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심연 Oct 04. 2024

난임병원 선택 시 가장 중요한 한 가지

병원의 규모, 최첨단 시설도 물론 중요하지만...

산부인과와 난임병원은 비슷한 일을 하지만, 환자의 입장에서 병원을 선택하는 기준은 정반대다. 산부인과는 집에서 가까운 곳 중 평이 괜찮은 곳으로 가고, 난임병원은 유명한 병원 중 그나마 집에서 가까운 곳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난임 시술이라는 게 한 번 할 때마다 워낙 비용과 체력 소모가 많이 들다 보니, 애초에 처음 시작할 때부터 많은 성공데이터와 최첨단 시설을 갖추고 있는 큰 병원을 가는 게 효율적이다. 그래서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전날 병원 근처에 숙소를 잡고 미리 올라오는 경우도 왕왕 있다고 한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 게 한 가지 있다. 임신에 성공하려면 좋은 병원과 함께 좋은 선생님을 만나는 게 중요한데, 좋은 병원과 좋은 선생님이라는 거는 상대적이라는 점이다. 누군가에겐 좋은 선택이 내게는 안 맞을 수도 있고 반대로 누군가는 별로라는 선택이 내게는 맞을 수 있다. 


첫째와 둘째를 모두 시험관 시술로 만난 사람으로서 만약 누가 내게 난임병원 선택의 기준을 물어본다면, 병원의 네임벨류보단 담당 선생님의 스타일이 나와 맞는지를 확인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남편과의 궁합이 결혼생활의 행복도를 결정한다면, 시험관 시술을 끝까지 완주할 수 있는 힘은 바로 담당 선생님과의 궁합이기 때문이다. 


난임병원 선생님들은 일반 병원의 의사와는 역할이 조금 다르다. 일반 의사들은 환자가 지금 아픈 부분을 치료해 주는 것에 집중하지만, 난임병원 의사들은 기약을 알 수 없는 임신이라는 지치고 힘든 꿈의 여정을 끝까지 함께해 주는 러닝메이트의 역할도 같이 하기 때문이다. 


시험관 시술에 대한 선입견으로 똘똘 무장된 채 처음 난임병원을 방문했을 때가 떠오른다. 난임병원을 가자는 남편의 말에 어쩔 수 없이 알겠다고는 했으나, 전날 밤 별의별 걱정으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래서 새벽에 몰래 안방에서 나와 시험관 시술을 앞두고 걱정되는 점을 몇 가지 적어두고 갔다. 


선생님을 알아보고 가긴 했지만, 병원에 도착하니 그분들은 이미 대기가 너무 길었다. 그래서 그중 대기가 가장 짧은 선생님을 택했다. 시원시원한 성격의 여자 선생님이셨다. 밝은 인상에 확신에 찬 어조, 전날 밤 적어둔 모든 질문에 대해 명확히 답변해 주니 시험관 시술에 대한 막연한 걱정이 씻은 듯 사라지는 것 같았다.  


뭐랄까, 결혼할 상대를 만나면 후광이 비치고, 종소리가 들린다는 말처럼 선생님과 10여분 동안 상담하고 나니 '이 선생님과 함께라면 조만간 엄마가 될 수 있겠다'는 든든한 믿음이 들었다. 그리고 그 첫 느낌이 맞았다. 


첫째가 돌이 지나고 둘째를 임신하기 위해 또다시 같은 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첫째 때 임신을 도와주셨던 선생님은 그 병원에 계시지 않았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다른 선생님께 상담을 받았고, 시술을 진행했다. 같은 여자 선생님이셨지만, 성향은 정반대였다. 차분한 목소리 뒤로 지친 표정이 역력했고, 상담은 기계적으로 느껴졌다. 첫 만남에 나와는 맞지 않은 분이구나를 느꼈다. 


상담을 받고 문을 나서려는데, 그 선생님께 치료를 받고 임신을 한 엄마가 쓴 편지가 보였다. '선생님 덕분에 임신이 되어 감사하다'는 내용이었다. 누구나 맞지 않겠다고 생각했는데, 나와'만' 맞지 않는 분이셨다. 그 선생님과의 여정은 한 달 만에 끝이 났고, 나는 다시 예전 선생님을 찾아가 둘째를 만나게 되었다. 


이후 난임병원을 알아보는 지인이 있으면 줄곧 첫째와 둘째를 만나게 해 주신 선생님을 추천하곤 했다. 누구라도 그 분과 만난다면 나와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 추천으로 선생님을 만나고 온 한 친구는 그 선생님의 단호하고 확실한 어조가 오히려 불편하다고 했다. 그때 알았다. 누구에게나 좋은 선생님은 없다는 걸 말이다.  


난임병원을 가기 전 담당 선생님을 알아본다면, 유명 선생님만 쫒기보단 선생님별 평을 다양히 보고 나와 맞을지 안 맞을지 생각해 보고 갔으면 한다. 난임 치료 절차는 규격화되어 있지만, 임신으로 가는 난임 시술은 2인3각 경기와 같이 세밀한 1:1 케어로 가기 때문이다.  


  

이전 04화 직장에 시험관 시술을 한다고 알려야 할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