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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제이 Dec 20. 2022

봄에 받은 크리스마스 선물

퇴근후 지친몸을 이끌고 집에 와보니 책상위에 조그마한 쇼핑백 하나가 놓여 있다. 주방에서 저녁을 준비하고 있던 아내에게 물었다.

"여보 이거 뭐야?"


아내가 대답한다.

"크리스마스 선물이야. 열어봐"


그러고 보니 선물을 주고 받은 기억이 언제인지 모르겠다. 애들키우랴, 빡빡한 월급으로 살림하랴, 숨가쁘게 돌아가는 일상에 선물은 사치가 되어 버렸다. 크리스마스가 8개월이나 남았는데 무슨 수작이지? 의아한 마음으로 조심스레 상자를 열어 보니 털이 달여있는 가죽장갑이었다.

"여보 이거 장갑이야? 겨울 다 지나 갔는데 웬 장갑이야?"


아내가 말한다.

"아니야 아직 꽃샘 추위 때문에 장갑 필요해"


한 겨울에도 장갑을 잘 끼고 다니지 않는 나로써는 달가운 선물은 아니였다. 그래도 준비한 성의를 봐서 고맙다는 말을 했다.

"물건은 괜찮아 보이네. 고마워"


심드렁한 나의 반응에 아내가 서운했는지 에둘러 말한다.

“당신 겨울에 오른쪽 장갑만 양손에 끼고 다니길래 하나 샀어. 세일기간이라 반값으로 산거야.”


내 서랍에는 오른쪽 장갑만 두 짝이 있다. 한짝은 결혼전에 아내에게 선물 받은 장갑이고 나머지 한짝은 몇 년전에 생일 선물로 받은 장갑이다. 버리기 아까워서 오른쪽 장갑만 양손에 끼고 다녔다. 장갑도 못 살정도로 형편이 어려운 것은 아니고 일년에 서너번끼는 장갑을 구지 살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였다. 모임이나 비지니스를 하러 가는 것도 아니고 기껏해야 동네 산책 할 때만 잠깐끼는 장갑이니 말이다.


딸아이가 학원을 마치고 귀가하는데 마중을 나갔을 때가 있었다. 아마 그 때 오른쪽 장갑만 두짝을 끼고 나간 모습을 본 모양이다. 겨울이 와야 껴볼수 있는 장갑이라 당장 기쁜 마음은 아니였지만 생각해 보니 고마운 일이다. 몇년전 아내에게 옷투정을 부렸던 기억이 난다.


"당신은 왜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옷은 안사고 항상 이상한 옷만 사는거야?

결혼하고 나서 내가 좋아하는 옷스타일을 입어 본적이 없어"  


아내의 대답은 한결같다.

"잘 어울리는데 뭘. 당신 총각때 입고 다녔던 옷보다 훨씬 낳아."


그리고 1년, 2년, 몇 년이 지나고 그제서야 아내가 말을 했다.

“옷이 신제품이 아니여서 그래. 미안해”


미안할 것이 있나. 오히려 내가 미안하다. 생각해 보니 아내의 물건들은 내 물건보다 더 오래된 것들이 많다.

오래된 옷, 오래된 신발, 오래된 핸드폰.......책꽃이에는 아내와 연애할때 아내가 선물해준 책이 있다. 17년이 된 책인데 바로 성경책이다. 성경책이 인연이 되어 결혼도 했다. 나는 무늬만 크리스찬이었지만 그나마 종교계에 발이라도 담그고 있었으니 결혼을 할수 있지 않았나 싶은 생각도 든다. 운도 따라 준것 같다. 


인생은 온갖 다양한 경우의 수를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 아인슈타인이었던가? 유명한 말이 있지 않던가? "신이 있다, 없다에 내기를 한다면 나는 신이 있다에 걸겠다."  왜냐? 신이 있으면 천당가는 것이고 신이 없다고 해서 지옥을 가는 것은 아니니까. 


성경책과 함께 장갑도 잃어버리지 않고 오랫동안 잘 끼고 다녀야겠다. 주말에는 아내와 맛있는 저녁이라도 먹어야 겠다. 바쁘다는 핑게로 둘만의 시간이 없었다. 예전에는 아끼며 살림하는 아내의 모습이 좋기만 했는데 요즘은 미안하고 안스럽다. 여보, 이번생은 망했다 치고 다음 생엔 돈 많은 남자 만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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