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캠브리파일 Sep 25. 2024

고생은 몸이 하고, 휴식은 마음이 한다

그리고 추억은 머리가 한다.

캠핑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몇 가지 있는데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휴식과 힐링이다. 산 좋고 물 좋은 곳에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즐기는 캠핑은 그야말로 힐링이다. 그러나 힐링과 휴식에 가려진 것이 있는데 바로 고생이다.


캠핑은 사실 고생의 연속이다. 캠핑장은 도시와는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 자리 잡은 경우가 많은데 그런 경우 적게는 1시간 반에서 많게는 3시간이 넘는 시간의 장거리 운전을 해야 한다. 캠핑장에 도착해선 텐트 피칭부터 침구세팅, 부엌 세팅 등 각종 장비들을 정리해야 하는데 그 시간이 또 적게는 30분 많게는 2시간이 걸린다. 내가 예약한 곳이 주차 자리와 가깝다면 그나마 고생이 덜 하지만, 거리가 있다면 짐을 옮기는 고강도 노동을 시작해야 한다. 이게 고생의 끝이면 좋으련만 피칭이 끝나기 무섭게 밥을 하고 멀리 떨어진 개수대까지 설거지를 하러 왔다 갔다 하는 수고를 해야 한다. 이렇게 고생을 하다 보면 어느덧 어둠이 찾아온다. 잠자리는 조금 불편하지만 생각보다 꿀잠을 경험할 수 있는데 이는 낮동안 쌓아온 몸의 피로 때문인 게 분명하다.


점점 지치는 몸과는 다르게 마음은 점차 안정을 찾아간다. 캠핑을 준비하며 이리저리 움직이는 동안 그간 내가 고민하던 것은 무엇이었는지, 나를 괴롭게 하는 것들은 무엇이었는지 잠시나마 까맣게 잊게 된다. 몸의 고생이 선물해 준 잊음의 시간이다. 어쩌면 고작 바쁜 몸으로 잊힐 만한 괴로움이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온몸으로 계절을 느낀다. 선선하게 부는 바람이 살을 스치고 조금씩 차가워지고 있는 공기를 맡으면 그간 세상은 얼마나 시끄러웠는지 새삼스레 깨닫게 된다. 귀를 열고 가만히 소리를 듣다 보면 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 소리와 정체를 알 수 없는 풀벌레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 시간은 여느 힐링영화, 드라마, 여행 보다 마음이 편해진다. 잔잔한 이 힐링을 잊지 못해 우린 매주 캠핑을 나선다.


정말 고생은 몸이 하고, 휴식은 마음이 하는 캠핑이다.





이전 06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