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이제이 Dec 18. 2022

50년 만에 처음 가본  해외여행

살다 보니 쉬흔이 넘어서 처음 해외여행을 다녀오게 되었다. 계획은 오래전부터 세웠지만 그때마다 번번이 사정이 생겨서 취소를 해야 했다. 해외여행 프로젝트를 추진한 지 무려 20년 만에 목적을 달성한 것이다.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내가 어렸을 때는 해외여행이라는 것이 선택된 자들만 누리는 호사였다. 세상은 많이 변해서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밥 먹듯이 다니는 시대가 되었다.


여행을 다니려면 돈과 시간이 필요하다. 누구나 가는 여행 같지만 돈과 시간에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돈과 시간도 필요하지만 여행을 가는 타이밍도 중요하다. 적기(適期), 적소(適所)에 여행을 가야 감동과 즐거움이 극대화된다. 모든 것은 때가 있다. 공부도, 결혼도, 사랑도 때가 있듯이 여행도 때가 있다. 때가 없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제철 과일이 가장 맛있듯이 모든 것에는 때, 적기(適期)가 있다.


몇 개월 전부터 여행 계획을 세웠다. 계획을 세우면서 소소한 잡음들이 있었지만 무탈하게 모든 일정을 마치고 일상으로 복귀했다. 해외여행을 가야 느끼고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을 오롯이 경험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언어가 통하지 않아서 불편했던 것, 음식이 맞지 않아서 불편했던 것, 시차가 있어서 불편했던 것, 인터넷이 느려서 불편했던 것 그리고 환경이 바뀐 탓인지 아들이 몸이 아파서 고생을 한 것까지 경험을 했다. 가족 간의 소통이 원만하지 않아서 얼굴을 붉히는 일도 있었으니 가족여행에서 경험할 수 있는 모든 경험을 한 샘이다.



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한 번도 오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온 사람은 없다고 한다. 말로 먹고사는 사람이라 역시 화술은 인정을 해 주어야 할 것 같다. 청산유수(靑山流水)다. 한 번도 안 해본 것과 한 번이라도 해본 것은 큰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인생을 살다 보면 숙제처럼 한 번은 꼭 해봐야 하는 일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해외여행이 아닐까 싶다. 다양한 것을 경험하고 체험하는 만큼 세상을 넓게 보는 안목이 생기는 것은 분명한 듯싶다.


내 삶의 모토 중 하나는 "혼자 하면 자유롭고, 같이하면 재미있다."이다. 그래서 결혼을 한 이유이기도 하다. 자유도 중요하지만 내게는 함께하는 즐거움이 더 소중했다. 같이 살면 즐겁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외롭지 않다는 것이 내게는 가장 중요했던 것 같다. 아내의 잔소리에 스트레스가 쌓이지만 최소한 외롭지는 않다. 외로울 틈을 주지 않는다.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외롭지 않은 삶을 선택한 셈이다.


아내도 아이들도 궁시렁 궁시렁 말들이 많았지만 그 또한 지나고 보면 추억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짜증을 낼 대상이 있다는 것도 감사한 일이다. 여행을 다녀온 후 아내와 아이들은 친구들과 지인들에게 줄 선물을 포장하느라 바쁘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미뤄왔던 여행을 다녀온 것이 잘한 것이라고 또 한 번 생각했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는 내 옆자리에 신혼부부가 앉았다. 돌이 갓 지나보니는 젖먹이 아이와 함께 여행 중 이었었다. 아이는 졸음 때문인지, 배가 고픈 것인지 한 참을 울어댔다. 스튜어디스가 달래 보기도 했으나 소용이 없다. 아빠와 엄마는 승객들에게 방해가 될 까봐 아이를 안고 일어섰다 앉았다를 반복했고 비행기 뒤쪽으로 가서 한참 동안 우는 아이를 달랬다. 우리 아이들 어렸을 때가 갑자기 생각났다. 아이는 울다 지치고 엄마는 달래다 지쳐서 같이 잠든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찡했다.


그리고 그 모습이 안타깝다기보다는 아름다워 보였다.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것 같지만 엄마가 아니면 경험할 수 없는 소중한 순간이다. 뭐라도 도와주고 싶고, 위로의 말이라도 해주고 싶었지만 불편해할 것 같아서 보고만 있었다. 그 들도 아이가 너무 어려서 함께 여행을 하기에는 무리였을 것이라고 예상은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아라는 정신적 육체적 노동에서 잠시라도 벗어나 새로운 환경에서 휴식하고 충전하고 싶었으리라. 나도 그때가 있었으니 충분히 공감을 했다.



우리 아이들의 새로운 면을 보게 된 것도 여행의 소득인 것 같다.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 아이들로 생각을 했는데 문제가 생기면 방법도 제시하고 풀어나가려는 노력도 보였다. 아빠, 엄마는 왜 밥을 안 먹느냐고 물어보기도 한다. 집에서는 들어 볼 수 없는 말들이다. 사실 여행을 계획하고 다녀오기까지는 크고 작은 난관들이 있었다. 다 말할 수는 없지만 여행이 무산될 뻔한 위기도 있었다.


가족 여행 한 번 가는 것이 뭐 그리 어려운 것일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어려운 일이다. 시간, 돈이 필요하고 마음도 맞아야 한다. 고생도 했지만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지금까지 갔던 가족여행 중 가장 보람된 여행이 아니었나 싶다. 아마 아내와 아이들이 아니었으면 나는 죽을 때까지 해외여행을 가보지 못했을 수도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고 여행을 해야 하는 동기부여가 절실하지 않아서다.


"안 가는 거보다는 가는 것이 낫다."라는 마음만으로 여행을 가기에는 동기부여가 되지 않았다. 쉬흔 살이 넘으니 맛집을 가거나 관광지에 가는 즐거움에 둔감해지고 초연해진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오히려 내가 좋아하는 국내의 명산들을 돌아다니며 사계절을 느끼는 것이 더 행복했다. 그러나 가족여행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여행을 가서 나도 덩달아 수혜를 본 것 같다. 생애 첫 해외여행을 함께 해준 나의 가족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이전 18화 221시간 만에 구조된 광부의 인터뷰를 들으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