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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와 사랑 Nov 11. 2022

원주 옥산강의 추억

  원주교도소에서 근무하던 친구가 낚시 잘되는 곳이라며 안내해 준 원주 옥산강은 교도관 초임 시절 내가 즐겨 찾았던 곳이다.


  사진 왼쪽 한참 위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건너편 길을 따라 오른쪽으로 걸어가면 기도원(아마도 여호와의 증인)이 나왔는데 건너편 산 끝부분에 철조망이 있었고 철조망을 헤치고 거슬러 올라가 밑으로 내려가면 두, 세 사람 앉을자리가 있는데 그곳에서 릴 하나, 또르래기 2개, 던져놓고 대낚시를 하면 붕어 25cm~32cm, 잉어 40cm 내외가 간간히 낚여 올라왔다. 힘이 좋아 또르래기는 방울소리보다 찌익 하고 줄을 잡아 끄는 소리가 나곤 했다.


  틈만 나면 어깨가 고장 나는 줄도 모르고 낚시가방을 메고 한 손에는 텐트, 나머지 한 손에는 코펠과 먹을 것을 들고 서울 미아리에서 상봉동 시외버스 터미널로 이동해서 원주 가는 시외버스를 타고 원주에서 다시 옥산강 가는 버스를 타고 옥산에서 내려 10여분 넘게 걸어 들어가 낚시를 하곤 했다. 비가 와도 출발했다. 어떤 날은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여인숙에서 밤을 새우고 다시 서울로 온 적도 있고 두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했다.

  

  건너편 오른쪽에 밑으로 내려가 절벽을 타고 옆걸음으로 들어가면 경사진 바위가 있는데 그곳에서 준척급 이상의 붕어가 많이 나왔다. 받침대를 꽂을만한 흙이 없어 모래 사낭을 메고 들어가 받침대를 꽂고 낚시를 하는데 미끄러져 물속으로 빠져 헤엄도 못 쳐 빠져 죽을뻔했는데 사낭에 꽂은 받침대를 잡고 바위 위로 올라와서 낚시를 한적도 있다. 비가 많이 와서 물이 불어나 절벽까지 물이 잠겨 황급하게 철수한 적도 있다.

  사진 속 아이들이 물놀이하는 쪽은 수심이 얕아 물놀이를 많이 하는데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건너편으로 걸어 들어와 강을 건어 와 긴대를 펴고 낚시를 하곤 했다. 텐트를 치고 밤낚시를 하다 새벽녘 3.5칸대 찌가 슬그머니 끝까지 올라와 멈추는 순간 챔질을 했더니 힘 좋은 32cm 붕어였다. 이곳은 희한하게도 붕어는 25cm에서 32cm였다. 모래무지, 누치, 꺽지, 메기, 강준치, 끄리 등도 간간이 낚였고 낚시가 안될 때 짧은 대를 바위 옆에 바짝 붙여 던지면 동자개가 연신 낚여 올라오기도 했다.


  한 번은 비가 많이 내린 후 그쳤는데 그날도 건너편에서 무릎 깊이의 물을 건너 밤낚시를 하고 다음날 아침 집으로 가기 위해 강을 건너는데 상류에서 흘러들어온 물로 허리까지 불어나고 물살이 세졌는데 집으로 가기 위해 슬리퍼를 신고 낚시가방을 메고 강을 건너는데 물살 때문에 발을 제대로 짚을 수가 없었다. 슬리퍼 한쪽은 벗겨져 떠내려가고 앞을 향해 발을 뻗으면 물살이 오른쪽으로 밀어냈고 중심을 잃고 넘어지면 물에 떠내려가 죽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정신을 바짝 차리고 강을 건너고 나니 발이 다 까지고 엉망이었다.              


  물놀이하던 아이가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것을 구한 적도 있다. 비가 부슬부슬 오는 날 낮이었는데 사진 바로 건너편 오른쪽 바로 아래에서 낚시꾼 1명이 낚시를 하고 있었고 내가 즐겨 앉던 절벽 밑에서 1명, 그리고 그 건너편에 나와 다른 사람 1명이 긴대를 펴고 앉아 있었는데 아이들 몇이 물놀이하다 건너편 깊은 쪽까지 걸어 들어가 빠진 것을 우리 쪽에서 발견하고 건너편 낚시하는 사람들에게 큰소리로 알려줘 건너편 사람들이 다급하게 유원지 관리소 쪽에 배를 띄우라고 소리쳤으나 아무런 움직임이 없자 옷 입은 채로 들어가 아이를 구조했다. 아이 보호자들이 와서 황급히 아이를 데려갔고 그 사람은 그날 낚시 망쳤건만 고맙다는 말 한마디 제대로 듣지 못했다며 이래서 배를 띄우지 않았나보다라고 말하는 모습을 보고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옥산강은 오원 저수지와 함께 나에게 많은 추억이 있는 곳이다. 

  지금은 이 세상에 안 계신 막내 외삼촌과 함께 출조를 하기도 했는데 남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금술이 좋았던 외숙모가 아닌 낯선 여자를 데리고 와서 외숙모라고 부르라고 해서 황당해하며 삼촌이 어떻게 이럴 수 있냐?는 표정을 지었는데 여자가 텐트에 잠자러 들어가자 나와 함께 낚시를 하던 삼촌이 불쌍한 여자니 따뜻하게 대해 달라며 내게 여자와의 관계를 설명해 주었다.

  외삼촌과 결혼까지 생각했던 사이였는데  외할머니의 반대로 헤어졌고 20여 년 만에 우연히 만났는데 남편이 딸을 어렸을 때부터 지속적으로 성폭행해 딸이 아버지를 살해하고 교도소에 들어간 기구한 운명에 처해 있었고 이러한 처지에서 외삼촌을 만나게 된 것이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25cm~32cm급 붕어가 많이  잡혔는데 포인트는 부자간에도 가르쳐주지 않는 거라며 누구에게도 이곳을 가르쳐주지  말라던 외삼촌의 말을 듣지 않고 내가 즐겨 찾던 낚시가게 주인에게 월척 붕어 얘기를 하다가 32cm를 쉽게 잡을 수 있는 곳이 있다고 말하자 그곳이 어디냐? 며 관심을 보여 가르쳐 줬더니 보트 낚시를 해 나를 실망시키기도 했다.  


  서울에서 천안 회사까지 낚시가방을 메고 출근해 회사 외정문이나 회사 앞 구멍가게에 맡겼다가 야근하고 다음날 아침 퇴근하면서 낚시가방을 찾아 옥산강으로 출발한 적도 있고, 포인트 잡으려고 철조망을 헤치고 겁 없이 절벽으로 들어가 위험한 짓을 하기도 하고 정말 미친 짓 많이 했었다.


  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낚시가 잘 되는지? 한 번쯤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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