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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희로운 Aug 31. 2022

여름 비가 개면 가을이 온다.

our beloved summer, and.

장마가 끝날 듯 말 듯 이어지는 나날이다. 우산을 두고 가기엔 갑작스런 소나기에, 겉옷을 챙기기엔 여름 한낮의 햇살이 내기를 하듯 더워지곤 하는 날들.

그래도 밤이면 날이 선선한 게 점점 9월이 가까워지는 게 느껴진다.


이렇게 날이 추워지면 유독 가을을 탄다. 혼자 센치해진 밤이 되면 머릿속에 하나하나 사람을 불러 모은다. 잘해준 사람, 보고 싶은 사람, 사랑했던 사람, 사랑한 사람, 미워하는 사람, 사랑하지만 유해한 사람, 그래서 보내야 하는 사람, 억지로 보냈던 사람, 아직 못 보낸 사람, 그냥 유해한 사람 등등.


사실 유해한 사람이라고 한다면 내 주변에 널리고 널렸을 거다. 남녀를 불문하였고 나 또한 그들에게 어떤년이었으리라. 그러나 내 뜻으로 할 수 없는 그냥 한 공간에서 숨 쉬게 되는 이들을 제외하고 나는 가끔 굳이 그 몇몇을 내 안으로 들이거나 주변에 두거나 혹은 끼고 살았다. 그들을 헤치고 지금에 도달하기에 쉬운 것은 하나도 없었다.


군중 속에서도 채워진 적 없어 밤마다 그들의 머릿수를 개새끼,, 개새끼,, 하며 하나씩 세었으나 마음으론 깨진 장독대에 물을 붓듯 하면서도 가득할 추앙을 찾아 헤매었다.


 잠이 오는 손길에 맡기면 나의 오랜 불면도 달아나는 듯하였으나 이따금 떨어져 있는 동안엔 밀린 미수금에 이자까지 톡톡히 치르듯 값을 갚아야만 하는 나날들이었다.


그리하여 살을 에는 바람까진 아니어도 혼자 있음을 느끼기엔 충분한 아침을 지나면 남은 시간들은 아리고 유독 밤은 길듯이 짧고, 낮은 그저 흘러가는 시간이 되었다.


마음은 이따금 회색이었으나 가끔은 빛나는 은색이 되기도 하고 혹은 때때로 잿빛이 되기도 했다. 해와 함께 타오르던 불에 타버려 밤엔 남은 재를 치우는 일이 반복되었다. 그을린 나를 씻기고 회색 구댕이를 치워 깨끗한 옷을 입히지 않으면 안 되는 나날이었다.


이렇게 날이 추워지면 작년 이맘때 이것저것 일을 벌이지 않고선 안 될 것 같던 나로 돌아가는 기분이 든다.


아, 또다시 이맘때면 다시 가을이 온다.

이번 감기는 너무 앓지 않았으면 하는

작은 바람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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