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요 알지 못합니다
습관을 들이는데 12주는 필요하더라, 저희는 12주간 습관을 만들고 독립시키는게 목적입니다.
달콤한 말이었다. 오며가며 눈에 밟혔던 러닝센터, 어떤 곳인지 상담이나 해볼까? 하고 들어갔다가 저 말에 홀려 나는 결국 카드를 내밀었다. 삼개월 할부를 말하는 내 목소리가 떨렸다. 12주. 3개월. 할부도 3개월. 할부가 끝나면 운동도 끝난다. 그 때까지 뭔가 변화가 있기를. 내가 목표로 한 것 을 할 수 있는 체력과 긍정적인 마인드가 탑재되기를 자본의 힘에 빌었다.
첫날. 러닝머신 위에 한 번도 올라가지 않았다.
저녁시간 코치님이 오전엔 근력 위주로 한다고 흘려가며 말하긴 했는데 사실이었다. 흘려듣지 말았어야했다. 상하체 운동을 정말 무지하게했다. 이렇게 런지를, 스쿼트를 많이 해본 것도 처음이었다. 그리고 나머지수업(?)도 받았다. 그룹 피티라 나의 진도를 다른 사람에게 맞춰 끌어올려야했기때문이다. 원래 일주일에 2번으로 약속된 운동 스케줄이었지만, 이번 주는 다른 운동들을 배우기 위해 한 번 더 오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운동을 하기 위해 간 헬스장이었지만, 막상 더 나오라고하니 마음이 천근만근 무거워졌다.
원래 운동시간은 50분이었는데, 나는 이날 1시간 20분을 했다. 생각보다 할만하다고 생각했지만, 오늘 하루 움직임을 모두 끝낸 기분이었다. 그대로 눕고싶었다. 사실 운동끝나고 집에 들어와서, 평소 출근을 위해 움직이는 시간까지 20분 정도 여유가 있어 잠시라도 눈을 붙이고 나간다는 계획이 있었지만, 계획은 실패하고 집에 들어와서 운동복을 갈아입고 출근 준비에 바빴다.
생각보다 할만하다고 생각했지만, 진짜 근육통은 다음날 시작이었다. 몸이 순살 그 자체였던 나는 내 몸에도 근육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것도 온 몸으로. 정말 뇌빼고 다 아픈 기분이었다. 그래도 많이 걷는 편이라 다리 근육은 괜찮을 줄 알았지만 어디까지가 근육이고 어디까지가 살인지 너무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내일 갈 수 있을까? 못 갈 것 같은데. 아직 한 번밖에 안 갔으니 환불할까? 온갖 생각이 드는 와중에 코치님이 보낸 카톡이 알람에 떴다.
내일 뵙겠습니다.
내가 회사원이라서? 사노예라서? 나는 거절을 하지 못해서? 어떤 이유인지, 어떤 성향때문이었는지 모르겠다. 저 말 한마디에 나는 아주 씩씩하게 넵! 알겠습니다~! 하고 대답을 하고야 말았다. 이건 다 회사때문이다.
내일도 질렀네. 나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