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잡하고 입안에 있는 마른침을 삼킨다. 어느 한적한 어느 날 지극히 평범한 늦은 밤이었다. 초조하게 조금씩 움직이는 시계를 보면서 널 기다리고 있다. 불이 꺼져서 캄캄하고 조용한 복도에 혼자서 틱에 걸린 동물처럼 복도의 끝을 왔다 갔다 돌아다니길 반복하다 지쳐서 복도 한구석에 있는 의자에 앉아있다.
차갑게 굳어버린 듯한 두꺼운 철제문 너머로 파란 가운을 입은 누군가가 걸어와서 네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말하고 나는 그 자리에서 퍼질러져서 눈물을 흘린다.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 작고 차가운 복도에서 아주 오랫동안 울고 있다. 소리 없이 몸만 들썩이며 흐느끼고 있다.
혼자서 밤을 지새우고 느지막한 오전에 나는 너를 보러 작은 유리벽 너머로 나는 일회용 가운을 입고 들어간다. 새근거리며 자고 있는 야윈 네 모습을 보며 눈물이 날뻔했지만 참고 네 손을 잡아주었다. 체온 때문이었을까. 너는 눈을 떴고 힘없이 고개를 돌려 나를 보았다. 나는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네게 말을 걸었다.
"어떻게 알았어?"
"네 향이 나서 그리고 네가 손을 잡아주었으니까"
네가 겨우 말하니 나는 더 이상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내가 침대에 기대어 울고 있으니 너는 손을 들어서 등을 어루만져주었다. 그리고 작게 내게 속삭였다.
"그래도 네가 와줘서 좋다, 곧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아"
나는 울음을 겨우 멈추고 네게 밝게 웃으며 말을 했다.
"그래, 꼭 일어나 제발 네가 없으니 너무 힘들어"
말을 마치고 이제는 너와 헤어져야 할 시간이 되어 나오려는데 네가 나를 보며 작은 미소를 지어주었다. 나는 그 미소를 마지막으로 너의 향기와 소독약 냄새가 공존하는 작은 방 안에서 나와야 했다. 방에서 나와서 이젠 코를 찌르는 소독약 냄새만 있는 복도에서 너와의 추억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해 겨울 네가 다치기 하루 전이었지. 너와 함께 그리고 한파와 함께 온 눈을 보며 쉬고 있었고 아마 그때까진 좋았을 거야 네게서 나는 초록의 향기가 그때까진 남아있었으니까. 그 후에 몇 시간이나 더 지났을까. 아침잠이 많은 나를 깨워서 산책을 하러 나가었지. 나는 그때 너를 막았어야 됐어. 사고는 한순간에 일어났고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 어쩌면 마지막 아침 산책을 마치고 건너던 작은 건널목 녹색불로 바뀐 뒤 먼저 앞장서서 건너던 너 그 뒤를 따라가던 나 빨간불에 멈추려던 어떤 차 한 대까지 아무도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지. 어제온 눈이 얼어서 자동차는 너를 치고 쭉 미끄러져버렸지. 나는 패닉에 빠졌고 근처에 지나가던 고등학생 무리가 119에 신고를 해주었지. 피비린내만 네게서 역하게 났지. 구급차를 타고 커다란 병원으로 향했고 병원에 들어가 여러 수술을 마치고 며칠이 지나고 나서야 나는 너를 볼 수 있었지만 너는 많이 야위었고 네 곁에는 항상 여러 기계가 달려있었다. 의사 선생님은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기적이라고 했지만 나는 감사한 마음보단 너무 참담한 상황에 화가 치밀었지. 그리고 너를 친 운전자는 아직까지도 너를 보러 오지 않았고 미안하단 사과 한마디도 없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