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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욱 Jun 04. 2023

나는 어제 네가 엘리베이터에서 한 일을 알고 있다

황당함과 당황함의 차이

황당함과 당황함의 차이를 아시나요?

어제저녁 에피소드입니다. 오전에 수원 아주대학교에서 글로벌경영학과 학생들 대상으로 진로탐색 강의 마치고, 오후는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강진-진성-김용임 빅 3 트로트공연을 보고 저녁 느즈막에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평소처럼 지하주차장에 파킹하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렸고, 엘베가 도착하여 목적지인 18층을 꾹 눌렀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 1층에서 엘베문이 열리더니 중년여성 1명이 탑승하셨습니다. 여성은 19층을 누르고 바로 문을 닫았습니다.


오전 강의와 오후 공연관람으로 약간 피곤한 상태여서 저는 눈을 감고 있었습니다. 잠시 후 우리 집인 18층에 도착하였고 엘베문이 열렸습니다. 그런데 아무도 내리지 않습니다. 제가 내려야 하는데 내리지 않은 거지요. 정확히 표현하면 제가 깜박 잊어버리고 내리지 못한 것이지요. 러면서도, 여성 분은 왜 안 내리지? 의아해하며 심지어 저는 엘베 문을 닫는 버튼을 누르기까지 하였습니다.


잠시 후 19층 문이 열리고 저는 먼저 엘베를 나갔습니다. 동승한 여성분도 함께 내렸습니다. 못 보던 분인데 옆집으로 이사 왔나?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저는 평소처럼 현관문 도어록 비밀번호를 누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도어록이 비밀번호 오류라는 메시지가 뜹니다.


드디어 황당하고 당황스러운 클라이맥스 상황. "아저씨 거기 우리 집인데요!" 엥 현관 문의 호수를 보니 제가 한층 더 올라온 것입니다. 18층에서 내려야 하는데 19층까지 올라온 것입니다. 아이고. 망신살 제대로 뻗쳤습니다.


아마도 제가 근무하는 사무실이 19층이라 사무실로 순간  듯 합니다. 다행인 것은 뒤에 있는 중년여성이 저를 보며 지금 상황이 재미있는지 웃는 모습이 보입니다. 미안하기도 하고 정말 쪽팔렸습니다.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은데 키 188에 체중 100킬로에 육박하는 거구가 숨을 쥐구멍은 대한민국에 없습니다. 여성분에게 미안하다고 정중하게 인사하고 계단으로 한층 내려와 18층 진짜 우리 집으로 컴백했습니다. 이 상황은 황당함인가요? 당황함인가요? 저는 1초의 찰나 2가지 감정을 온전히 만끽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궁금한 점이 떠오르더라고요. 보통 여성 같으면 지금 상황이 상당히 공포스럽고 무서웠을 텐데 그 여성분은 대단한 담력의 소유자라고 생각했습니다. 대한민국 아주머니들이 무서운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 담력이면 강철부대 입소해도 되지 않을까?


아내에게 사건의 전말을 보고하니 아내가 배꼽을 잡고 깔깔대며 웃습니다. "그 아주머니는 자기 얼굴 알 거야" 아내는 엘베에서 그 여성분이랑 자주 보는 듯했습니다. 아! 그래서 당황하지 않은 거구나?


일전에 회사 지하주차장에서 1시간 동안 차를 주차한 장소를 찾지 못하여 발을 동동 구르던 기억이 생생한데.. 저의 뇌상태가 심히 걱정스러워졌습니다. 금번 7월 예정된 종합건강검진에는 대장내시경은 스킵하더라도 뇌 MRI 검사는 반드시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일요일 오후 날씨도 무덥고 냉철한 이성을 회복하고자 서수원에서 가장 맛있다는 냉메밀막국수집을 찾았습니다. 면발 흡입 전에 얼음 살짝 녹아있는 시원한 육수 한 사발 들이키니 잠자던 뇌세포가 세포분열을 하기 시작합니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자. 유익하고 재미있었지만 왠지 서글퍼지는 주말입니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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