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리는 날 산골마을에서

by 유연

첫눈이 소복소복 내리는 날! 이제는 좀 멈추려나?

아파트 8층에서 창밖을 바라보니 뿌연 안개처럼 시야가 보이지 않고 온통 하얗게 함박눈이 하염없이 펑펑 내리고 있었다.


나는 빙판길이 무서워서 한의원 예약도 취소하고 지금 밖에는 눈이 얼만 큼 쌓이고 있는지 체감하지 못 한 채 안주하고 있었다.


이런 날은 녹녹지 않았던 주택 살이 하던 때가 생각이 났다,

지붕 위에도 장독대 위에도 나무 위에도 눈이 쌓이면 아름답고 사랑스럽다,

살짝 손으로 눈을 찍어 그림도 그려본다.

하지만 그렇게 아름다운 눈이라도 차도 달리고 사람도 다닐 수 있도록 마을 진입로는 꼭 치워 주어야 했다,


두꺼운 장갑에 털모자 털 장화를 신고 밀대로 눈을 밀며 마을 사람들과 눈만 빼꼼히 내밀고 마주치며 눈인사로 미소를 짓는다. 그렇게 마을 사람들과 정을 나누며 땀을 흘리던 젊은 그 시절이 참 좋았던 때였다.


지금은 엄마,아빠 대신 산골 마을에 살고 있는 아들은 오늘같이 이렇게 눈이 많이 오는 날에 새벽 외진 눈길을 헤치고 출근은 잘했을까? 궁금해서 문자를 보내보니 답이 없었다.

회사일이 바쁜가? 계속 연락이 되지 않아서 궁금하고 답답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닐까?


오후 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아들에게서 연락이 왔다. 인터넷이 안 되어서 재택근무도 못하고 마을 주민들과 무릎까지 쌓인 눈길을 치우느라 오전 내내 고생을 하고 이제서 춥고 배가 곱아서 밥 사 먹으러 나왔노라고 했다.


용인 휴양림 쪽 대로변 소나무가 쓸어져 전선을 망가트리는 바람에 그곳 주변이 온통 정전이 되는 까만 새벽을 맞이하게 되었다고 한다.

밝은 동네로 나와 보니 여기저기에서도 덩치 큰 나무들이 너무나 어이없게도 힘없이 툭툭 쓰러져 있어서 왠일인가 싶었다고도 했다,


우리 집 앞마당 끝에 키가 큰 소나무 3그루가 부채처럼 펼쳐져 있었는데 눈의 힘에 못 이겨 뿌리가 엉킨 채 2그루는 정원 밖으로 처참하게 누워 있고 한 그루만 덩그러니 서있는 상태라고 했다. 뒷집은 새로 지어서 잘 꾸며진 마당에 설치해 놓은 커다란 파고라 지붕이 무너져 피해를 입고, 그 옆집 혼자 사는 형님께서는 대문 밖을 나올 수가 없어 마을 주민들이 함께 계단부터 눈을 치우고 길을 만들어 드렸다고 한다.


마을 끝자락에 살고 계시는 분들은 수고가 두 배로 늘어나며

그 많은 눈을 밀고 또 밀어 내려오시는 수고로움도 잊고 협동하여 함께 고생한 덕분에 마을 진입로는 정리가 잘되어서 보람차고 흐뭇했다고 좋아하는 아들!! “수고가 많았네!!”

그나저나 저녁 해질 무렵까지 산골 마을 전기 복구공사는 안 되고 있고 여기저기에 피해가 많아서 아우성이라 내일이면 일본 여행을 계획했던 우리 가족의 걱정거리가 또 늘어났다. 전기 복구공사가 안 된 상태에서 떠나면 보일러는 어쩌나?


저녁 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연락이 왔다, 전기 복구공사가 완료되었다는 기쁘고 반가운 소식!!

밤늦도록 고생하며 복구해 주신 기사님들 덕분에 보일러는 잘 돌아갔고, 다음날 비행기는 장시간 연착이 되었지만 편안한 마음으로 일본 시즈오카의 작은 도시를 향해 여행을 떠날 수 있었다.


첫눈 내리는 날에 대한 기억은 하얗고 아름다운 세상이 눈꽃처럼 펼쳐지는 낭만적인 그림으로 마음속에 남아있지만,

눈과의 전쟁 속에서 너무나 힘든 하루 중에 하루를 보냈을 이곳 산골 마을 주민들을 생각하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옆집 어른께서도 "내 나이 80이 넘도록 이렇게 눈이 많이 와서 고생을 한 적은 처음이야"라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아직도 아파트 공원 근처에는 폭설로 인해 쓸어져 널 부러져 있는 나무들은 복구가 안 되고 있고

큰 피해를 입은 농가와 축사, 창고와 지붕이 무너져 생계까지 위협받는 분들도 하루속히 복구가 되어 정상적인 생활을 하시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래도 어디선가

궂은일 마다하지 않고 동분서주하며 수고해 주시는 분들 덕분에 우리는 안심하고 이렇게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다. 혼자는 살 수가 없는 세상!! 나 또한 그분들과 더불어 나눔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따뜻한 이웃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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