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은 조용한 아이의 유일한 안식처였다
나는 학교라는 사회에서 쉽게 섞여들지 못했고,
그런 나에게 도서관은 조용히 있어야 하는 공간이라 좋은 곳이었다.
여우와의 대화를 통해 어린 왕자는 행성에 두고 온 장미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또한 여우는 자신의 비밀을 어린 왕자에게 알려준다.
"내 비밀을 말해줄게. 아주 간단해. 마음으로 봐야 보인단다.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거든."
[어린 왕자] 책에서 나온 내용이다.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고 마음으로 봐야 보인다.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실제로 어른들이 마음으로 나를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른들은 모두 눈으로 본 정보만 믿었다.
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관심을 가지고, 깊게 들여다보지 않았다. 무조건 겉으로만 보고 평가했다. 그 사실이 나를 더 힘들게 했다.
소극적인 아이에게 학교라는 존재는 가장 큰 어려움이었고, 사회성과 무리생활을 요구하는 학교는 나에게 풀지 못하는 과제였다.
그래도 초등학교 저학년 생활은 그럭저럭 잘 지냈다. 모든 게 처음인 우리들은 순수함으로 함께 어울렸고, 소외되는 아이 없이 다 함께 지냈다.
상황이 달라진 건 고학년 때부터. 어린아이의 순수함은 이미 사회가 주어지는 무언의 압박으로 사라져 있었고, 아이들은 말을 잘하고, 누구와도 쉽게 어울리는 아이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나같이 말을 잘 못하고, 아무런 특이점도 없는 평범한 아이는 금방 사라져 버리곤 했다.
혼자 있기 싫었지만 그때마다 내 소극적인 성격이 걸렸고,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집에서는 평소처럼 목소리가 나오는데 밖에서는 집에서 낸 소리의 반절도 채 되지 않았다.
말을 하기 싫어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게 아니었다. 너무 작아서 못 듣고 있는 것뿐이었다.
왜 아무도 내 말을 듣지 못하는 걸까.
투명 인간. 내가 같은 반에 함께 있어도, 그들 곁에 있어도 아이들은 나를 보지 못했다. 존재감이 아예 지워져 버린 나는 그저 학교 출석부에서만 존재하는 아이였다.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는다는 기분에 내 마음은 조금씩 학교에서 멀어져 갔다. 그래서 예전에는 학교가 끝나지 않았는데도 혼자 학교 밖으로 나와 날 기다리던 엄마에게 갔다. 선생님이 나를 찾는 건 뒷전인 채 이 힘든 학교에서 빨리 나가고 싶어 했다.
어쨌든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는 나는 조금이라도 더 즐겁게 학교생활을 보낼 방법을 찾아야 했고, 나만의 안식처는 도서관이었다.
책은 사람들과 달랐다. 말을 하지 않는다고 나를 무시하지 않았다. 책은 포근했고, 나를 상상 속 세계로 데려가주었다.
나에게 도서관은 하나의 우주였고 책들은 각각의 행성이었다.
행성 하나하나 각자 다른 이야기를 품고 있다. 풋풋한 사랑 이야기나. 사회에 상처받은 사람들이 치유받을 수 있는 이야기. 평범하게 자신의 일상을 이야기하는 것도 있었고, 재미있는 판타지나 신비한 모험 이야기도 있었다. 책은 나를 기다려주었고, 말 없는 나를 감싸 주었다.
책은 하루를 아프지 않게 해주는 진통제였다.
중학교 2학년이 되고부터는 거의 매일 도서관을 드나들었다. 반 아이들보다 일찍 등교한 아침시간에도 도서관에 갔고, 점심시간에는 밥 먹는 것도 잊어가며 책에 파묻혔다.
도서관을 하나의 안식처로 생각하고 있었던 나는 책들과 포근한 분위기가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