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와 사랑 May 07. 2024

잃어버린 아내 33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 철쭉, 복숭아꽃. 배꽃들이 순차적으로 피고 아내와의 산책길에 벚꽃이 눈처럼 날리며 떨어져 쌓이는 모습을 보며 아내의 상태가 많이 호전되고 있어 좋아지나 싶으면 어김없이 안 좋은 일들이 발생하곤 해서 조심스러운 마음이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아침에 아내의 옷을 갈아입히는데 아내의 오른쪽 허벅지 안쪽 전체에 빨갛게 작은 물집들이 잡혀 있었다. 단순한 피부병이 아닌 것 같아 병원에 데리고 갔더니 대상포진이라고 일주일간 신경 써서 지켜보라며 링거주사를 맞히고 약과 연고를 처방해 주었다. 다행히 통증은 못 느끼는 것 같았는데 내 마음은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지금까지 하루하루 주어진 날만 생각하며 잘 버텨왔는데 이런저런 불길한 생각들이 밀려들었다. 어느 순간 아내가 지금 않는 병이 아닌 다른 병에 걸려 힘든 순간이 올 수도 있다는 생각, 내 건강이 나빠져 아내를 돌보지 못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생각들이 나를 가라앉게 만들었다. 그러다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마음을 다잡고 현재의 상황만 생각을 하며 아내를 차에 태우고 천변 드라이브를 시작했다. 시속 20km 미만의 속도로 천천히 달리며 배추, 오이, 고추, 감자, 가지, 고구마 등 아내의 시선을 끄는 작물들이 심어지고 자라는 모습을 보며 이런 것들을 보고 느낄 수 있음을 감사드렸다. 고맙게도 아내는 대상포진을 잘 이겨냈다.


  꽃이 다 졌더니 작약과 수국, 장미까지 피면서 아내의 시선을 끈다.

작가의 이전글 잃어버린 아내 3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