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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자기만족과 희생의 간극

by LISA

책 '사랑의 의미'는 이렇게 말한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를 사랑해주는 누군가가 있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사랑을 주고 받는 사람이 서로 맞물리고, 그 사랑의 느낌을 아는 것이다." 저마다 다소 다를 수는 있겠지만, 그만큼 사랑은 한 인간의 삶을 좌지우지한다. 다만 아쉽게도 진정한 형태의 사랑을 만날 기회는 인생에서 결코 많지 않다.


무조건 내리사랑이라는 부모와 자녀 간의 사랑도, 뉴스에서 종종 보지만 없거나 비뚤어진 경우도 생각보다 꽤 있다. 여러 형태의 사랑 중 그나마 영속성이 보장되기에 가장 최적인 것이 부모의 자식 사랑인 점을 고려하면 정말 안타까운 경우다. 이처럼 혈연으로 엮인 모성애와 부성애도 100%를 담보하기 어려운 것인데, 이하 연인이나 친구 등은 훨씬 느슨할 수밖에 없다. 친구와의 사랑은 공통분모가 사라지거나 환경에 격차가 생기면 식어버릴 수 있고, 연인과의 사랑도 자기만족의 유효기간이 끝나는 등의 사유로 종료될 수 있다.


잠시 언급했지만, 주변에서 볼 수 있고 경험할 수 있는 많은 사랑은 대체로 자기만족을 기반으로 한다. 상대를 어떠한 환경에서도 있는 그대로 사랑하기보다는, 상대를 사랑하는 나에 빠지고 교감이 되는 순간에 만족하는 것이 훨씬 쉽기 때문이다. 시작하기 쉬운 만큼 끝나기도 쉬울 수밖에 없다. 콩깍지가 벗겨졌기 때문이든, 환경의 변화가 찾아왔기 때문이든 자기만족 상태가 끝나면 사랑도 종료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영속적인 사랑의 조건은 무엇일까. 개인적으로는 희생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관계이든 상관없이 이해타산을 최소화한 희생은 가장 완전한 형태의 사랑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그래서 부모의 자식에 대한 사랑이 그에 가장 부합하기 쉬울 수도 있겠다. 상대가 좀처럼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아도, 내가 뼈를 깎는 고통을 느껴야 하는 환경의 변화가 찾아와도 포기하고 싶지 않고 포기할 수도 없는 그 마음이 영원한 사랑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런 사랑을 일생에 한 번이라도 경험할 수 있었다면, 그 사람은 죽기 전 "이번 생, 충분히 행복했습니다"라고 말해도 되지 않을까.


물론 자기만족을 바탕으로 한 사랑도 인생에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고, 폄하할 수만은 없다. 나 역시 天孤를 타고 났지만 삶에는 때때로 위로가 필요하다. 그게 평생 동안 그 자리에 있는 안식처나 성역은 아닐지라도, 잠시나마 누릴 수 있었다면 그래도 감사해야 한다. 자기만족의 유효기간이 끝난 사랑의 끝이 아름다울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사람의 기억은 세월이 흐르면 미화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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