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쩍 쌀쌀
아침은 구운 계란, 요거트, 토마토, 견과류,
어제 사온 소중한 샤인머스캣을 먹기 좋게 담아두고
자율배식했다. 남편과 나는 여기에 콜드브루라테를
추가해서 먹으니 차리는 나도 편하고
영양소도 골고루 챙길 수 있어 좋았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라
다른 가족들의 의견은 다를지도 모르겠다.
첫째가 며칠 전부터 소세지빵 노랠 불렀다.
근데 막상 소세지빵을 사려니 마땅한 곳이 없기에
어제 애플파이로 대체하기로 했는데
계속 맘이 쓰였다.
난 다른 건 몰라도 먹을 거에는 늘 진심이니까.
즐겨 가던 빵집에 정말 오랜만에 들렀다.
일주일에 두세 번은 가던 집을 거의 보름 만에
간 것 같다. 아주 작은 동네빵집인데
여기는 커피도 빵도 모두 맛있다.
특히 소금빵이 맛있는 집이라 그간 유혹을 떨칠
자신이 없어 더 발걸음을 안 한 것도 있었다.
그곳에 가서 아이 줄 소세지쌀빵과 단팥빵,
크림치즈빵을 집어 들었다.
중앙 테이블 위, 바구니에 가득 담긴, 심지어 방금
나온(것 같은!) 소금빵이 눈앞에 있었지만 외면했다.
나는 안 먹을 거니까.
밀린 집안일을 해치우고
점심은 반찬을 시켜 먹었다. 나는 전업주부다.
그렇기에 반찬을 배달시킬 때면 약간의 죄책감이
느껴지는데, 이 죄책감을 최대한 덜어 줄
적절한 핑곗거리를 대 보자면,
애들이 내가 한 브로콜리와 콩나물은 안 먹고
외할머니가 해주거나 반찬가게 사장님이 하신 건
잘 먹기 때문이라고 해야겠다.
한 달에 두어 번 시켜 먹는데 오늘이 바로 그날이다.
아이들 반찬과 나 먹을 반찬을 골고루 시켜
적당량을 덜어 점심으로 먹었다.
역시 남이 해준 밥이 최고다.
저녁은 간단하게 어묵탕에 계란찜,
낮에 시킨 밑반찬,
그리고 남편이 궁금하다며 시켜둔 편스토랑
밀키트로(꽈리멸치닭조림?) 결정!
맛이 나쁜 건 아닌데,
비주얼이 어딘가 짬밥스러운 건… 어쩔 수 없다.
저녁을 먹고 아직 컨디션 난조인 첫째도 챙기랴,
어린 둘째와 놀아주랴, 씻기고 재우고,
정신없이 지나갔다.
식단을 바꾸며 체중이 약간 줄었는데 거의 배에서
줄어든 것 같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게 전부.
몸은 생각보다 금방 적응했는지 계속해서 빠지진
않는다. 그럼 이제는 운동을 해야 하는 시점인데,
병원에서는 아직 어떤 운동도 권하지 않는 중이라
조심조심 일상생활만 하는 중이다.
가끔 내 몸 상태를 잊고 있다가 한 번씩 정신이
번뜩 드는 때가 있는데 이를테면 이런 경우다.
밤에 뭐가 그리 신난다고
(아마도 육퇴의 기쁨이었겠지만)
무반주에 몸을 좀 흔들어댔더니
바로 무릎에 신호가 왔다.
어이구… 조심해야지.
이럴 땐 눕자, 눕자…
그리고 일찍 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