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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연화 1

by 얕은

<파크 프리베에서> 김윤경 님 그림이다.

지금하고 있는 성인수업은 9개월여쯤 이어지고 있는 팀 수업이다.

60대 네 분, 50 중반의 한 분.

솔직히 시작은 그리 길게 보고하진 않았지만, 수업을 많이 재밌어하시고 비슷한 성향의 분들이라 분위기도 좋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워낙 열심히들 하셔서 나도 더욱 열심히 수업하게 된다.


수업하며 어른들의 하루하루를 들어보면 정말 꽉 채워 보내신다.

자녀들 성인 되고 자신의 시간을 찾아 밖으로 나오신 분들이라 민화와 나와의 미술수업을 제외하고도 배우시는 게 많다.

네 군데의 독서모임을 하시는 분, 민화를 좀 더 깊이 공부하시고 곳곳에서 작가로 전시하시는 분, 다도 수업을 10여 년 넘게 나가고 계시며 전에는 서예와 압화도 오래 하신 분, 가곡 배우시며 곧 피아노도 배우실 거라는 분. 정말 나보다도 바쁘게 사신다.


어쩜 부러운 노년일 거다.

각자 고민이 없는 삶은 아니겠으나, 그래도 보통의 사람들이 바라는 여유 있는 노년일 거다.

근데 그분들을 보고 우리 엄마를 보면 여유가 있어서 여유 있어 보이는 삶을 사는 건 아니다.


우리 엄마 아빠 병간호로 묶여있는 그 바쁜 삶 중에도 시니어 대학 4년 다니셨고, 민화도 배우시고..

‘나’를 잊지 않기 위해 치열히 사셨고 살고 계신다. 그냥 시간 속으로 소모되지 않기 위해 그리고 더 시간이 지났을 때도 ’나‘를 유지하기 위해 열심히 바쁘게 여전히 배우신다.





4월 마지막 날 수업하는 분들이 선생님 맛있는 거 사주신다고 하시며 의정부의 파크 프리베로 나들이 겸 나갔었다. 그러면서 우리 엄마도 같이 모시고 가주셨다.

엄마 협착증 때문에 3개월여 민화수업 못 나가셨는데 민화수업 제일 왕언니인 엄마도 모시고 싶다 하셨다. 엄마와 민화에서 몇 년째 뵙고 있는 분들이라 따로 안 만나도 매주 민화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항상 반가운 그런 사이다.


정말 고마웠다. 3개월여 매일 병원만 다니시다 보니 많이 우울해하시는 엄마께 정말 좋은 시간을 선물해 주셔서.

그날의 즐거운 시간을 김윤경 님이 그림으로 남겨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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