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혜진 / 경이로움
블로그를 처음 개설한 10여 년 전만 해도 블로그는 삶의 전부라고 할 정도로 일상에서 비중이 컸다. 하지만 점차 세월이 흐르면서 블로그에 대한 열망도 사라지고, 블로그는 연중 개점휴업 상태라고 할 정도로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채 지금껏 이어지고 있다. 이전처럼 몇 번 블로그의 중흥을 위해 노력을 해보기도 했지만 유튜브라는 복병을 만나 고전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기도 했다. <나는 매일 블로그로 출근한다>는 이런 상황에서 다시금 블로그를 향한 관심의 불을 지피기 위해 고른 책이다.
10여 년 동안 직접 블로그를 운영하다 보니 블로그가 글을 쓰는 창작자들에겐 필수적인 도구라는데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의 저자가 블로그로 인해 6권의 책을 냈다고 했던 것처럼 개인적으로도 3권의 책을 내긴 했다. 고작 한 달 인세가 1, 2만 원 수준에 머무르고 있긴 하지만 최근 몇 개월을 제외하곤 한 달에 몇 권씩 책도 팔리긴 했다. 블로그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결코 상상할 수도 없던 일이다. 하지만 요즘은 인터넷, 유튜브, OTT 등 워낙 볼거리가 많은 세상이라 여간해서는 블로그로 빛을 보기 힘들어졌다는 현실을 부정하기도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블로그가 불모지라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시대에 맞는 글은 대중들의 호응을 불러일으키기 마련이고, 텍스트에 가장 부합된 플랫폼이 블로그라는 사실에 이의를 달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블로그를 통해 글 쓰는 습관을 기르다 보니 필력이라는 것이 삶에서 무기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수 있었던 것은 큰 수확이다. 아무리 유튜브나 넷플릭스와 같은 영상 매체들이 판치는 세상이라지만 글쓰기는 인터넷이 활성화된 시대에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할 역량이 될 수밖에 없다. 이 책의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블로그 글쓰기가 ‘쓰다 보면 브랜딩이 되고 커리어가 생긴다’는 주장이 뜬금없는 말은 아니다. 실제로 개인적으로도 블로그 글쓰기를 통해 인생이 많이 바뀌었다. 특히 표현에 목말라하는 사람들에게 블로그는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단비를 내려주는 고마운 플랫폼이라 할 수 있겠다.
2014년부터 블로그를 시작한 저자가 5만 명의 팔로우를 가진 인플루언서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의 직업이 방송작가였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직업과 취미로 꾸준히 글을 썼던 18년간의 이력이 글쓰기 스터디와 온라인 강의를 운영하게 된 주춧돌이 되었다는 사실은 꾸준한 글쓰기의 힘이 어떤 식으로 개인적인 커리어를 발전시켜 나아갈 수 있는지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이 책을 언뜻 보면 블로그에 대한 환상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블로그를 통해 새로운 인생의 길을 모색하고자 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듯도 하지만 여기서 핵심은 바로 글쓰기라고 할 수 있다. 처음 블로그를 개설하는 사람들은 블로그를 통해 수익성에 집중하려고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저자가 책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돈 벌려고 블로그를 시작하면 망하기 십상이다. 실제로 블로거 중에 유의미한 소득을 얻는 경우는 지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이는 비단 블로그에 해당되는 것만이 아니다. 세상의 모든 플랫폼이 그렇고, 오프라인에서도 그런 경향은 더욱 두드러진다. 고로 블로그를 통해 생기는 수입은 부수적으로 생각해야지 그것 자체를 위한 목적으로 블로그를 운영한다면 제풀에 지쳐 지속적으로 블로그를 운영해 나갈 수 없게 된다. 진솔한 마음가짐으로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한다는 기본 맥락만 가지고 블로그를 운영해 나아간다면 조회 수에 연연할 이유도 사라질뿐더러 블로그 본연의 가치인 글쓰기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게 된다. 그런 연후에 마케팅 등 블로그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이 책에서 가장 공감이 가는 부분은 2장과 3장이다. 블로그는 나를 글로 기록하는 것이고, 콘텐츠 베이스캠프라는 주장에 적극 공감하기 때문이다. 블로그를 통해 자기의 정체성을 발견하고 이를 토대로 콘텐츠 베이스캠프를 구축하여 창작자의 반열에 들길 원하는 분들이라면 블로그가 가벼운 돈벌이 수단이 아닌 자신의 역량을 구축하기에 최적화된 온라인 플랫폼이라는 사실에 뿌듯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프롤로그에서 저자가 밝혔던 것처럼 블로그의 가치를 설정하는 것도 새롭게 블로그를 시작하는 이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인용해 보면 다음과 같다.
- 나다운 블로그
- 지속 가능한 블로그
- 콘텐츠 베이스캠프로서의 블로그
- 삶을 참되게 가꾸는 블로그
개인적으로 저자가 설정한 가치를 적용해 본다면 ‘나다운 블로그’와 ‘콘텐츠 베이스캠프로서의 블로그’는 현재진행형이지만 ‘지속 가능한 블로그’, ‘삶을 참되게 가꾸는 블로그’로서의 관점에서 보면 아직 미진하다는 느낌이 들긴 한다. 무엇보다 블로그 운영에서 중요한 것은 지속성이다. 지속적인 글쓰기는 새로운 인생의 기적을 일으키는 유도체다. 이런 지속성이 담보된다면 분명 삶을 참되게 가꿀 수 있는 경지에도 이를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블로그를 운영하면서도 개인적인 가치를 설정하는 것은 향후 블로그를 운영하는데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나는 매일 블로그로 출근한다>는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알려주었던 책이다. 5장을 보면 시작하는 블로그를 위한 글쓰기 10강이라는 제하에 블로그 글쓰기에 대한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으니 참고해 본다면 초보자들에게도 좋은 지침서가 될 것이다. 에필로그에서 제시한 저자의 일침은 여운으로 남는다.
잘하려고 하지 말고 나답게 하자
저자의 말처럼 블로그를 일처럼 여기고, 남들과 비교하다 보면 블로그와 친해질 수 없다. 블로그에서는 무엇보다도 진정성이 중요하다. 진정으로 나를 드러내려 하고 나의 가치를 찾아가는 일에 주목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블로그는 인생으로 스며들게 된다. 그러기에 저자는 ‘나는 매일 블로그로 출근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