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가 잔다.
내가 소파에 앉으면 기다렸다는 듯이 무릎 위로 올라와 잔다.
골골골... 조용히 자장가를 부른다. 고양이가 부르는 자장가.
그 모습이 외로워 살금살금 쓰다듬으면 어느새 그만 만지라고 꼬리를 휘휘, 눈도 못 뜨면서 휘휘.
그렇게 봄이는 잔다.
더운 여름에는 안 왔다.
무릎 위로 올라오는 것은 계절이 바뀌고 있다는 야생의 신호.
가을이 오고 있다. 나는 이렇게 창문을 닫았고 봄이는 이렇게 옹송그렸다.
질척이는 여름이 느껴진다. 분명 아침까지 가뭇없던 더위였는데.
고양이의 체온은 39도 라지.
빨리 가을이 오면 좋겠다.
그래서 봄이를 꼭 끌어안고 늦은 오후 해 질 녘까지 자고 싶다.
우리는 창밖 하늘이 불그스름해질 때 일어날 것이다. 노을의 그늘 아래에서 기지개를 켠 봄이는 나른한 그루밍을 하고, 일어날 생각 없는 나는 넋 놓고 그 모습을 바라본다. 그러다 문득 내 입속에 머리카락 뭉치가 들어간 기분에 으으~ 괴로울 지도 모르겠다.
입속의 검은 털.
괜히 심란해져 냉장고 앞으로 가 차가운 맥주캔을 따고.
이런 계절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