쏟아졌다. 소나기를 맞으면서 아이들과 수영을 했던 기억이 난다. 비를 당당하게 맞는다는 것은 자유로움의 상징이 아닐까 싶다.
얼마 전 길에서 보았던 중학생이 생각났다. 버스정류장 앞에서 비를 맞고 있었다. 의아한 건 손에 멀쩡한 우산을 들고 있었던 것이다. 중딩은 내리는 비를 온몸으로 맞고 있었다. 무슨 이유가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영화 노트북에서도 주인공들이 비를 맞는 명장면이 나온다. 비를 마음껏 맞을 수 있다는 건 자유고 용기인 것 같다.
오후에는 주말농장에 갔다. 비가 와서 약간의 잡초만 뽑았다. 그리고 누이와 매형과 함께 이마트에 갔다. 초밥과 족발과 과일과 어묵과 고기와 생선과 과자와 김치를 샀다. 행복했다. 작년에 회사에서 해외로 워크숍을 갔는데, 고급호텔에서 고급 요리를 먹는 것보다 훨씬 더 행복했다. 누군가 나를 진심으로 애정한다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다.
2025년 4월 20 일요일 맑음
날씨가 너무 좋다. 밝은 햇살을 맞으며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힐링이 되는 날씨다. 꽃이 피는 것도 새가 나는 것도 힐링이다. 그리고 이제 전동킥보드를 한 발로 탈 수 있는 경지까지 올랐다. 물론 한 발로도 탈 수 있을 정도로 능숙해졌다는 것이지 한 발로 타고 다니겠다는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 최고령 스키어는 2025년 현재 99세인 이근호 설해장학재단 이사장이라고 한다. 그는 60세에 스키를 처음 접한 이후, 40년 가까이 스키를 즐기며 건강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100세까지 스키를 탄다는 것도 놀랍지만 60세에 스키를 시작했다는 것이 더 놀랍다.
아무도 없는 숲 속에서 커피를 마시며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아도 되는 감사한 하루였다. 비 온후 쏟아지는 햇살이라 더 아름다웠다. 축복받은 날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