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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와 사랑 Dec 05. 2022

너무도 아름다웠던 낚시터의 추억

  2007년 9월 5일간 파주 감사교육원 교육을 갔을 때 마장저수지에서 낚시를 한 적이 있다.

  저녁식사 후 7시부터 12시까지 4일 연속 그렇게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었는데 조황은 꽝이었다. 나중에 보니 부러진 찌를 쓰고 있었다. 3일째 되는 날, 밤 12 무렵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갑자기 바로 앞에 보이는 산등성이가 빨갛게 달아 올라 불이 난 줄 알고 깜짝 놀라 쳐다보니 엄청 큰 달이 새빨갛게 주변을 밝히며 떠오르고 있었다. 해가 떠오르는 줄 알 정도로 크고 빨간 달이었다. 그 모습이 장관이었다. 내 평생 그렇게 크고 빨간 달을 본 적이 없다.


  2016년 늦가을 오후 허리급 월척을 기대하며 백제보 왕진나루 쪽으로 출조를 했다. 백제보는 어머니의 품과 같이 포근함을 느끼게 하는 곳이라 주변에 낚시꾼이 아무도 없었고 혼자임에도 불구하고 편안한 마음이었다. 밤 10시쯤 되니 강이라 그런지 겨울잠바를 입었는데도 한기가 몸속으로 파고들었다. 밤 12시까지 한수도 못 건지고 있는데 갑자기 옆에서 철벙철벙 큰 고기가 뛰는 소리가 들렸다. 내가 앉아 있던 곳은 입질이 거의 없지만 물었다 하면 허리급(35cm) 월척 붕어라 잔뜩 기대를 하며 찌를 주시하고 있는데  갑자기 수달 네다섯 마리가 나타났다. 허리급 붕어에 대한 기대감이 무너졌지만 너무도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눈앞에 펼쳐져 있는 무수히 많은 별자리만으로도 아름다운데 눈앞에서 수달 몇 마리가 헤엄치며 노는데 혼자 보기 아까운 모습이었다.


  나는 처음부터 낚시를 그렇게 배웠다. 많이 잡는 것보다 대물, 못 잡더라도 운치 있고 물 좋은 곳.......

 섬진강 근처 운암호(옥정호), 괴산 칠성댐(산막이 옛길), 횡성 오원 저수지, 원주 옥산강 등 자연의 품에서 풀벌레들의 울음소리와 서서히 찌를 올려주는 붕어의 입질에 세상사 모든 것을 잊고 그곳에 푹 빠져 있었다.

  운암호에서는 밤새 꽝치고 일행과 함께 철수를 하려고 하는데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동네 꼬마 아이가 다가오더니 떡밥 좀 달라고 해서 줬더니 조금 떨어진 곳에서 허접한 낚싯대를 던지더니 금세 붕어를 낚아 올리는 것이었다. 우리는 어안이 벙벙해서 지켜보았는데 계속 잡아내는 것이었다. 우리는 각각 3대씩이나 펴고도 조과를 올리지 못했는데 녀석을 짧고 허접한 낚싯대로 그것도 우리한테 얻어간 떡밥으로 계속 잡아 내고 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녀석에게 물어보니 구석구석의 특성을 다 알고 있었다. 녀석은 포인트를 알고 있었던 것이다. 임실 운암호와 괴산 칠성댐은 물길이 산을 굽이굽이 돌아 멋진 경관이었고 인적이 드문 곳이라 한밤중의 정적이 좋았다. 그 정적을 깨는 산짐승 소리는 산을 휘돌아 몇 번의 울림으로 운치 있게 돌아왔다.       


  내가 낚시에 푹 빠져 있을 때 친구는 낚시를 몰랐다. 강원도 원주에 살던 친구가 직장 동료들로부터 들은 좋은 낚시터로 나는 안내해 주며 나 때문에 낚시를 배워 허송세월 많이 보냈다고 원망도 했지만 지금은 꾼이 되어 나를 이끌고 있다.

  친구 덕분에 10여 년간 접었던 낚시를 작년부터 다니고 있다. 덕분에 작년 봄 부여 망굴지에서 34cm(낚시가 안돼서 짧은대로 오른쪽 연안으로 던져놨는데 걸려 나온 놈이었다.), 청양 곡제에서는 아름다운 경치와 소나기 입질의 자잘한 손맛, 백제보 35.6cm와 눈불개(민물 숭어) 60cm급, 양촌보에서는 잉어 45cm와 턱걸이 월척의 손맛을 볼 수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손맛은 강원도 횡성 오원저수지에서 늦가을 새벽 텐트에서 나오니 잔잔한 물가에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있었고 차가운 공기에 몸을 움츠리며 낚싯대를 쳐다보니 찌가 서서히 올라와 챔질 했을 때의 느낌이다. 차가운 낚싯대가 파르르 떨리면서 딸려 나온 15cm 붕어, 그 손맛이 최고였다. 오원저수지 상류의 가을 단풍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울긋불긋한 단풍이 건너편 산밑 물에 드리워 붉게 물든 물 위로 잉어가 뛰어오르는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은 많은데 마음뿐인데 친구는 계속 나를 꼬드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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