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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소경 Jan 20. 2024

내일부터 달리기로 결심을 하다.


2019년에 10km 마라톤에 나간 적이 있다. 어렸고 체력은 좋았고 겁은 없었다. 뛰다 걷다를 반복하며 어느새 완주한 10km. 완주의 뿌듯함과 기록의 머쓱함이 동시에 밀려들어왔다. 그때 이후로 마라톤에 도전해야지, 해야지, 해야지 지 지 지 지... 고장 난 EDM비트처럼 결심의 어미만 빙글빙글 돌리고 있을 때 코로나라는 엄청난 핑계가 생겼고 나는 그렇게 말끝에 매달려 4년을 결심만 한 채로 보냈다.


그런 결심에 불을 지피게 된 사건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알. 고. 리. 즘. 디즈니 덕후인 내 인스타의 알고리즘에 뜬 건 디즈니 애니메이션도, 디즈니랜드도 아닌 '런디즈니'라는 프로그램이었다.

런디즈니 공식 인스타그램


매년 1월 디즈니 매직킹덤에서 진행하는 행사로 디즈니랜드 주변과 디즈니랜드를 뛰는 마라톤이었다. 정식 대회라기보다는 이벤트에 가까워 프로그램도 다양하고 다들 코스튬을 챙겨 입고 웃으며 뛰는 사진이 나를 설레게 만들었다.


그래, 올해는 진짜 뛰어보자.


당장 런디즈니에 접속해서 확인해 본 결과 런 디즈니는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이미 내년 프로그램은 매진이고 남아있는 건 버츄얼 런 정도였다. 물론 버츄얼도 메달을 주지만, 디즈니랜드의 맛이라는 게 있는 법.


나는 내후년 런디즈니 10km & 하프마라톤 목표로 운동을 결심을 했다. 코스도 확실했다. 회사에서 집까지 딱 11km. 힘들면 나를 태워줄 지하철도 있겠다 무서울 게 없었다.


나는 이렇게 내일부터 달리겠다고 결심을 하고 또 5개월을 그 결심의 끝에서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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